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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관련 기술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자국 역사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는데, 여기에 한국과 관련된 내용이 등장한다. 먼저 눈에 띄는 기술은 징병 관련 기술이다. ‘지원’이라는 말을 추가하며 강제성을 약화시켰다. ‘징병’은 국가가 병역 의무자를 강제적으로 징집해 복무시키는 제도를 뜻한다. 도쿄서적은 초등학교 점유율이 1위인 교과서다. 6학년 사회교과서에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라는 기술을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했다. 해당 문구가 있는 칼럼 옆 사진 설명은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에서 “지원해서 병사가 된 조선의 젊은이들”로 변경했다.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초등학생들이 교과서만 읽는다면 조선의 젊은이들이 스스로 지원해 병사가 되고 노동현장에 참여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2021년 4월 27일 일본 내각은 조선인 관련 ‘강제연행’이나 ‘연행’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한 바 있다. 도쿄서적은 “다수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적으로 끌려왔다”는 표현에서 연행에 가까운 ‘끌려왔다’를 ‘동원됐다’로 교체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역시 일본 내각의 결정을 따랐음을 보여준다.

  올해 100년이 되는 간토대지진(關東大地震)에 관해서는 학살사건의 주범이 누구인지 기술하지 않아,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간토대지진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고 있다”는 잘못된 소문이 원인으로 기술하여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일본문교출판은 간토대지진을 키워드로 설명했는데 2023년 교과서에서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헛소문이 유포되어 많은 조선인이 살해됐다는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관련 내용도 대폭 축소했다.

  이외에 한국과 관련된 기술 가운데 고대사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에 미친 ‘도래인(渡來人)’ 관련 표현을 삭제하거나 ‘대륙’으로 변경했다. 임진왜란에 대한 기술에서 “두 차례에 걸쳐 조선에 대군을 보냈다”고만 기술하며, 침략전쟁이 아니라 단순히 군대를 보낸 것으로 서술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이 당한 피해와 관련된 내용을 삭제한 교과서도 보인다. 

  한편 우호적인 기사도 보인다. 일본문교출판은 조선통신사를 접대하면서 조선과의 우호에 힘썼다는 기술을 추가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한일우호의 사례로 제시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제병합 과정에서 “일본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격렬한 저항운동을 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며 일부 개선된 대목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 역사 수정주의자들의 교과서 공격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시작되어 지금은 정착되었는데, 자민당의 보수 정치인, 보수 언론사, 우익 성향의 시민단체에 의해 조직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들의 공격은 아베 정권하에서 검정기준 개정 등을 실현하고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일본 문부성의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과정에서 독도에 대한 기술이 일본 정부 견해대로 수정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통해 사실상 교과서에 써야 할 표현과 쓰면 안 될 표현을 집필진에게 지시하면서 앞으로 교과서발 역사 및 영토 왜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과서 집필자가 독도를 ‘일본 영토’로 작성하지 않거나, 검정 의견을 무시하면 교과서 검정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한국도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한편 일본에서도 검정제도가 교육에서 정부의 방침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학문과 교육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교과서도 보편적인 학술연구 성과를 반영해야 하는 만큼 한일 양국에서 교과서 집필진 간의 교류도 필요하다. 역사인식 차이는 상대방에 대한편견과 불신을 가져오기 때문에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