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발굴 보고가 시작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고구려 고분벽화는 2004년 중국 소주에서 열린 제 28차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유네스코 전체 회의에서 채택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관련 협약조항에 의거하여 세계유산위원회가 제시한 기준 내에서 뛰어난 보편적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문화 및 자연유산의 자산목록을 제정한다.
2003년 처음 신청서를 제출하였다가 중국 지역 유사 무덤과의 비교 연구와, 공동 등재의 필요성 등의 이유로 등재가 한 차례 연기되었던 북한의 고구려 고분군은 중국에서 제출한 '고구려의 도성, 왕릉, 귀족무덤'과 함께 등재되었다.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문화유적은 고구려 문화, 매장풍습, 생활풍속과 신앙의 중요한 증거이자 대표적 예술품이라는 점, 고분의 독창적인 건축 기술, 고구려 매장풍습의 인접 지역에의 영향력 등이 높게 평가되었다.
200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전후로 한·중 역사분쟁의 중심에서 학계와 일반 대중의 높은 관심을 받아온 고구려 벽화는 한국,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여러 학술대회와 전시회 등을 통하여 연구의 심화와 확대를 꾀해왔다. 동북아역사재단,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남북 공동조사, 동북아역사재단의 고구려벽화에 대한 단독 및 공동연구가 진행되었다. 에두아르 샤반느(Edouard Chavannes),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와 같은 초기의 발굴자와 오바 쓰네키치(小場恒吉) 등이 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일본 동경대학교박물관, 동경예대 박물관 소장 모사도 자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또한 고구려의 연구 현황을 다룬 국내 및 국제 학술대회가 여러 차례 개최되면서 고구려 벽화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논문이 나왔다.
한편으로 향후 고구려 벽화 연구의 심화와 보존 방안 강구를 위하여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고구려 벽화 연구의 현황과 콘텐츠 개발"이라는 기획연구가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이는 고고학, 미술사, 보존처리, 콘텐츠 개발 분야의 연구자들이 각 분야의 연구 성과를 분석하고 앞으로 연구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세계문화유산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의 현황 고찰
이번 연구에는 글로벌 문화자산으로서 고구려 벽화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하여 고구려 고분벽화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를 포함시켰다. 또한 외국학계의 연구동향 분석을 위하여 발굴부터 등재까지 고구려 벽화 연구에 공헌이 큰 일본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일본에서의 고구려 벽화 연구의 특징과 일본의 고구려벽화 연구와 우리나라 연구와의 역사적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이번 기획연구를 통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고구려 벽화고분에 대한 조사 및 분포 현황을 검토하여 현재까지 발견된 벽화고분의 수를 새롭게 상정하고 고구려 벽화고분의 편년안을 종합 정리하였다. 또한 남한과 북한, 중국, 서양의 고구려 벽화 연구 성과를 도판자료집, 연구동향론, 개설과 총론적 연구, 주제별 연구, 사상적·상징적 측면에 대한 연구, 전대 및 후대 회화와의 관계, 개별 벽화고분에 대한 고찰, 중국, 일본 및 중앙아시아 회화와의 관계 등의 연구 성과를 서술하였다. 보존분야는 벽화의 채색재료와 제작기술에 대한 연구, 관리와 환경문제, 보존처리를 위한 연구로 구분하여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고구려 벽화를 이용한 2D나 3D 등 시각 자료의 개발과 콘텐츠 관련 연구를 검토하고 고구려 벽화의 향후 콘텐츠 개발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 기획연구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의 현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향후 고구려 벽화의 연구 과제를 전망하고, 컨텐츠 개발 등 활용 방안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한 고구려 문화유산의 적극적 대외 홍보와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같은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연구 과제도 제시하였다. 중국 측이 중국문화의 일부인양 왜곡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고구려 벽화는 고구려 역사와 문화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연구자료를 광범위하게 축적하여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컨텐츠 개발로 고구려 문화유산의 세계화를
북한지역의 고구려 벽화고분에 대한 조사는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으로, 앞으로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조사와 분석이 가능하도록 관련 전문가들을 양성하고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지역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우선 한국 내에 있는 삼국-조선시대 벽화고분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하여 국내 고분벽화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동시에 일본의 다카마쓰고분, 기토라고분, 장식고분들과 중국의 한위진남북조시대 벽화고분에 대한 비교 조사와 자료정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앞서 집성한 자료를 기반으로 전문가들에 의한 벽화 콘텐츠 개발 기획이 필요하다. 콘텐츠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화의 목적과 방법에 대한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 보존과학 분야의 전문가들 간에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학술적인 목적의 DB화와 대중적인 목적의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하여 국민적 관심이 높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국내외 전시 개최, 도록 제작과 각종 자료 발간 등 대외 홍보에 폭넓게 활용 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중국의 연구동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문 후속 세대의 양성이 필요하다. 각 나라마다 정치적인 이유나 경제적인 문제, 접근성의 문제, 연구지원의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구하는 젊은 학자의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기초자료의 집성과 국제공조를 통한 발굴과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학문 후속세대들의 관심과 참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