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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 양띠해가 밝았습니다. 양은 무리생활을 하면서 공동체에 잘 융합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지요. 생김새부터 친근하고 유순한 양처럼 이웃과 화합하며 평화롭고 건강한 한 해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2015년 '을미년'은 우리에게 예사롭지 않은 해인 것이 분명합니다. 광복(光復)! 2015년은 일제가 가렸던 빛을 되찾아온 지 꼭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70년동안 크고 작은 어려움과 굴곡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도 긍지 가득 찬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그간 우리가 거둔 성과를 조망하고 평가하면서 광복 100년을 내다보고 미래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역사·영토 연구자들과 함께 모색하는 자리도 마련할 것입니다.

광복 70주년을 회고하고 미래 100년을 향하여

우리에게 광복절이 중국에게는 승전일입니다. 물론 일본에게는 패전일입니다. 이렇게 한·중·일은 70년 전 이 날을 전혀 상반되거나 비슷한 것 같지만 조금 다르게 맞이하고, 기록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단은 그간 중·일은 물론 전 세계학계와 다져온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참신한 방식으로 '광복'과 '승전', '패전'이 오늘날 동아시아에 주는 의미를 되짚어 보고, 미래로 나가는 초석으로 삼겠습니다.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광복은 휴전선 이남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해방의 기쁨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남북한 학자들이 같이 모여 광복을 기념하고 학술적으로 되새기는 자리를 마련하여, 막혀 있는 남북교류 물꼬를 트기 위해 차분히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는 일제가 패망하고 물러난 뒤 20년 만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대등한 주권국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국교를 회복하기로 한 한일협정 체결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일본의 급격한 역사퇴행을 지켜보며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한·일 관계가 어렵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청산 과제를 동아시아의 관점, 세계사의 관점에서 진단하고, 한·일 관계, 중·일 관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2015년을 알차게 채워갈 것입니다.

교육기능 확대, 국민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운영

더불어 빠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자성하고 성찰하는 일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올해 9월이면 설립 9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동안 동북공정, 일본군'위안부' 문제, 일본과 중국의 교과서 왜곡, 독도영유권 등 역사와 영토 현안을 연구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국내외 유관 연구기관, 학계인사들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국민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일을 다소 소홀한 것은 아닌지 반성할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학술연구의 깊이와 전문성에 역점을 두다보니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에 관한 고민은 부족했습니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재단은 우리 역사와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이웃 나라의 역사인식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세계를 설득하는 논리를 연구하여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라는 여망과 기대 속에 설립한 기관이라는 사실입니다. 국회를 비롯하여 교육부와 외교부 등 유관 부처, 언론과 시민단체를 비롯하여 역사에 관심 있는 이름 없는 시민들의 성원과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 재단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에 동북아역사재단은 2015년을 국민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해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동북아역사재단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할 일을 하면, 국민은 저절로 우리를 이해하고 칭찬해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안이한 생각입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우리 스스로 몸을 낮추고, 국민들이 재단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리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우선 역사·영토 교육 사업을 확대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교사 대상 연수는 그 질과 수준을 높이겠습니다. 덧붙여 대도시는 물론 지역의 중소 도시까지 국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겠습니다. 또 재단의 콘텐츠를 만화와 교양 역사서, SNS 등 대중적인 매체를 활용하여 유통하고 국민들이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런 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재단을 한층 가깝게 느끼도록 하겠습니다.

또 2014년 한 해 많은 분들이 재단이 상고대사 연구를 소홀히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해주셨습니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이미 해당 분야 연구 인력 2명을 충원했음을 보고드립니다. 현재 1명을 더 채용하는 일이 마무리되면 전담 팀을 발족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왕에 축적해온 연구 성과를 토대로 더욱 체계적으로 관련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5년은 경제·사회적 여건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에 비춰 국제적으로도 매우 엄혹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역사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안팎의 도전에 의연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