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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특집Ⅰ 독ㆍ불 공동 교과서 번역 발간] 평화와 우호를 향한 "역사의 메아리"
  • 김민규 | 연구위원(제1연구실)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지난 2006년 여름에 공동 제작하여 현재 양국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역사:1945년 이후 유럽과 세계』 교과서를 한글로 번역하여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1945년 이후 유럽과 세계』라는 제목으로 발간하였다.

이 "역사" 교과서 탄생의 발단은 엘리제 조약(1963년 독일-프랑스 우호조약) 4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독일-프랑스 청소년의회의 요청이었다. 2003년 1월 550여 명의 양국 고등학생들이 "무지로 인한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교과서를 도입"할 것을 슈뢰더 독일 총리와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피교육자인 학생들 스스로가 이러한 제안을 했다는 것이 사뭇 놀랍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역사" 교과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을 위한 양국 최초의 '공동' 역사교과서인 동시에, 사상 초유의 초국가적 역사교과서라는 점에서 우선 '역사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역사 과목은 이데올로기가 반영되기 쉬운 과목이기 때문에 상대국과 쉽게 '타협'할 수 없는 특성을 갖는 과목이기에 매우 주목되는 것이라 하겠다.

프랑스와 독일은 나폴레옹의 독일 침략 이래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약 150년 동안 네 번의 전쟁을 치러, 식민-피식민 관계에 있었던 일본과 한국 못지않게 '숙적관계'에 있는 나라이다. 이런 두 나라가 서로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평화와 우호를 돈독히 하기 위해 공동 "역사" 교과서를 출간한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한글 번역 책임자도 언급하듯, 이 책은 양국이 수십 년간 추진해 온 화친정책과 역사교과서 협력활동의 정신(평화주의) 및 방법(다자적 시각/교차적 접근)을 계승 발전시킨 역작이다. 그것은 각자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비판하고 민족 간 평화를 지향하는 역사의식이 양국 교과서 집필자의 인식의 저변에 깔려있었기에 가능했다.

숙적이었던 두 나라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는 총 5단원 17장 62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단원은 '종전 직후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을 다룬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2단원은 '유럽의 양극화(1949~1989)'를 다룬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또 제3단원은 '세계화와 유럽(1989년부터 현재까지)'을 다룬 3개의 장으로 되어 있고, 제4단원은 '1945년 이후 기술ㆍ경제ㆍ사회ㆍ문화 변동'을 다룬 3개의 장으로 되어 있으며, 마지막 제5단원은 '1945년 이후 독일과 프랑스'를 다룬 4개의 장으로 각기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1~6개의 절(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절(과)은 본문 텍스트와 다양한 역사자료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에 따라 '지도'나 '집중탐구' 또는 '보조 자료'등을 통해 심화 학습을 유도하고 있다. 각 단원 마무리에서는 주요 개념어를 한글을 비롯하여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로 병기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음은 물론, '독일과 프랑스의 시각 비교'란을 통해 두 나라의 시각 차이를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다.

동아시아에 대한 일부 부정확한 서술 '옥의 티'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에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한국과 관련된 서술이 곳곳에 실려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아시아와 관련된 부분은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등 미흡한 점 또한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인도에 반한 죄'가 뉘른베르크와 도쿄 전범재판의 범죄구성 요건이라고 서술하고 있지만(24쪽), 도쿄 전범재판에서는 이 죄목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생체실험을 한 731부대는 전혀 처벌받지 않았다. 또한 제2장 제1과 '전승 예찬에서 '기억의 의무'로'(42~43쪽)에 '자료 3-일본 최초의 공식 사과'라는 제목의 무라야마 일본 총리의 1995년도 담화문이 실려 있는데, 만일 학생들이 이 글만을 읽은 후 '자율학습의 길잡이'의 2번 항목인 "종전 후 일본은 자국의 과거사를 어떻게 취급해 왔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하게 될 경우에는 일본의 과거사 극복과 해결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부분은 과거 만행에 대한 실질적인 반성과 성찰로 이어지고 있지 못한 일본과 그 주변국(한국과 중국) 간의 역사 분쟁에 대한 정보 부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 책에 실린 한국 관련 서술을 살펴보면, 전반적인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가장 많은 비중으로 다뤄진 주제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인들의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국제적 맥락에 대해서는 한국의 교과서보다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한국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까지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그 밖에 자료 '인권과 아시아적 가치'에서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의 글과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4년도 르 몽드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다(181쪽). 한편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그 이면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 교과서가 출간되자마자 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즉각 입수, 본격적으로 번역작업에 들어갔지만 출간에 이르기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경과하였다. 번역상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짧지 않은 2년의 시간이 소요된 데에는 "역사"교과서가 다수의 시각자료(사진을 포함 450여 컷)를 포함하고 있어, 저작권 소유자를 일일이 찾아 사용료를 지불하고 허가를 얻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한ㆍ일 혹은 한ㆍ중ㆍ일 공동역사교과서를 번역 발간하면서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바로 '자국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벗어난 다자적 시각과 교차적 접근을 통한 역사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 프랑스 공동 역사교과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평화를 지향하는 커다란 '역사의 메아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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