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관심 분야는 궁궐이다. 궁궐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역사박물관 사이트를 찾게 되었고, 찾은 김에 여기저기 둘러보니, 직장인을 위한 역사 강좌가 눈에 띄었다. 더욱이 무료라는 말에 이게 웬 떡인가 싶어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직장이 마포여서 지나치기만 했던 역사박물관을 매주 화요일에 간다는 것도 살짝 떨렸지만, 동북아 역사에 대해 학생이 아닌 직장인을 상대로 어떤 강의를 할까 하는 설렘으로 첫 강의를 들었고 그 뒤로 매주 화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2번의 강의를 남겨두고 있다.
첫날 강의는 백영서 교수님의 역사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과연 과거사 정리 없이 동아시아의 평화가 찾아올까 하는 내 우문에 서구의 경우, 지루한 전쟁 후에 오랜 기간에 걸쳐 평화라고 하는 것이 자리 잡게 된 것이지만, 동아시아의 경우는 생각보다 전쟁이 그리 길지는 않았으니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현답을 얻었다.
일본인교수님(물론 귀화하신 분이시지만)이 들려주는 "독도는 한국땅"이라는 강의 또한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한·일 관계가 매끄러워질 수 없었던 역사, 일본인의 정체성을 이루는 천황제에 대한 역사적 인식등등....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했지만 부끄럽게도 일본의 언어와 문화만을 지식으로 알았을 뿐이지, 한·일관계 속에서 일본은 잘 몰랐다. 그저 식민지배에 대한 반감으로 일본을 미워만 했을 뿐, '왜'에 대서는 조금 막연했다. 이런 '습자지' 같은 얄팍한 지식세계에 질기고 단단한 한지를 덧댄 듯 한 뿌듯함을 안겨주는 역사아카데미였다.
어려워서 지겹기만 했던 역사가, 동아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 세계사 속에서 한국을 알게 되니 재미난 한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 강의시간 100분이 짧게만 느껴지면서, 학창 시절 역사책에 밑줄만 긋지 말고, 이렇게 재미나게 수업 받았으면 우리의 역사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졌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한다. 이런 강의를 직장인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해보면 어떨까? 미래의 주역은 학생이나, 청소년이다. 그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부모들이다. 학부모들이 이런 강의를 듣는다면, 우리 미래들이 대한민국의 의젓한 국민으로써 강한 자부심과 함께 더 나아가 동아시아평화를 이루는데 단단한 주춧돌로써의 역할을 하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이제 2회밖에 남지 않은 강의를 무결석을 목표로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선생님들의 강의를 이렇게 들을 수 있다는 게 귀한 기회라는 생각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면서 욕심도 하나 더 생겼다. 직장인을 위한 역사아카데미에 심화학습과정을 두면 어떨까. 한·일 역사뿐만 아니라, 방대한 한·중관계의 역사도, 그리고 한국과 러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가교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이루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름의 실천역량을 만들만큼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이 과정을 마치면 수료증도 준다고 한다. 수료증 받으면 며칠 동안 사무실 책상위에 꼭 펼쳐서 세워 두어야겠다. 무결석이라는 나름의 작은 목표달성과 함께,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고민했던 지난 두 달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동료들에게 자랑도 하고, 이런 좋은 교육기회를 강력추천도 해야겠다.
독자투고 모집
※ 보내실 때 제목에 '독자투고' 명기
재단 뉴스레터 '동북아역사재단뉴스' 에서는 독자투고를 받아 매월 1편씩 선정해 싣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ㆍ주제 _ 역사 관련 자유 주제
ㆍ분량 _ 200자 원고지 7~8매
ㆍ보내실 곳 _ prdivision@historyfoundatio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