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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보고 "동북아 관계사의 성격" 학술회의] 한국 고대사 쟁점을 둘러싼 한ㆍ중의 치열한 공방
  • 고광의 | 연구위원(제2연구실)

동북아역사재단과 북경대학이 공동으로 주최한 "동북아 관계사의 성격"이란 주제의 학술대회가 9월 4일부터 5일까지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당초 주제 설정에서 최근 한ㆍ중간에 대두된 역사현안 문제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통시대적 관점에서 동북아 지역 국가들간의 상호 관계를 보다 본원적인 차원으로 접근해 보고자 한 것이다.

학술대회는 먼저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개회사와 니우다용(牛大勇) 북경대학 역사학과 주임의 축사를 시작으로 이틀간의 열띤 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주제를 살펴보면, 고구려 및 발해사 관련 문제 그리고 최근 중국에서 확산되는 '혐한'에 대비되는 '혐중' 정서의 역사적 근원에 대한 발표가 눈에 띈다.

뤄신 교수는 「고구려 兄系 관직의 내륙아시아 연원」이란 발표문을 통해 고구려의 형계 관직이 중국 춘추시대에서 한나라 초기에 걸쳐 몽골고원의 동부에서 생활한 유목민족인 동호의 영향을 받은 부여에 그 연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동북아역사재단 김현숙 연구위원은 고구려 관직의 독자적 발생보다는 중국적 영향을 강조하려는 저의가 있다고 지적하고 고구려사 인식에서 동북공정식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하였다.

리쯔성 교수는 「서안지역 唐代 喪葬 양식을 통해 본 발해 정혜공주와 정효공주 묘」라는 발표문에서 발해가 당대 말갈족이 건립한 속국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발해의 정혜ㆍ정효공주 묘가 당나라 수도인 지금의 서안지역 장례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였다. 동북아역사재단 임상선 연구위원은 발해사 연구 동향을 중국 학계 중심으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온전한 발해의 역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학문외적인 의도나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였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특히 왕위안저우 교수의 「근대 한ㆍ중관계 변천의 이상과 현실-한국인의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역사적 근원」이라는 발표는 최근 중국에서 혐한 정서가 조장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언론의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왕 교수는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역사적 근원을 조선의 '소중화' 의식에서 찾았고, 그러한 문화적 우월의식은 곧 광활한 영토에 대한 꿈으로 이어져 이른바 '북벌론'으로 표현되었다고 보았다. 이는 다시 근대 이후 민족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채용되어 확대 발전되었고, 오늘날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진다고 봄으로서 그 연속성을 강조하였다. 토론자로 나선 동북아역사재단 박경석 연구위원은 그러한 인식이 생겨나게 된 정치, 사회적 배경이 다르고 함의도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체상이 조망되는 가운데 부정적 인식에 관한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번 북경대학 역사학과와 공동개최한 학술회의는 동북공정 이후 중국 주류 사학계의 동북아 관계사에 대한 인식을 들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발표내용은 비록 동북공정의 직접적인 쟁점을 피해갔으나, 저변에 깔린 고구려 및 발해에 대한 역사 인식은 동북공정의 논리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간 중국은 동북공정의 주도 세력이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비주류 학자들이라고 말하곤 하였으나, 북경대학을 비롯한 중국의 주류학계 역시 동북공정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지엽적이고 세부적인 문제에 대해 '사료'라는 근거를 통해 중국의 입장을 은연중에 강조하는 발언들은 그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는 한편, 사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우리 측 대응 논리의 개발에 고민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