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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부뚜막은 아궁이 방향이 다르다고?
  • 전호태 울산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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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ontents가 된 찜질방 = 온돌


  찜질방은 한국을 알리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하나다. 정부도, 민간도 찜질방을 K-Contents로 지목하고 알리려 애쓰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알게 모르게 한국인이 사는 곳에는 찜질방이 생기고,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바닥이 뜨끈한 사우나를 즐기는 기분으로 이런 곳을 찾는 현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런 찜질방이야말로 조용히 확산되는 K-Contents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찜질방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바닥 난방인 온돌 원리로 만든다. 한국의 온돌은 북옥저에서 시작되어 고구려로 전해진 바닥 난방 시스템이다. 온돌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불기운이 방바닥 아래 설치된 여러 줄의 고래를 타고 돌면서 고래 위에 설치된 구들돌을 데운다. 그러면 구들돌 위에 얇게 덮은 흙바닥이 데워져 그 위에 누운 사람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원리를 일상 주거 난방에 적용한 것이다.

  주택의 방이 여럿일 때, 부엌과 잇닿아 있지 않은 방은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불기운이 바로 고래를 타고 돌지만, 부엌과 잇닿은 방은 아궁이의 불기운이 부뚜막에 올린 솥도 데우고, 부뚜막에 잇대어 설치된 방의 고래도 데우게 된다. 한 번 불을 때 취사도 하고, 난방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부뚜막 아궁이의 불은 활활 타지 않는 게 좋다. 아궁이에 넣은 장작이 너무 빨리 타면서 높은 온도를 내면 솥 안의 국도 빨리 끓고 밥도 바로 되겠지만, 고래를 도는 불기운도 너무 세져 구들돌이 필요 이상으로 뜨거워질 수 있다.

 

고구려 부뚜막 아궁이 방향이 다른 이유


  생각해보라. 온돌방이 너무 뜨거우면 방바닥 위의 멍석이나 침구도 온전하기 힘들다. 구들돌 위의 흙바닥도 너무 마르면 갈라진다. 그것만 문제가 아니다. 부엌 옆 광에 쌓아 놓은 장작도 한 달에 쓸 양을 열흘 만에 다 써버리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땔나무를 모으기도 쉽지 않은데, 연료도 지나치게 많이 쓰고, 음식은 만들다 태우고, 방바닥에 올려둔 침구도 누렇게 그을리는 지경에 이른다면, 누가 온돌방이 좋다고 하겠는가.

  이런 문제점을 잘 알았기에 고구려 사람들은 초기의 자 쪽구들을 설치할 당시부터 부뚜막 아궁이 방향이 굴뚝과 일직선을 이루면서 통풍이 잘 되도록 불이 활활 타오르지 않도록 했다. 부뚜막 아궁이가 굴뚝으로 이어지는 내부 통로와 90° 방향으로 꺾이게 구멍을 내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때도 통풍이 원활하지 않게 해 불이 활활 타오를 수 없게 한것이다.

  고구려 무덤에서는 부뚜막 모형이 여러 차례 출토되었다도제이건, 철제이건 고구려 부뚜막 모형의 아궁이는 굴뚝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90° 꺾인 방향으로 열려 있다. 또한 부뚜막 위의 구멍이 하나라서 그 위에는 솥 하나만 올릴 수 있다. 솥을 올린 자리에서 굴뚝까지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는데, 이곳이 주택에서는 고래가 뚫리고 구들돌이 놓인 뒤, 그 위에 흙바닥을 올린 자리, 곧 온돌이다.

  이와 달리 중국 한~당대의 유적에서 출토된 부뚜막 모형의 아궁이 방향은 하나같이 굴뚝 쪽과 자를 이루게 뚫려 있다. 말 그대로 통풍이 잘되는 구조이다. 이런 구조의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때면 불이 활활 타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중국식 부뚜막 위에 뚫린 구멍은 여럿이다. 불이 잘 타오르니 부뚜막 위에 구멍을 여럿 뚫고 솥이며 냄비를 여럿 올려놓아도 한 번에 음식을 다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아궁이 불의 기운이 바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부뚜막에 올린 요리용 도구들과 굴뚝 사이에는 거리도 없다. 이런 구조의 부뚜막은 열을 난방용으로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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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부뚜막 모형(용호동 1호분 출토, 북한 운산,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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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제 부뚜막 모형(중국 랴오양[遼陽] 복원 3호 벽화묘 출토, 중국 랴오양박물관)

 

따뜻한 주식, 차가운 부식 위주의 상차림도 아궁이 방향 때문


  고구려에서 백제와 신라로 전파된 온돌이라는 바닥 난방방식은 한국인의 생활 방식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대표적인 것이다. 한국인이 집에 들어갈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것은 방바닥에 앉거나 눕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의 온돌 생활에서는 침대가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방바닥에 침구를 놓는 까닭에 방은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했다. 신발을 신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온돌이 설치되려면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열을 효율적으로 써야 했으므로 한국인의 밥상에는 밥과 국만 따뜻한 것을 올리고, 반찬은 찬 것으로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국 사람이 데쳐서 무치거나 장아찌 상태의 절인 반찬 위주로 밥상이 차려져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따뜻한 주식, 차가운 부식 위주의 상차림을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따뜻한 일품요리 중심인 이웃 중국 사람들은 차가운 반찬이 오르는 한국식 상차림에 익숙하지 않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이 즐기는 익히지 않은 푸성귀로 밥과 반찬 일부, 혹은 장류를 함께 싸먹는 이 익힌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이들에게는 영 낯설 수밖에 없다. 한국인이 먹고 자는 데서 나타나는 이웃 나라와의 이런 차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고구려 부뚜막의 아궁이 방향이 다른 데서 비롯되었다면 이 또한 흥미로운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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