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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구려 옛 성터 답사기
  • 이근우 | 운영기획실장
오녀산성

지난 4월 18일부터 4월 22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중국 심양을 거쳐 환인, 집안 그리고 신빈지역에 있는 고구려 유적을 탐방하였다.

고구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옛 고구려인들이 살았던 도읍지를 직접 돌아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평상시 몽고족, 만주족 그리고 한족(중국인)과 우리 민족과의 관계에 대하여 궁금하였었는데 이번 기회에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 흡족한 답사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동행해 주었던 고구려 등 고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장된 고광의 박사의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 때문이라 생각되어 이 글을 통해 고박사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옛 터전을 살펴보는 것은 마치 나의 잃어버린 과거를 다시 들춰 보며 퍼즐 조각을 맞추어 보는 것 같아 무척 흥미롭고 가슴 벅찬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의 땅이 되어 버린 현실을 생각하면 한없는 아쉬움을 참을 길 없다.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 고구려. 우리 민족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서도 항상 좌절하지 않고 다시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불굴의 힘과 혼을 불어 넣어 주어 왔던 고구려. 비록 우리들의 옛 터전을 잃기는 했지만 우리의 기억속에 살아남아 아직도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만주지방에서 발흥하여 한때는 광활한 영토를 호령하며 강대국인 중국과 1대 1로 맞서 싸워 패배한 적이 없는 용맹한 고구려인의 역사는 늘 우리 민족의 큰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이번에 환인지역과 집안지역의 두 고구려의 옛 도읍지를 둘러 보며 우리 민족의 독특한 성곽축조양식, 분묘양식, 거주지 형태 그리고 예부터 우리 민족이 가장 이상적으로 여겼던 도성의 입지적 조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두 곳 옛도읍지의 입지적 조건은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라도 무의식적으로 아늑하고 푸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두 곳이 우리 조상이 살던 옛 터전이라는 확신을 하기에 충분하였다.

같은 만주권역에서 함께 어울리며 혹은 다투며 생활했던 우리와 인종적으로 유사한 여진족 즉 만주족은 그들의 삶의 주터전과 그들의 생활양식을 살펴보니 우리 민족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음을 또한 확인할 수가 있었다. 흔히 역사주권과 영토주권은 별개의 것이라고 역사학자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은 우리 영토주권이 미치지 않는 고토의 지역에 있는 우리의 역사이나 영토 밖이라 해서 그 역사마저 우리의 것이 아닐 수는 없지 않는가?

고구려는 비록 멸망하고 없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지금도 엄연히 살아 움직이는 실체이다. 우리 아버지가 비록 빈한하여 남의 머슴살이를 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엄연히 생부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중국이 고구려를 아무리 자기네 영토안의 소수민족 혹은 지방정권 운운하며 우리 민족과의 관계를 단절하려고 해도 우리에게는 피를 물려준 조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뇌리에서 일시에 고구려에 대한 인식을 지워버린다면 모를까 중국내 소수 역사학자들이 학자적 양심을 속이며 고구려가 자기네 역사라고 천번 만번 주장해도 우리 민족에게 엄연히 흐르는 고구려인의 피를 모두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고구려의 웅대한 정신과 역사는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민족과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