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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일본의 '보통국가화' 움직임과 일본주의
  • 이원우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국학과 일본주의

최근 일본 사회 내의 여기저기에서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국이 깔아 놓은 '비군사국가' · '민주국가' 라는 궤도를 벗어나려고 하는 움직임이 산견되고 있다. 일찍이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가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주창했지만, 최근엔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도오루(橋本徹)가 주도하는 오사카 '유신의 모임(大阪維新の会)' 도 국가변혁을 꿈꾸고 있다. 또한 동경을 비롯하여 각 지에서 정치숙(政治塾)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오사카 유신의 모임에서 제시한 중의원선거용 공약집 「선중8책(船中八策)」 은 그 이름도 막부 말기의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선중8책' 에서 따온 것처럼,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이미지를 어필하고자 명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중8책」 은 ① 통치기구의개선, ④ 교육개혁, ⑦ 외교·방위개혁,(8) '헌법개정' 등 우리의 관심을 끄는 항목들을 담고 있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막말의 일본 상황과 유사한 측면도 없지 않다. 막부 말기에는 서구 열강, 특히 미국이라는 해일에 의해 개국을 했지만, 현대의 일본은 자연재해인 동일본대진재(東日本大震災)와 중국의 본격적인 부상으로 또 한 번의 '유신' 을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이 어떠한 몸부림을 치든 거기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 과거에도 있어왔고 앞으로도 형태를 바꾸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 '일본주의' 이다. 최근 이러한 일본주의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의 국학에 관한 역서 (『일본 '국체' 내셔널리즘의 원형-모토오리 노리나가의 국학』)와 연구서 (『국학과 일본주의-일본보수주의의 원류』)를 재단에서 간행하였다.

일본 '국체' 내셔널리즘의 원형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 1730-1801)는 에도 중기의 이세(伊勢) 마츠자카(松阪) 사람으로 의사를 생업으로 하면서 많은 고전연구를 하여 일본 국학의 기초를 닦은 학자이다. 현인신(現人神)으로 '만세일계(萬世一系)' 의 천황이 다스리는 일본을 세계 최고의 나라로 여기고, 식민지 및 침략전쟁에서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기꺼이 그의 신민(臣民)으로서 충성을 다짐했던 전전 일본의 보통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지금도 간간이 들려오는 '신국(神國)' 일본론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 일본 '국체' 내셔널리즘의 원형』은 그에 대한 해답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 책은 노리나가의 저명한 저서 『다마쿠시게(玉くしげ)』 를 비롯한 4편을 소개하고 있다. 노리나가는 정치·경제의 토대가 되는 '도(道, 미치)' 를 논하면서, 그 '도' 는 예로부터 일본에 전해지고 있는 '신의 도리' 로서, 이것이야말로 '참된 도' 이며, 중국(외부)에서 들어온 유학이나 불교에서 말하는 '도' 는 샛길(枝道)이므로 관련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노리나가의 고도론(古道論)은 '일본주의' 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학(國學)과 일본주의 - 일본적 보수주의의 원류

일본 우익들의 데모

국학은 일본적 사고패턴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상 중의 하나이며, 오늘날까지도 그 잔영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의 과거를 알고 오늘을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구 되어야 할 사상이다. 『국학과 일본주의-일본보수주의의 원류』 는 일본의 국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한 연구논문집으로, 에도 전기의 형성과정과 배경에서 국학의 집대성자로 일컬어지는 노리나가의 사상, 그리고 그 흐름이 이후 어떻게 계승되는지를 고찰하여 일본의 자국중심주의적인 사상의 형성과 이것이 이후 한일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규명하는 글들을 다루고 있다.
「 '일본주의' 탄생의 조건과 과정」 은 노리나가의 일본주의를 낳은 제반 조건을 배경으로 그 탄생의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제질서에서의 고립과 탈중화(脫中華)정책이라는 지정학적 조건, 조선과 중국에서 수용된 신유학(新儒學)이 머지않아 변용을 거치면서 좌절하게 되는 사회정치적 상황, 시장경제의 발달과 더불어 사적 개인의 욕망을 긍정하고 그것의 향유를 추구하는 현세적 쾌락주의라는 가치관의 일반화, 유학적 규범 및 제도 없이도 장기적으로 지속된 '태평' 이라는 인식과 천황의 부상이 맞물려간 시대성이라는 조건들이 일본주의를 추동한 힘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외에, 모토오리 노리나가 국학의 구조와 특징에 대해 분석한 글 (「일본 '국체' 내셔널리즘의원형: 모토오리노리나가 국학의 빛과 그림자」), 평민들의 존왕양이운동, 메이지정부의 국가신도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히라타 아쓰타네(平田篤胤, 1776-1843)의 코스몰로지에 함의된 일본주의를 분석한 글(「아쓰타네 국학의 코스몰로지와 일본주의: 『영능진주』 를 중심으로」), 비국학자들의 일본주의에 대한 분석과 함께 그것에 내포된 국학의 일본주의와의 차별성에 대해 분석한 글 (「에도시대 국학의 일본주의에 대한 일고」), 야나기타 구니오(柳田國男)의 '신국학' 론을 중심으로 국학이 근현대 일본에서 어떠한 흔적과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글 (「 '신국학'으로서의일본민속학성립과 일본주의의 전개 : 야나기타 구니오의 『신국학담』 을 중심으로」)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란 과거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으나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삶을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일관계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의미있는 도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1858년의 미일수호통상조약체결 후 30년 만에 막부가 멸망하고 근대국가 일본이 태동했다. 이번엔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나 '보통국가 일본' 의 탄생은 필지의 역사적 귀결로 보인다. 한일 간에 독도문제를 비롯하여 적지 않은 역사현안을 안고 있는 우리는 '보통국가 일본' 의 등장 움직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