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1월 8일, 해외학자초빙 프로그램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온지도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이제 마무리해야 될 시점에 이르렀다. 그간 재단에서의 연구생활은 모든 면에서 매우 편리하고 만족스러웠다. 집 떠난 노구를 걱정하여 만나는 사람마다 이구동성으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안부를 물어오고, 많은 분들이 편리를 마련해 주려고 항상 신경을 써 주고 있어, 오히려 부담이 될 지경이었다. 나중에는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이어지는 과분한 환대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바로 그것이 '큰 불편함'이라고 털어 놓을 정도였다.
이번 재단 방문은 나로서는 八旬을 바라보는 '老年期 學習'의 기회이기에 가능한 한 애써 많은 것을 배워가려고 늘 신경을 썼다. 그 가운데 우선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이번 방문에서 동북아역사재단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 점을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한·중관계가 날로 발전하는 가운데 한국 내 어느 기관보다도 재단에서 중국에 대한 연구가 폭넓고 심도 있게 추진되어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료센타와 서고에는 중국과 관련된 역사와 현실에 관한 귀한 자료들이 많이 수집되어 있어 연구에 좋은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재단에서는 폭넓은 학술교류를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로벌 시대의 조류에 발맞추어 전지구촌을 교류의 무대로 삼고 활약하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중국과 교류에서도 금년에 들어와 이사장님의 북경대학 방문과 사무총장님의 동북지역 방문, 북경대학에 교수 파견 및 공동 국제학술회의 개최, 중국사회과학원과의 학술회의 준비 등은 재단이 앞으로 중국과의 교류에서 폭을 넓이는 데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여겨져 관심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이번 방문을 통해서 잠시 공직에서 벗어나 그간 인연을 쌓았던 한국의 오랜 벗들과 허심탄회하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울러 재단의 연구진과 진지한 학술 토론을 벌이고, 각계의 많은 학자들에게 한·중학술교류 활성화를 위한 좋은 의견들을 충분히 듣게 된 것 역시 커다란 소득이다.
재단의 김용덕 이사장님께서 강조하신 "학술문제의 차이로 서로의 친선과 우의가 해치지 않도록 하고, 서로의 역사를 겸허하게 존중함으로써 종국적으로 동북아시아라는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자는 것이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다"라는 말씀에는 한국의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뜻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하여 학술교류의 폭을 넓히고 수시로 학자들이 자리를 같이 할 수 있도록 하며, 적극적으로 여건을 마련하여 공동연구를 추진하여야 할 것이라는 많은 분들의 생각에도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 이며, 그 방법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다.
한편 재단에 오기 전에 계획하였던 연구 주제를 위한 자료 수집 또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다. 수량적으로 많은 자료를 수집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한국과 일본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를 입수하게 된 것이다. 자료 수집 과정에서 재단의 연구위원과 자료센타 담당 선생님들의 협조가 매우 컸으며, 서강대·서울대·연세대 등 연변대학의 자매학교 도서관과 교수님들 그리고 학생들의 도움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돌아가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일정한 학술적 참고 가치가 있는 연구 성과로 묶어내도록 노력할 것이며, 아울러 두 나라 학술 교류에 도움이 되는 한 사람으로 지내는 것으로써 재단과 항상 관심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보내는 동안 편의를 제공해 주시고 마음 써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