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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특집 - '동아시아사'교육 국제 심포지엄]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동아시아 인식의 현주소
  • 장세윤 | 연구위원(제1연구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이사장 서중석)ㆍ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소장 서중석)가 공동 주최하는 동아시아사'교육 국제 심포지엄, "한ㆍ중ㆍ일 동아시아사 교육의 현황과 과제"가 지난 6월 14일(토)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최근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역사 및 영토,영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기도 하였다. 이에 따라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그러한 주요한 해소방안의 하나로 한ㆍ중ㆍ일 3국의 역사를 '동아시아사'라는 범주로 수용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방안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방안은 2005년 5월에 한ㆍ중ㆍ일 3국에서 동시에 간행된 역사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로 구체화되기도 하였다.

교육부에서 지난 2007년 2월 개정한 제8차 교육과정에는 한ㆍ중ㆍ일 3국 가운데 처음으로 '동아시아사'라는 새로운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사'교과서가 현재 개발되고 있으며, 추후 검정심사를 거쳐 2012년에는 정식 교과서로 사용될 예정이다. '동아시아사' 과목은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 '동아시아사'의 구체적인 교수요목을 선정하고 적절한 교과서를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아시아사 교육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자료를 개발하고, 구체적인 수업의 방식도 다양하게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동북아역사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동아시아사' 교과목의 교원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본 재단은 동아시아의 역사 및 영토ㆍ영해 갈등을 해소하고 동아시아 지역 협력체 형성의 필요성과 이웃나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동아시아사 교육의 올바른 방향 모색

특히 위와 같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동아시아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 및 교재개발에 도움을 주고자 이번에 3개 기관 공동으로 국제 학술대회를 준비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주제인 "한ㆍ중ㆍ일 동아시아 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효과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제1부 '동아시아 인식과 동아시아사 교육', 제2부 '동아시아사 교재와 동아시아사 수업'으로 나누어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성균관대 교수, 유용태 서울대 교수, 런팡(任放) 중국 무한대학 교수, 김택민 고려대 교수, 김태승 아주대 교수, 일본의 마루하마 에리꼬 교사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또 일본의 미야하라 다케오 전 치바대 교수와 가오밍시(高明士) 대만대 교수, 김유리 전북대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서 한ㆍ중ㆍ일 3국의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전개했다.

이번 학술대회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동아시아'의 개념과 지리적 범위문제, 한ㆍ중ㆍ일 3국 각국의 인식과 정서의 차이, 효과적인 수업교재나 연구서의 부족 등 '동아시아사'의 연구와 교육에 상당한 문제점과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사' 연구와 교육의 필요성과 타당성은 매우 크다고 이구동성으로 그 의의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서울대 유용태 교수는 한국학계의 동아시아사 연구현실을 검토한 뒤 "중국, 일본, 베트남이 18, 19세기에 제국화한 결과 내포하게 된 소수민족 문제를 간과한 채 구성하려는 '동아시아사'는 중심국들의 역사일 뿐"이라면서 "동아시아에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은 그 자체가 '중심'이다. 따라서 몽골ㆍ티벳ㆍ오키나와라는 '주변'의 시각이 도입되지 않으면 제국성의 성찰과 탈피는 어렵고, 따라서 동아시아의 화해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 교수는 한ㆍ일 역사교사들이 공동으로 저술한 『마주보는 한일사』(2005)와 한ㆍ중ㆍ일 3국이 공동으로 집필한 『미래를 여는 역사』(2005)는 편협한 국가주의를 벗어나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지배자 중심의 정치사뿐 아니라 사회경제사와 민중들의 생활사까지 담았다고 평가하면서도 그 시야는 중심국 안의 민중을 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2012년부터 사용될 한국의 '동아시아사' 구성체제가 작년 초 만들어졌으나 한ㆍ중ㆍ일 월 4국 '중심'의 시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교수 역시 일본 학계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14 세기를 동아시아 규모로 보면, 몽골 제국이 붕괴하는 가운데 명, 조선, 베트남의 려조 등 주자학을 국가 이념으로 내건 새로운 왕조가 일제히 등장한 세기라고 할 수 있는데 반해 무사 정권의 확립이라고 하는 일본의 움직임은 매우 특이한 것이며, 동아시아적인 동시대성이 결여된 것이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이 마주보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이 14세기를 획기(劃期)로 형성, 확립되어 온 동아시아의 왕조 국가 체제였다. 토쿠가와시대의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의 일본도 이들 왕조 국가 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결정적으로 부족했다. 이것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침략이나 근대의 동아시아 침략이라고 하는 노선을 규정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이러한 문제와 정면에서 마주보는 노력이 없으면 21세기에 있어서의 일본과 동아시아와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동아시아'가 역사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서구 중심의 시각을 반영한 담론이라고 정리한 중국 무한대학의 런팡 교수의 지적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역사인식의 한계와 여러 가지 문제를 보여주었다. 그는 동아시아사의 인식과 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수준의 대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동아시아사와 동아시아학, 동아시아사와 각국사,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동아시아사와 기타 전문사, 동아시아학과 다른 관련 학과 등 학제간 대화와 함께 학계와 정부의 대화, 학계와 대학생ㆍ중고등학교ㆍ초등학생의 대화, 학계와 대중의 대화, 동아시아 내부의 대화 그리고 동아시아와 세계의 대화(서구뿐 아니라, 동아시아도 서구도 아닌 나라까지) 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이날 발표한 논문들은 실제로 동아시아사 교육의 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점들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향후 '동아시아사' 교육에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