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8월 11일부터 19일까지 2012년도 재단 기획연구 "동아시아 지역 영토분쟁의 과거·현재·미래 - 독도 영유권 수호를 위한 함의를 찾아서" 연구와 관련,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 미국 (뉴욕, 보스턴, 워싱턴, 호놀룰루) 출장을 다녀왔다. 본 출장에는 프로젝트 공동연구위원인 충남대 고준봉 교수가 동행했다.
동아시아 지역 영토분쟁 관련 전문가 7인의 의견 청취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토분쟁은 그 중심에 일본이 있다. 센카쿠제도 (중국명 : 댜오위다오, 釣魚島)를 둘러싸고는 중국과 험악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고, 쿠릴열도를 둘러싸고는 러시아와 힘겨운 외교전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도에 대한 도발이 한일 양국 간 감정싸움으로 번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관련 분야 전문가 7인에게 작금에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영토분쟁에 대한 개인의 견해와 미국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담자들은 대체로 센카쿠제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과 독도 문제, 그리고 중국의 대국화(大國化)가 초래하게 될 동아시아의 외교안보 전반에 대한 개인의 생각과 미국의 입장을 기탄없이 이야기했다.
1. 찰스 암스트롱(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 일시 : 8월 13일(월) 10:30~11:30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이 서로를 자극하는 행동은 피해야 하고, 양국이 너무 서로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최선의 정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국내정치적인 고려가 큰 것으로 판단되고, 한국의 대선 일정을 고려할 때 그런 추측이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해양영토분쟁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군사적 충돌의 회피가 우선 고려 대상이지만 동시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세력균형(counter-balance)도 중요한 고려점이다. 독도문제와 센카쿠 문제를 연계시켜 해결하려는 아이디어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은 한미일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고, 미일/한미 관계의 비중이 변화하는 조짐은 있으나, 어느 한 쪽이 약화되기 보다는 중요성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는 가운데 두 관계 모두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중요성이 커지기는 했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에 핵심적인 국가이다. 세 번째 아미티지/나이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지만, 한미동맹에는 그러한 인물이 아직 보이지 않으나 미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중요성은 잘 모르겠다.
남중국해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핵심이다. 여기서 중국의 우려와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 모두를 미국은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센카쿠제도에 대한 관심도 갑작스러운 것이라기보다는 점차적으로 관심이 증대되어 현재는 잠재적 발화점(flash point)이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 존 박 (하버드/MIT 공동연구팀 박사)
◇ 일시 : 8월 14일(화) 10:30~13:00
센카쿠제도와 관련, 중국 내에는 어림잡아 7개의 이익집단(정부기관 포함)이 존재하는데,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흡한 상태이다. 만약 독도에서 일본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오히려 중국이 센카쿠에 대해 더 강하게 접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일본이 외교정책에서 마비 상태인 점은 인정할 수 있다. 즉 보통국가가 아직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일종의 열등감이 있을 수 있고, 이런 문제가 독도와 관련하여 작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마비는 자기가 초래한(selfinduced) 것이라고 판단된다.
독도문제는 일반론적인 주장보다는 명확한 단계별 정책적 목표와 행동 계획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독도에 대한 포용적 재조정(inclusive recalibration of Dokdo)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독도와 관련하여 배타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정책적 미세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균형 도모(rebalancing)는 동아시아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보다는(not to resolve) 관리하고 문제의 소지를 최소화하는(but to manage and minimize the problems) 데에 방점이 주어진다. 따라서 한국의 명확한 행동 계획을 가지고 미국의 균형 도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제시하면 미국이 관심을 가지고 다른 한편으로 고마워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3. 테일러 프레이블 (MIT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 일시 : 8월 14일(화) 14:30~15:30
미국은 해양영토 분쟁과 관련하여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오고 있다. 하나는 접근성 확보(access)이고, 다른 하나는 안정(stability)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의 균형도모(rebalancing)는 아직까지는 상징적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인 정책적 내용은 앞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가운데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가장 큰 변수이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필리핀과 베트남의 편을 들어주는 인상을 주는 것은 잘못일 수 있다.
영토분쟁 문제는 결국 주권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휘발성이 강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천연자원의 개발 문제까지 결부되면 주권의 문제가 보다 두드러지게 되고 민족주의적 반응이 더해지면서 전형적인 작용-반작용의 안보 딜레마로 귀결될 가능성도 커진다.
독도와 센카쿠를 연결하는 설득 방법은 비현실적으로 판단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외교의 중요성을 현저히 감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센카쿠를 둘러싼 직접적 충돌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하게 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중국 해군이 센카쿠문제와 관련하여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중국 군부가 이런 갈등을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전략적 수준에서는 중국 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작전적 수준에서는 조금 다를 수 도 있다. 여전히 중국 특유의 중앙통제는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나, 아직까지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정책 조정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즉 관련 행위자들이 매우 사후대응적(very reactive)인 상태이다. 따라서 중앙에서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면 정책의 실행에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4. 마이클 스웨인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위원)
◇ 일시 : 8월 15일(수) 11:00~12:00
동아시아 해양영토분쟁과 관련된 미국의 첫 번째 관심은 무력사용의 회피이다. 그 가운데 불안정화 및 갈등의 상승을 억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갈등도 원하지 않는다. 아울러 분쟁과 관련하여 원하지 않는 개입을 피하려고 한다. 두 번째는 항행(航行)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고, 세 번째는 미국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건의 추이에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이 특히 남중국해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속에서 미국 언행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생길 소지가 존재한다. 네 번째는 조금 큰 틀에서 구심점(pivot)과 균형 도모의 관점에서 미국이 접근한다고 보아야 한다.
해양영토분쟁 문제는 그 성격 자체가 간단하지 않다. 모든 국가가 정당한 주권적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여기에 민족주의가 결부되고 안보 문제화하면서 얘기는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중국은 경제적 성장과 아울러 더 많은 배를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관심 사항이다.
중국은 관련 이슈에 대한 통제력이 좋지 않다고 판단된다. 즉 정책 과정에 있어서 합리성이 결여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기관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추진하는 사례가 있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한마디로 최고 정책결정 수준에서 조정이 결여되는 상황이지만 중일간에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력 충돌은 양자의 이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도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 내에도 조정의 미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종 중국 반대자에게 미국이 의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국 산샤 지방정부의 출범에 대해서 미국이 직접 거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클린턴이 좌지우지해서 외교정책 과정에서 균형이 사라졌다. 따라서 현재는 핵심 인사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향후 5~10년간은 중국 때문에 미국이 입장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런 상황이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양극적 역동성(dynamic)은 자기 과신(overplay)을 촉진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근본적 문제는 미중 양국이 안정을 보는 기준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이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 당국도 미국의 상대적 능력 감축을 인식하고 있다.
5. 마이클 부시 (부르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 일시 : 8월 15일(수) 14:30~15:30
최근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관련해서 미국은 평화와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관련 주변국들과의 좋은 관계 유지가 미국 이해의 핵심이다. 현재도 동아시아와 관련하여 북핵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영토분쟁의 대두는 어업, 유전, 가스 등 천연자원의 활용 문제와 중국·일본 등의 민족주의 고양, 중국의 전략적 이익의 확대 등에서 연유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은 능력도 같이 신장되고 있다. 부수적으로 중국과 일본은 집단 지도체제(collective leadership)인데 그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최근에는 중국 해군보다 해경이 더 강하게 나오는데 중앙이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예산, 최신장비, 명예 등을 추구하는 개별 집단이 있고, 중앙정부의 정책에도 모호성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개별 기관들이 이용함. 일본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간 미국의 정책은 일관되어 왔기 때문에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예외로 북방열도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편을 들어주었다. 미국은 기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관련국들 간의 호혜적인 관계를 위해 좋은 게임의 규칙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다른 동남아 국가의 편을 드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미국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왜냐하면 미국의 전략적 목적이 중국의 봉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균형 도모도 중국이 너무 강하게 나오는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내에서 적대적 관계가 장기화 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갈등을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어 보인다. 물론 중국과 일본이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경우는 신속히 개입해서 정리할 것이다(decisively and quickly). 센카쿠에 대해서 중국인들은 100% 자기 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6. 찰스 새먼 대사 / 7. 제프리 호넝 교수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
◇ 일시 : 8월 17일(금) 13:00~14:30
새먼_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관련하여 미국의 전략적 관심은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울러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않고, 갈등을 우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물론 센카쿠에는 특별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미일안전보장조 약 5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실망스럽다. 한국과 일본의 좋은 관계는 미국에 굉장히 중요하다. 남중국해에도 미국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중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물론 일본이 한국에 대해서 과거에 대해 중요한 반성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도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호넝_ 다른 영토분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편을 들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한미일 3자관계는 2003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과거에 대해 크게 공식적으로 반성하거나 미안하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베트남 등 다른 사례). 독일과 프랑스 사이도 마찬가지다. 잘 지내면서 협력하면서 가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다른 한편, 일본이 사과를 한 후 국내적으로 그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이 있어서 사과가 잊혀지거나 의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일이 반복되어 오면서 일본의 사과의 의미는 평가절하 되어온 상황이다. 이런 견해가 미국 내의 보편적인 견해(dominant view)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내 지한파의 지원을 잃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며 미국 관료들도 힘들어 할 것이다. 3자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은 양자관계와 3자관계를 모두 약화시키기 때문에 문제이다. 그런데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의 관점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새먼_ 중국의 상대들이 오판(誤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필리핀과 베트남을 어떻게 다룰지가 문제이다. 중국도 이제 정부가 바뀔 것이다.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만약 센카쿠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은 신속히 개입(decisively and quickly) 할 것이다. 중국 관점에서 중미관계, 미국 관점에서 미중 관계, 동아시아의 패권 문제가 보다 큰 변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