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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열도 속의 아리랑'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를 재조명하다
  • 남상구 |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친절한 담임선생님은 소년의 부정확한 일본어 표현을 찾아내 교정해 주었다. 소년은 틀린 일본어 용법을 깨닫기 시작하자 집안에서 사용하는 일본어의 오류에 민감해지고 혐오감마저 갖는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개인사를 좀처럼 말하지 않았던 재일동포 2세 이성시(李成市) 와세다대 교수(1952년 생)가 자신의 개인사를 섞어가면서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 한일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특별 기획전시, 영화 상영회,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 마련

위 이야기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서울역사박물관, 재일한인 역사자료관과 공동으로 지난 8월 10일부터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최하고 있는 '열도 속의 아리랑' 행사의 일환인 역사영상심포지엄의 한 장면이다.
지금까지 재일동포는 한일 양국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에서 모두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 최근 재외동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재일동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열도 속의 아리랑'은 한일 양국 역사에서 '경계인'이었던 재일동포의 100년에 걸친 삶과 애환, 그리고 꿈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기 위한 행사이다. 행사는 특별 기획전시(8.10~9.30), 영화 상영회(8.11~17), 역사 영상 심포지엄(8.10)으로 꾸며졌다.

특별 기획전시

근대 일본의 왜곡된 시선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먼저 '근대 일본의 왜곡된 시선'이라는 주제의 니시키에(錦繪, 다색판화)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강덕상 재일한인역사자료관장이 지난 40여 년 동안 수집한 니시키에 가운데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엿볼 수 있는 '진구(神功)황후의 삼한정벌' 등 총 94건 174점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차별의 근저에는 니시키에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월하고 조선은 열등하다는 인식이 깊게 뿌리자리 잡고 있었다.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꿈

'재일동포 100년의 삶과 꿈'이라는 주제의 전시에서는 식민지 지배로 인해 생활기반을 잃어버리거나 가난에 떠밀려, 혹은 강제로 동원되어 현해탄을 건넜던 재일동포의 역사와 삶을 조명한다. 전시는 도입부, 식민지 국민으로, 타향살이, 차별철폐를 위하여, 언제나 마음은 고향에, 역경을 딛고서, 가족의 초상 등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항증명서', '외국인등록증' 등 재일동포의 역사와 삶을 느낄 수 있는 총 449건 987점의 자료가 전시되어있다.
1975년 "한국인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읽어서 방송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하며 '최창화'를 '사이 쇼카'로 발음한 NHK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최창화 목사(1930~1995), 일본 프로야구에서 3,085안타를 기록한 장훈 선수 등을 보면서 가슴 뭉클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영상을 통해 강덕상 관장의 삶과 재일동포 100년의 역사를 듣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영화 상영회

흔히 '재일동포'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강제동원, 차별, 정체성 등일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재일동포의 구체적인 삶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진행된 영화 상영회는 영화를 통해 재일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기획되었다. 상영작은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감독의 〈작은오빠(1959)〉, 오구리 코헤이(小栗康平) 감독의 〈진흙강(1981)〉, 김수진 감독의 〈밤을 걸고(2003)〉, 이즈츠 가즈유키(井筒和幸) 감독의 〈박치기(2004)〉, 박철수 감독의 〈가족시네마(1998)〉,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2006)〉, 그리고 오충공 감독의 〈숨겨진 손톱자국(1983)〉과 〈버려진 조선인(1986)〉이다. 특히, 상영작 중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문제를 다룬 오충공 감독의 '숨겨진 손톱자국'과 '버려진 조선인'은 이번에 처음으로 국문 번역 후 상영되어 의미가 크다.

역사 영상 심포지엄

동북아역사재단은 영화를 소재로 해서 한일 양국의 역사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역사화해의 단초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회에 걸쳐 일본에서 역사 영상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에는 1959년 제작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작은 오빠(にあんちゃん)〉를 소재로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 그들에 대한 인식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양대 윤상인 교수의 사회로 이성시 와세다대 교수(주제: 재일동포의 삶을 통해 한일관계의 변화를 살피다)와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주제: 우리 역사의 재조명, 재일코리안 역사특별전에 즈음하여)가 기조발표를 했다. 그리고 김종원 영화평론가, 김효순 전 한겨레신문 대기자, 하코다 테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그리고 필자가 각각의 입장에서 토론을 펼쳤다. 발표와 토론에서는 재일동포가 처했던 역사적 특수성도 논의되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이주(移住)와 이산(離散)'의 시대라는 점을 고려하여 동아시아·인권·다문화라는 차원에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눈길을 끌었다.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의 계기

행정안전부가 금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발표한 "2012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외국인 주민 수는 140만 9,577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000만 73만 4284명)의 2.8%를 차지한다. '열도 속의 아리랑'이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에 대한 이해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특별 기획전시는 9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가보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