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 자료를 찾으러 미국에 간다면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이 많을 터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1904년부터 만주지역에 영사관을 4곳(단둥, 다렌, 선양, 하얼빈)에나 설치하여 판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점, 1908년 루트 국무장관과 다카히라 일본대사 사이에 중국의 영토 보장을 약속하는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일본이 간도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미국 자료에 주목하는 것은 때늦은 것일 수도 있다. 우선 자료 현황이라도 파악해야 겠다는 생각에서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열흘 동안 보스턴과 워싱턴지역의 자료 조사에 나섰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대학교 퍼시 도서관에 있는 '하버드 지도 컬렉션'(Harvard Map Collection)을 방문하였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도 컬렉션으로, 초기 뉴잉글랜드 지도와 아메리카 철도 지도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 한국 고지도와 식민지 시기 지형도를 열람할 수 있었는데, 특히 1904년 미국에서 제작한 '조선과 만주' 지도와 1904년 프랑스에서 제작한 'Moukden(중국 선양의 만주어 명칭)' 지도는 한반도와 만주지역의 교통로와 수계를 상세하게 표시하고 있었다.
워싱턴에서는 의회도서관과 국립문서보관소를 방문하였다.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의 필사본 부서는 미국 대통령과 정부 각료 및 NGO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데, 1907년에서 1910년까지 국무장관을 역임한 인물들의 개인 기록을 조사하였다. '루트-다카히라' 협정의 당사자인 루트 국무장관(Elihu Root, 1905~1909 재임)의 경우, 6만6천개 주제와 256개 컨테이너라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소장하고 있어서 체류기간 동안 몇 개의 자료박스를 뒤지는데 만족해야 했다.
의회도서관의 지리·지도 부서는 약 550만 장의 지도를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지도 컬렉션으로, 한국 지도는 지도보관실, 지형도실, 수장고에 각기 소장되어 있으며, 공개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고지도와 귀중본은 '볼트(Vault)'본으로 분류하여 별도의 수장고에 보관하는데, 다행히 수장고에 있는 18세기 여지도(輿地圖)와 1880년대 일본 참모본부에서 제작한 한반도와 만주지역 군사지도를 열람할 수 있었다.
미국 소재 간도 자료 수집 가능성 확인
워싱턴 교외에 있는 국립문서보관소(The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는 정부에서 생산한 기록을 영구보존하는 곳으로, 미군정, 한국전쟁, 베트남파병 등 한국현대사 관련 주제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다. RG59, RG84로 분류된 미국무성 자료 속에 만주지역 미국 영사관 자료, 간도문제 관련 관련국과의 협의 자료, 만철중립화 관련 자료 등 간도 자료가 산적해 있었지만 열람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영사관 기록 중 일부였다. 그중에서 하얼빈 미국 영사관에서 안중근의사의 하얼빈의거를 본국에 알리는 문서를 확인하였고, 단둥 미국 영사관에서 올리는 1910년 압록강지역 정세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지도(주로 1940~50년대 군사지도)가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망외의 소득이었다.
이번의 미국 자료조사는 짧은 일정 때문에 산재한 자료더미를 주마간산격으로 지나칠 수 밖에 없었지만 미국 소재 간도 자료 수집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 확보한 자료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간도 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수집 및 수집한 자료의 활용과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자료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듯이 미국 소재 간도 자료는 지역연구로서 간도문제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