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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소통을 위한 역사학자들의 물길 트기
  • 홍면기 | 연구위원(전략기획실)

기억의 공유와 다원적 보편성을 주제로 한 『제2회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이 한ㆍ중ㆍ일 3국과 미국, 독일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9월 8일과 9일 세종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우리 재단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동아시아의 역사화해'라는 기획하에 연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이 포럼이 대화와 소통을 통한 역사화해를 모색해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의 의의는 각별한 것이었다.

지난해 제1회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국경을 넘어선 역사학의 가능성과 역사화해의 경험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공생의 미래질서를 열어가기 위해서 역사학의 대화가 필요함을 확인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나가기로 공감한 바 있다.

작년에 이어 이틀에 걸쳐 개최된 올해 포럼에서는 단절된 국가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상은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모색해 나갈 것인가, 역사학은 미래를 위해 젊은 세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동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국제적인 시각에서 토론하는 진지한 대화의 자리가 되었다. 특히 독일과 미국 등 구미 학자들의 역사화해 경험에 대한 소개와 권면은 동아시아의 역사학자들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동아시아 국가 간 인적ㆍ물적 교류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렇게 역내 국가간의 상호의존이 깊어지면서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논의도 점차 힘을 얻어 가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국가관계의 역동적 발전과 변화의 이면에서는 여전히 역사인식 문제가 갈등과 불화의 씨앗으로 남아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한ㆍ일간의 갈등, 역사문제가 주요한 도화선이 되고 있는 한ㆍ중 양국민간의 감정적 갈등 등은 동아시아의 미래 설계에서 역사문제에 대한 공동의 이해와 새로운 역사비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일깨운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자국사 중심의 칸막이 속에 갇혀있는 분절된 역사인식의 극복 없이 미래를 위한 역사 비전은 생성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러 의미에서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미래 역사의 진운을 뒷받침할 학문적 책무를 공감해 가고 있는 이 포럼이야말로 값진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회의 마지막 날 참석자들은 포럼을 거듭해 나가면서 역사화해를 위한 주제와 내용을 심화시키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도출해 나갈 것이라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이러한 의식 있는 지식인들의 치열한 고민이 계속되는 한 역사문제를 둘러싼 파동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위한 역사대화에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역사대화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과 지혜의 결집이 필요한 과정이고, 또한 국제정세의 변화와 각국의 국내 상황에 따라 많은 고비를 맞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포럼과 같은 소통을 위한 역사학자들이 노력이 틀을 잡아가고 시민적 관심이 더해지면서 역사학자들이 탐색해 가는 소통의 작은 물길은 결국 동아시아에서의 화해와 공동의 미래라는 바다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미래의 동아시아인이 오늘 우리 역사학자들이 트고 있는 물길을 따라 평화와 번영의 목표로 항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뇌리에 그려졌다. 내년부터는 북한 학자들도 자리를 같이하여 남북의 학자가 귓속말로 서로의 의견을 맞추어가는 다정한 또 하나의 기대를 실루엣처럼 겹쳐보며 회의장을 나섰다. 그런 날이 기획되고, 또한 실현되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