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중수교 20년이 되는 기념비적인 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에도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수교를 서두르던 우리에게 중국 측은 물이 흐르면 도랑이 생긴다며 느긋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제 도랑이 아니라 하늘과 바다에 큰 길이 열렸다. 지난해 한중간 하늘길과 바다길을 통해 668만여 명의 국민이 상대국을 방문하였으며 2,456억 달러의 상품이 서해를 오갔다.
한중관계는 지난 20년 동안 경제·통상, 인적교류, 문화 그리고 정치·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수교 당시 64억 달러인 양국교역액은 2,456억 달러로 38배 증가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무역상대국이며 한국은 중국의 제3위 무역상대국이다. 중국과의 교역액은 한국의 제2위, 제3위 무역상대국인 일본과 미국의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크다. 대중투자액(누계기준)도 1992년 2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실적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삼성그룹은 중국에서 600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현대·기아자동차는 114만대의 차를 생산·판매하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50만 여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으며 418만여 명의 한국인이 중국을 방문하였다. 중국과 한국에서 유학중인 학생 수가 각각 68,000여 명과 64,000여 명으로서 외국인 유학생 중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한국은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러한 양국의 성장은 한중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10%의 초고속 성장을 하여 이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갖춘 국가로 휴대전화, 조선, 반도체, 자동차 분야 등에서 세계적인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한중 수교는 중국의 개방정책과 실사구시정책의 성공사례
1992년 개혁·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를 통해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였으며 한중수교의 결단을 내렸다. 한중수교는 중국의 개방정책과 실사구시정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며 한중 양국의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우물물을 마실 때에는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해야 하듯이 북방외교를 추진하여 중국, 소련 등 사회주의국가들과 수교를 성사시켜 관계증진의 초석을 깔아놓은 노태우 정부를 기억해야할 것이다. 이후 역대정부는 이러한 초석 위에 중국과의 관계를 한 단계씩 격상시키며 증진시켜왔다.
물론 현재의 한중관계를 평가하면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많다. 2008년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켰지만 과연 실제로 이러한 용어에 걸맞는 관계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다. 지난 20년간 한중관계에 크고 작은 도전이 많았다. 북핵문제, 탈북자문제 등 북한문제외에도 역사왜곡문제, 문화원조 논쟁, 서해불법조업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특히 2010년에는 한중관계에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대해 중국은 한국정부가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냉정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북한에 편향한 중국의 행태에 대해 우리는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의 빠른 부상은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으며, 미중간의 힘겨루기는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한중관계에는 적지 않은 도전이 있게 될 것이다.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 중국은 축복의 땅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관계를 보다 발전시킬 전략을 세워야
수교 20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보다 높은 곳에서 멀리 보며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우리의 외교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고 이를 수행하는 체제를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는 한국과 중국 모두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선출되는 해이다. 우리는 앞으로 5년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화해와 통일의 길로 우리를 이끌어갈 조타수를 뽑게 된다. 국제관계 특히 미·중·일·러 등 주변 4강과 북한에 대한 이해가 깊고 원대한 외교비전과 이를 치밀하게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외교대통령이 탄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