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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독도! 울릉도에서는 보인다
  • 홍성근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지금까지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들이 몇몇 있었다. 서울대 이한기 교수의 《한국의 영토》(1969년)에 실린 <지리적 상황>, 영남대 박성용 교수의 《독도 울릉도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사회조직연구》(2008년)에 게재된 <독도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이와 거리>, 세무서장을 역임하신 정태만 씨의 <독도문제의 수학적 접근>(2008년) 등이다. 이 논문들은 울릉도에서는 독도를 볼 수 없다고 한 가와카미 겐죠(川上健三)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수학적으로 반증하거나, 울릉도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 울릉도에서는 독도가 보인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독도의 황금일출 '독도글로리'를 관측하다

이번에 재단에서 발간한 기획연구서 《독도! 울릉도에서는 보인다》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상시 관측한 실증적 결과를 역사학, 국제법, 기상학 세 분야의 연구자들이 분석하였다. 이 책은 2008년 7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울릉도에서 독도를 관측하고 그 모습을 촬영한 재단의 '독도 가시일수(可視日數) 조사'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제1장은 총론으로 필자가 1년 6개월 동안 독도 가시일수 조사를 실시하게 된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썼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육안으로 직접 보았다는 것은 학문적 분석을 넘어 독도가 울릉도와 역사 문화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으며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섬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2장에서는 단국대학교 역사학과 문철영 교수가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고찰하였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사실은 《세종실록》〈지리지〉(1454)와 《울릉도사적》(1694) 등 우리의 역사 문헌에 기록되어 있으며, 독도 가시일수 조사라는 상시 관측을 통해 실증하였다. 독도는 울릉도에서는 보이지만, 일본에서 제일 가까운 시마네현 오키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은 역사적으로 울릉도와 독도가 가시거리 안에 있는 하나의 생활공간으로서 본도(本島)와 속도(屬島)의 관계로 지각(知覺)되었음을 의미한다.

울릉도 석포마을 쉼터에서 바라본 죽도(대섬)와 독도

제3장에서는 필자가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의 국제법적 의미를 검토하였다. "맨눈으로 보인다"는 것과 관련하여 국제법상 논의 가능한 것이 '발견(discovery)'과 '지리 근접성(geographical contiguity)'인데, 이들은 완전한 영토권원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독도는 오랫동안 무인고도(無人孤島)로 있었으나, 울릉도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독도를 바라보았다는 것과, 울릉도와 독도가 짝을 이루는 섬으로 한국과 일본의 관찬문서 등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울릉도와 독도가 '법·역사적 일체(unity)'를 이루는 섬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하와이대학의 반 다이크(Van Dyke) 교수는 그의 논문(2007년)에서 "맑은 가을날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사실은 울릉도와 독도의 연결성을 더욱 강화시키며, 이 두 섬이 역사적으로 한국의 주권에 놓여 있었다는 것을 간접 입증해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시 관측을 통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울릉도 주민들이 앞마당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 길을 걷다가 찍은 사진도 있다. 울릉도 주민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독도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독도는 울릉도와 역사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제4장에서는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 황사연구과 전영신 과장과 이효정 연구원이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는 것을 기상학적으로 분석하였다. 관측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관측일지를 토대로 독도가 관측된 날의 위성영상과 기상일기도, 그리고 울릉도기상대의 가시거리 관측 자료를 비교하면서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는 날의 기상 조건과 특징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독도가 보이는 날 전후에는 대개 비나 눈이 내렸고, 계절은 9월에서 11월로 이어지는 가을에 잘 보이는 특징을 보였다. 즉 독도는 해무가 많이 끼는 여름보다는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나 봄에 더 잘 보이며, 하루 중에는 이른 아침시간, 또는 수평선이 확연히 들러날 때 잘 보인다. 1년 6개월의 짧은 조사기간으로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는 날의 기상 특징을 표준화할 수 없지만, 최소 월 평균 3~4회 이상 관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독도를 아주 멋있게 볼 수 있는 날도 알려주고 있다. 11월 초순과 2월 초순이 되면, 울릉도-독도-태양이 일직선의 황금선상에 놓이게 되는데, 이를 독도의 황금 일출, 이른바 '독도글로리'라고 이름 지었다.

부록에서는 독도 가시일수 조사의 관측책임자인 울릉도 주민 최희찬 씨가 1년 6개월 동안 독도를 상시 관측하면서 경험하고 느낀 소회를 적었다. 마지막에는 이 책의 집필자들이 2010년 7월 28일~7월 31일간 울릉도·독도를 현지 답사한 내용을 단국대 문철영 교수가 기행문 형식으로 썼다. 매일 독도를 바라보기 위해 독도를 향해 창문을 낸 농가와 지금은 없어졌지만 안용복 기념관 터가 될 농가를 오가며 밤을 지샌 기억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의 의미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단순한 사실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임에 틀림 없다. 내용이 자칫 무미건조하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다행히 집필자들의 직업과 연구 분야가 다양했고,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곳곳에 울릉도에서 바라본 독도의 갖가지 모습을 담은 사진도 게재하였다.

책을 발간하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정작 일상 생활에서 독도를 마주하며 살아가는 울릉도 주민들에게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독도는 단순히 보이는 것 이상으로 의미 있는 존재일 것이다. 독도에 대한 계속적인 인지(認知)와 그를 바탕으로 한 영유 의식(領有意識), 나아가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는 육지 고향과 그리운 이들에 대한 그리움의 '화신(化身)', 그러다 어느 새 사랑하게 되어버린 존재가 바로 독도가 아닐까? 이 한 권의 책을 대하는 이들과도 그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