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재단은 2012년 7월 5일부터 8월 3일까지 발해 염주성(渤海 鹽州城: 현재 러시아 연해주 크라스키노 소재)에 대한 발굴을 '러시아과학원 극동역사고고민속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하였다. 이번 발굴의 주요 성과와 의미는 무엇인가?
Answer
이번 발굴의 성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연해주 지역과 염주성 발해유적의 고고학적 가치
연해주 지역에는 현재 200여 곳 가까운 발해유적이 보고되고 있으나, 크라스키노 발해 유적 등 몇몇 유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유적지가 지표조사 수준이다. 연해주의 발해시기 유적들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주거유적이며, 그 다음으로 성터, 고분유적 등의 순이다. 하지만 고분유적 중에서 러시아 발해 전문가들에 의해 발해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크라스키노 고분군과 체르냐찌노 5고분군 등 2개소에 불과하며 절터가 5개소, 나머지 건물유적, 동굴유적, 광산유적은 그 수가 극히 적다. 그 중 재단이 발굴하고 있는 크라스키노 발해 염주성 유적은 1980년대 이 후 러시아에서 본격적으로 발굴되어 오다가 1990년대 이 후 한국과의 공동발굴과 보고서 발간이 추진되고 있다.
염주성 유적은 연해주 발해유적지의 기준이 되는 곳으로, 중국의 발해사 인식에 비해 러시아 학계와 공동으로 발해 역사 해석을 고구려 계승성을 중심으로 해석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과 동아시아 발해 유적조사의 모델로 자리매김 할 수 있어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다듬잇돌'의 발굴의미와 학술적 가치
이번 발굴 기간에 거둔 최대의 성과는 발해유적 발굴사상 최초로 드러난 '다듬잇돌'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발해 다듬잇돌이 그동안 문헌에서만 간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발해시대 다듬잇돌 사용을 확인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물이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고고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이번의 다듬잇돌은 발해 유적 발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것으로 염주성에 대한 한국과 러시아의 발해유적 공동발굴 역사상 거둔 최대 쾌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 발굴은 새롭게 노출된 온돌의 확인을 위한 섹터(sector) 확장과 정리 중 이루어졌다. 필자는 발굴 현장에서 이 돌을 바라본 순간 발해 사신 양태사(楊泰師)가 남긴 시에 전해져 오던 '다듬잇돌'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수차례에 걸친 검증을 통해 언론에 보도한 바 있다. 『발해국지장편(渤海國志長編)』 권18 문징(文徵) 제4류(類) 시(詩)에 근거하여 윤문하여 일부를 소개한다.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楊泰師
서리 내린 달밤에 강물은 환히 밝고
나그네 고향생각 호젓한 이밤이여.
지리한 긴긴밤에 시름겨워 애닮은데
이웃집 아낙네 다듬잇 소리만 들려오네.
바람타고 또닥또닥 멎었다가 또 들리며
밤이 깊어 별이 져도 끊길 줄 모르는구나.
내 나라 떠나선 못 들었던 저 소리를
이 밤 타향에서 들어보니 그 소리 똑같아라.
...
이하 생략
그야말로 문헌에서 볼 수 있었던 발해 다듬잇돌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 현장의 발굴책임자들은 맘껏 쾌거를 불렀다. 측정 결과는 장방형 구조로 길이 67cm, 너비 18cm, 높이 8cm이다. 천여 년 전 발해성 안에서 집집마다 퍼졌을 다듬잇 소리를 이제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다듬잇돌의 발굴은 발해 시대 주거문화 확인을 통해 발해인의 생활문화 복원에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질 발굴 방향과 기대 효과
이번 발굴은 크게 재단과 러시아 측의 공동발굴로 진행하였고 올해 성과는 작년에 처음으로 규명한 염주성 내의 계획 축조 확인의 연장선에서 거둔 것이다(2011년도 발굴성과는 올해 말 출간예정 발굴보고서 참조). 작년에 노출된 석렬 기단 구조물의 연장 확인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존 구역의 서쪽으로 둑 1m를 두고 10m×5m 범위의 발굴을 먼저 시작하였으며, 47구역의 4섹터로 명명하였다. 표토 층을 제거하고 20cm 깊이로 정리를 하여 가자, 대형의 온돌이 드러나기 시작하였고, 이 때 염주성에서는 최초로 발해 시기 철제 창2점(25.9cm, 24.1cm)을 고래 사이에서 수습하였는데 이 유물은 연해주에서는 체르냐치노에 이어 두번째로 출토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발굴 구역의 확장과 심화 발굴 진행을 토대로 염주성 도성은 계획된 구획 시설이 계속 이어짐을 확인하였고 중요한 유물을 속속 출토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후 발굴의 방향은 확장과 심화 발굴을 통해 다양한 구조물의 확인에 두고 있다.
발굴한 지역은 성내에서도 가장 지대가 높아 주위 조망이 유리하고 다양한 유구들이 밀집한 곳이다. 따라서 이후 발굴은 두 구역을 연결한 성 북부 지역의 전체 조사를 추진하고자 한다. 세부적으로는 러시아 측의 지구자기측정 결과 추정되는 성내 내성(內城) 구조로의 확장이며, 또 성내에 완연히 남아 있는 20세기 초 고려인 주거지에 대한 확인도 가능하게 되었다.
재단은 앞으로 성 북부 지역에 대한 5개년 발굴 계획을 마련, 염주성 도시구획의 전모를 파악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과 러시아 발굴 실무진들간 토의를 거쳐 발굴 종합보고서와 관련 유적 유물 자료집 등의 도서 발간과 학술회의를 통해 그 성과를 종합하는 시간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