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일본의 수도 도쿄 도심에서 일본 정부의 차관급 관료와 국회의원이 대거 참석한'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문제의 빠른 해결을 요구하는 도쿄집회'가 개최됐다. '일본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 연맹'과 '다케시마·북방영토 반환요구 운동 시마네현민 회의'가 주최하는 집회였다. 독도 관련 집회의 도쿄 개최도, 그동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행사의 참석에 신중했던 일본 정부인사의 집회 참석도 전례 없는 일이 어서 독도문제를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한층 경색될 것이 우려되었다.
도쿄 도심에서 '독도의 한국 실효지배'에 대한 비판 강조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를 관통한 것은 '한국의 실효지배'에 대한 비판이었다. 당초 주최 측은 노다 총리를 비롯한 각료 8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각료는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권의 외교 분야 핵심 인사인 야마구치 쓰요시(山口壯) 외무성 부상과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외교 담당 총리보좌관이 행사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참의원 간사장인 이치카와 야스오(一川保夫) 전 방위상 등 8개 정당 간부가 인사말을 했다. 또 여야의원 49명이 직접 참석했고 13명은 대리인을 출석시켰다. 처음 인사말을 한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여·자민당 의원) 의원연맹 회장은 한국의 실효지배 사례를 열거하며 정부에 다케시마 대응 부서를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미조구치 젠베에 시마네현 지사는 집회 인사말에서"오늘 집회는 다케시마 영유권 주장이 전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정부는 담당 부서를 설치하고 국민에게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는 홍보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어서 발언대에 나선 참석 의원들은 잇따라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다함께당의 사쿠라우치 후미키 정책조사회 부회장은 인사말에서"(한국이) 우리 영토를 무력으로 침략한 만큼 개별적 자위권을 발동할 요건에 해당한다"고 발언했다. 히라누마 다케오 '일어나라 일본'대표는"대처 전 영국 총리가 포클랜드 섬을 탈환했듯 우리도 다케시마를 찾으려면 (전쟁을 금지한) 헌법을 고쳐 진정한 독립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마구치 부대신은"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며 "다케시마 문제는 일본의 주권에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최근 한국 정부 측의 일련의 조치는 용인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숨에 이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지만 끈기 있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발언했다.
필자는 10일 나가시마 총리보좌관의 집회참석 소식을 접하고 보좌관사무실로 전화를 하였다. 노다 정부의 외교안보담당 핵심인사인 총리보좌관이 우익들이 주최하는'竹島문제조기해결 요구도쿄집회'에 참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기위한 것이었다. 나가시마 보좌관과 작년에 두 번 (08. 06, 10. 28)의 인터뷰 경험이 있던 필자는 우익들과 확연히 의견을 달리했던 보좌관이 집회에 참석한 이유를 알고 싶었다. 12일 오전에 약속되었던 면담을 위해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르자 보좌관 보좌진이 수상관저 내에 있는 보좌관 사무실로 안내했다.
나가시마 보좌관은 11일 저녁이나 12일 오전에 주일한국대사와 만나 설명하려고도 생각했지만, 대사에게 설명할 경우 공연히 발생하게 될 외교문제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대사에게 말하면 대사는 어쩔 수 없이 유감의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 라는) 판단에서 그만두고 마침 연락이 온 필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집회 참석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권기반 다지기
나가시마 보좌관이 밝힌 동경집회 참석 이유는 우리 언론에서 보였던 "일본 정부가 고위 관리의 독도집회 참석을 허용한 것은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며, "일본이 전체적으로 보수화되면서 자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독도문제를 이용하려는 것 같다"라는 등의 평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일본 국내정치는 역사인식문제와 이와 밀접히 연계되어 있는 '평화헌법'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 그리고 국가주의와 밀접한 영토주권문제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정치세력으로 분열되어 있다. 흔히 보수세력들은 현 민주당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하고, 민주당을'매국적 역사인식'의 소유 집단 및 국가관이 희박한 집단으로 비판한다.
자민당을 비롯한 보수정치세력은 민주당정부를 공격할 호재로서 영토주권문제를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일본의 우익들은 3.11동북지역 대지진의 영향으로 인해 일본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불안 요인을'좌파정권'민주당정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국가주의'를 부추기며 궁극적으로는 헌법개정의 여론 조성에 이용하고자 하는 듯하다. "다케시마를 찾으려면 (전쟁을 금지한) 헌법을 고쳐 진정한 독립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 히라누마 대표의 발언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