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8일부터 12일까지 제2회 역사NGO세계대회(이하 "역사NGO대회")가 "역사의 매듭, 평화로운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올림픽공원을 중심으로 열리게 된다. '매듭'을 짓다 함은 '일을 조리에 따라 한 가지씩 결말을 짓다'는 의미를 갖는다. 주지하듯이 현재 동북아시아는 여러나라 사이의 역사갈등, 영토갈등이라는 걸림돌이 지역의 평화로운 미래를 가로 막으면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한ㆍ중ㆍ일 3국의 교류 및 협력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동북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는 이러한 갈등 요인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 간 대화 못지않게 지속적인 민간차원의 교류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왔다.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각국의 NGO와 시민사회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대한 아시아 피해국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UN, ILO 등을 통해 국제 시민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한ㆍ중ㆍ일 및 한ㆍ일 공동역사부교재 개발 등 역사인식 공유를 통한 화해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동북아시아에는 아직도 전쟁의 기억, 폭력과 빈곤, 인권침해의 역사적 상처를 떨치지 못하고 있고, 국가목적에 따라 각국이 양산하는 역사갈등이 확대,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역사 및 영토 갈등을 해결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NGO들 간의 국제적인 연대와 세계시민들과의 활발한 소통과 교류활동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 역사NGO대회의 개최 목적이 있기도 하였다.
세계에서 유일한 '역사'NGO대회
지난 1999년에 서울에서 NGO세계대회를 열어 세계의 시민사회가 각 활동분야별 아젠더를 공유한 행사가 개최된 적이 있었으나, '역사갈등'이라는 이슈로 다양한 영역의 세계 시민사회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제1회 대회가 처음이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처음 열린 것으로 참가자들의 역사NGO대회에 대한 자부심도 컸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제안으로 역사NGO대회를 개최하기까지 국내NGO를 중심으로 어떤 아젠더로 어떤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수많은 논의과정을 거쳤고, 그 성과로 제1회 대회는 역사갈등의 문제를 화해와 평화의 문제로 접근하는 21개국에서 참가한 89개의 단체와 200여명의 NGO 관계자, 전문가 5,000여명의 청소년, 시민들이 참여하여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역사화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뿐 아니라, 각국의 국가목표에 따라 의도된 역사갈등과 영토갈등의 문제는 자국의 시각과 입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와 선을 추구하는 각국의 시민사회가 나서야 하며 이를 위하여 세계 시민사회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함을 거듭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세계 시민사회가 함께 준비하는 역사NGO세계대회
올해 초 지난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역사NGO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제2회 대회를 준비했다. 제2회 대회는 좀 더 구체적인 목표와 기조를 세우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 개막 및 주제 심포지엄을 제외하고는 주제별 행사를 두어 배타적 민족주의의 극복, 인간중심의 전쟁기억과 역사인식 그리고 역사화해의 추구라는 제2회 대회의 컨셉에 공감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였고, 해외NGO들의 참여도 독려하였다.
특히, 지난해 장소의 한계로 국내 시민단체들의 주도적인 교류활동을 통한 성과축적이 부족하였던 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림픽파크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양한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개최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뿐만아니라 국내뿐 아니라 동아시아지역의 역사갈등과 상처들을 소개하여 동북아 역사갈등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아젠더를 발굴하고, 구체적인 현안을 중심으로 해결전략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제1회 대회보다는 더 나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치고, 단체들이 직접 부대끼면서 준비한 만큼 제2회 대회도 성공적으로 잘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역사NGO대회가 횟수를 더해갈수록 세계 시민들에게 갈등의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주목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시민들의 관심이 아시아로!!
21세기는 특히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이 예상되는 시기이다. 갈수록 세계의 관심이 증대되고, 그중에서 한·중·일 3국은 중심적인 위치에 있기에 세 나라 역사 갈등문제 해결은 지역의 공존 공영과 평화를 위한 협력적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역사갈등 문제는 자국의 입장과 정서, 시각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이를 수 없으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공동의 역사인식을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NGO 활동가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이 모여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고 자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적인 시각을 뛰어 넘어 지역과 세계적인 차원에서 역사문제를 다루고 화해를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에는 국가적 이익과 강대국의 논리가 적용되는 정부와 정치 영역보다는 시민사회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대응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지난해에는 역사NGO대회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역사갈등 문제를 세계시민들과 공유하기 위한 소중한 첫걸음을 시작하였다. 이념과 국가적 이해를 넘어선 역사NGO들과 시민사회의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활발히 작동될 때에 우리는 갈등과 분쟁을 넘어 평화로운 미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역사갈등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그 중심에 역사NGO대회가 자리하여 모범적인 민관협력 모델로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역사NGO대회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