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에서는 3월 2일부터 9일까지 국회도서관엣 '동해·독도 고지도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전시회에서는 재단이 수집한 국내외 동해·독도 관련 고지도 100점 중에서 40여점이 우선 공개된다. 40점 중에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가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는 '관허대일본사신전도'와 '대일본전도' 등 5점이 포함되어 있다. 독도와 한국 역사 문화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호사카 유지 교수를 만나, 독도영유권 문제와 그의 한국 사랑을 들어보았다. _ 편집자 주
이번 전시회에 내놓은 고지도 중에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료도 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소개해 달라
독도연구와 관련하여 자료 수집을 할 때, 고가의 자료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이번에 고지도를 모으는데 가수 김장훈씨의 기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표한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모두 5점이다. 이 중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은 '관허대일본사신전도'와 '대일본전도' 등 3점이다. 먼저 '관허대일본사신전도'는 화가이자 지도제작자였던 하시모토 교큐란사이가 1868년 일본 정부의 허락을 받아 제작한 지도다. 이 지도는 한국의 동해안쪽은 '조선해', 일본 본토쪽은 '일본서해'라고 표기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주장과는 달리 19세기 후반에도 '일본해' 지명이 정착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대일본전도'는 육군참모국이 1877년에 만든 것인데 당시 일본의 영토 전체를 자세하게 그렸지만 이 지도에서도 독도는 제외하고 있다. 일본은 독도를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영유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지도는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2월 22일은 시마네현이 선포한 다케시마의 날이다. 일본 독도 인근 해역에서의 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면 독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가?
2월 22일은 일본이 1905년 '시마네현 고시 40호'로 독도를 '다케시마'라는 이름으로 시마네현에 편입한 날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다. 1905년 일본이 독도를 편입시킨 이유는 러시아의 발트함대와 싸우기 위해서였다.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일본이 장악하면 군사적으로 상당한 이익을 갖게 된다. 그래서 현재도 군사적인 관점에서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것이다. 일본의 생각은 종합적으로 다방면에 걸쳐 있다. 지금 일본은 해양영토를 넓혀가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독도영유권 문제를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라고 생각하면 오류다.
지난 2월 7일 일본에서 '북방영토 반환요구 전국대회'가 열렸으며, 하토야마 총리도 참석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 정부의 이런 행동이 독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민주당 정부는 북방영토와 독도문제를 별개로 생각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문제가 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 명칭이 일단은 삭제되었다. 처음에는 넣겠다고 결정하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삭제한 것이다. 이는 민주당 내에서 계속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민당에서는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민주당 정권과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하여 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독도 영유권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정치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낙관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올해는 한국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호감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100년 전 역사적 갈등과 상처를 현재 일본인들이 꼭 알아야 하느냐, 과거는 과거고,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상대를 모르는 생각이다. 일본사람들은 사무라이이기때문에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해 연구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을 진리라고 알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양반문화로 손자병법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역사적으로 해결해야하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역사문제는 역사문제대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양국이 감정적으로 서로 싸울 필요는 없다. 독도 영유권 문제 역시 감정적인 싸움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대응을 해도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이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
2009년도에는 '독도종합연구소 시민강좌'를 개최하는 등 독도연구와 함께 대중 역사강좌도 하고 있다. 독도를 연구하게 된 계기와 당시 강좌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이전에 사이버대학에서도 시민강좌를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일본이 왜 독도 영유권을 계속해서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강좌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관점에서 설명을 했다. 올해도 2회의 강좌를 열 계획이다. 여유가 있으면 더 하고 싶다. 현재 '우리 역사 독도' 2편을 준비 중인데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이다. 책에 삽입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에 갈 예정이다.
독도 관련 연구 이외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 풍토나 사회 문화 등에서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
한국은 유교 전통의 영향으로 '정'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에 반해 일본은 이성적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국인들은 상대방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마음을 열고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정적인 문화, 감성적인 문화다. 그러나 일본은 아니다. 금전적으로 확실히 해결하거나 법적으로 해결해야만 용서할 수 있다. 이것이 큰 차이다.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독도가 한국 영토라고 논리적인 근거를 들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감정적인 대응이 많다. 독도 영유권 문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진국을 비롯한 주변국가에 독도영유권 문제를 잘 설명하고 일본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현재 한국은 그렇지 못해 세계지도의 90% 이상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고 있다.
독도문제 이외에 한국과 관련해 특별히 연구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독도문제 외에 한·일 문화비교, 일본정권 연구 등을 연구했다. 이 세 가지 연구과제는 지금까지 했던 작업으로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이들 연구 외에 전공인 식민지 시대 연구를 하고 싶다. 예를 들면 독립운동가를 감시했던 일본경찰의 기록이 한국에 많이 남아 있는데 일본인의 관점에서 자료를 연구하면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안중근에 대한 연구성과는 많은데, 신채호나 이회영 선생님 같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에 대한 작업을 하고 싶다. 자료들 대부분이 일본 초서체로 되어 있어 해독이 어렵다. 방대한 연구가 될 것이다.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부친이 렌즈회사를 경영했다. 거래처에는 재일 한국인이나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이 많았다. 그들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문화에 매료되었고,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다. 부친이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대 교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늘 "일본사람 중에는 없는 인격을 가진 분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또 학창시절에 재일교포 친구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한국인인줄 몰랐는데 친하게 지내면서 외국인등록증을 보여주며 자신의 한국인 본명을 알려줬다. 그 친구들과 사귀면서 한반도 분단의 이유가 일본의 식민지배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대학에서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학생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일본대학생들과 졸업한 학생들을 비교해서 얘기하겠다. 일본 젊은이들은 현재 꿈도 없고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안정적인 생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런 일본인을 따라가지 않길 바란다. 한국은 이제 한국 나름대로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동아시아 속에서 일본과 중국의 균형자 역할이 가능하다. 한국이 없으면 안 되는 동아시아 질서가 지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거기에 동참할 수 있는 실력과 비전, 그리고 올바른 사고방식을 갖고 성장해가길 바란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역할에 대해 조언과 제안을 한다면?
동북아시아 속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문제를 다루면서 독자적인 행보가 가능하다고 본다. 재단의 성격과 위상에는 남북통일에 협조할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런 것을 활발하게 살리면서 성장하는 재단이 되었으면 한다.
인/물/소/개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이며,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6년 한국인 여성과 결혼, 2003년 한국에 귀화했다. 도쿄대학 공학부에 재학 중, '명성황후시해사건'을 접한 후 충격을 받고, 일본이 왜 한국을 침략했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한국에 유학했다. 고려대에서 정치학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일본 고지도에도 독도 없다》, 《조선 선비와 일본 사무라이》, 《일본우익사상의 기저연구》(공저), 《우리 역사 독도》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