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연구소 소식
2012년 검정통과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심층 분석 학술회의 리뷰
  • 서종진 |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지난 7월 27일 재단은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에 합격한 고등학교 교과서의 한국 관련 기술 내용을 분석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회의는 3월 27일에 검정 통과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 274종 가운데 역사·지리와 공민 과목 교과서 39종 교과서의 한국 관련 기술 내용에 대해 검토하고 분석한 것을 재단 내부 연구위원들이 발표하고, 외부 전문가를 초청하여 검정 교과서 기술의 변화와 특징, 문제점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교과서문제는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역사 갈등 요인으로서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한일 간의 역사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교과서문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내용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재단은 현재 전시중인 검정 신청본을 입수하여 재단 내부 연구위원들이 내용을 검토하고 분석하여 이번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들 새로운 교과서는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그 변화와 특징 등을 논의한 이번 학술회의는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 관련 기술 검토·분석

이번 교과서 검정은 일본 보수 세력이 주도하여 약 60년 만에 개정한 교육기본법(2006년)과 이에 맞춰 고시된 고등학교 신학습지도요령(2009년 3월) 및 학습지도요령 해설(2009년 12월)에 의거하여 이루어진 첫 검정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사 교과서의 한일관계 기술 내용을 비롯하여 지리와 공민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한국강제병합,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국 관련 기술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가를 검토·발표하는 것이 이번 학술회의의 주된 내용이었다.

먼저 쓰쿠바대학의 이토 준로 교수가 2012년 교과서 검정의 의미와 일본 교과서제도의 이해를 위한 발표를 하였다. 이토 교수는 일본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되는 '학습지도요령 및 해설'의 개정 내용을 대해 소개하면서 지리·역사 과목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번 검정이 갖는 의미를 정리하였다. 개정된 학습지도요령에서는 '일본 국민'으로서의 자질을 육성한다는 것이 지리·역사과의 목표로서 제시되었으며, 역사(세계사, 일본사) 과목에서는 특히 근현대사의 학습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토 교수의 발표 이후에는 재단 연구위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연민수 연구위원은 일본 역사교과서의 고대 한일관계 기술 내용을 분석하였다. 일본 교과서의 한국 관련 고대사 서술은 정치사적인 측면에서 한반도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문화사적인 측면에서는 일본 고대문화의 형성에서의 도래문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또한 한반도 남부에 대한 세력권의 형성이나 영향력을 미쳤다고 주장하는 서술이 아직 남아있어서 한일 간의 학술교류와 대화가 필요하며, 교과서의 수정을 위한 국내 학계의 연구 성과의 소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중·근세사는 윤유숙 연구위원이 왜국, 조선의 국호, 임진왜란 등 주제별로 나누어, 신구 교과서 내용을 비교 검토하였다. 왜구 관련 기술에서는 그 구성원에 조선인을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문제이며, 조선이라는 정식 국호 대신 식민지기에 조선을 폄하하는 의미로 사용된 '이씨조선'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임진왜란과 관련하여서는 조선 침략을 기술하면서 '출병' 또는 '파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용어 사용은 일본에 의해 일방적으로 감행된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이 은폐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침략전쟁에 이르는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조선이 일본의 요구인 명으로의 안내(征明嚮道)를 거절한 것이 전쟁의 원인인 것으로 하여 오해의 여지가 있는 기술도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이 외에도 에도시대 한일관계에서 조선통신사와 왜관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근대에서는 정한론과 관동대지진, 일본군 '위안부' 기술에 대한 상세 분석과 함께 동아시아사적인 관점에서 일본 교과서 기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원우 연구위원은 메이지 시대 교과서와 함께 이번 검정 통과한 교과서에서의 '정한론' 기술 내용을 검토하였다. 일본 고등학교 우익교과서로 분류되는 명성사의 교과서에서는 정한론의 주창자인 사이고 다카모리를 평화 사절론자로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김민규 연구위원은 일본의 교과서 서술에는 '동아시아사'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관동대지진과 학살사건에 대한 기술 내용을 검토한 서종진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 보수 우익 언론의 관동대지진 관련 교과서 기술에 대한 '공격'을 소개하고, 관동대지진 당시 유언비어와 '학살사건' 관련 기술에서 그 주체를 모호하게 기술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서술 현황은 서현주 연구위원이 분석하였는데, 최근에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교과서 서술이 양적으로 감소하고 서술 내용도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 발표자는 화해를 위한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기술의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남상구 연구위원은 역사과목 외에 지리와 공민 과목을 포함한 일본 고등학교 교과서의 독도기술 추이와 현황을 분석하였다. 발표자에 의하면, 일본 교과서의 독도관련 기술은 2003년 이후에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번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검정 통과한 교과서와 이전 교과서를 비교하면 4개 교과서에 새롭게 독도 기술이 등장하였는데, 일본 교과서에서의 독도 기술의 증가 및 '고유영토론'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학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종합토론 시간에는 교과서 전문가들이 참석하여 재단 연구위원들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향후 교과서 분석이 학술적인 근거와 함께 보다 큰 틀에서 일본의 역사인식을 비판하고 양국의 역사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일본 역사교과서의 한국 관련 기술 검토·분석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영토문제를 비롯하여 역사인식 문제로 인해 국가 간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교과서문제를 포함하여 역사인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은 하루아침에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교류와 대화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 채택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며, 이번에 검정 결과가 나지 않은 나머지 고등학교 교과서를 검정하는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일본 검정 교과서 분석 학술회의에서는 한일 간의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교과서 기술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과서 기술의 개선을 위해서 양국 학자와 전문가들의 역사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