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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중일 파트너 관계' 제도화는 미래 동북아 평화공영의 열쇠"
  • 진행 차재복 연구위원 (정책기획실)      정리 윤선화 중문 에디터

아시아의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뜨겁다. 중국은 해상과 육상에서 '띠(帶)'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망(網)'으로 아시아를 품으려 하고 있다. 지난 4월 14일(화) 재단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를 위해 재단을 방문한 난징(南京)대학교 수젠중(舒建中) 교수를 차재복 연구위원이 만나 역사 현안, 한·중·일 관계와 미중 관계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_ 편집자 주

수젠중(舒建中) 교수

난징대학 역사학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난징대학-존스홉킨스대학 중미문화연구센터'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세계역사》, 《세계경제와 정치》, 《사학이론연구》, 《미국연구》 등 정기간행물에 학술 논문 30여 편을 발표하는 등 국제정치경제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자무역체계와 미국의 패권 - GATT제도에 대한 연구》(2009) 《국제경제신질서 - 역사와 현실》(2013), 《클레이턴 - 세계 면왕(綿王)에서 무역투사가 되기까지》(2014) 등이 있다.

차재복 한·일 역사 갈등의 중심에는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있고, 중·일 사이에는 난징대학살(일본은 '남경사건'이라고 한다)이 있다. 현지 학생들과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

수젠중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했다. 화중(華中)방면 군사령관 마츠이 이와네(松井石根)와 제6사단장 다니 히사오(谷 寿夫) 등이 지휘하던 이 일본군은 난징에서 약탈, 강간 등을 자행하였고 비무장 일반인(부녀자와 어린이 포함)과 투항 군인들을 무려 6주 동안 살육했다. 1946년 2월 열린 중국 난징군사재판에 따르면 일본군이 저지른 집단학살 규모는 28건 약 19만 명에 이르고, 개별학살도 858건 약 15만 명이다. 도쿄에서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하였다. 난징 학생들과 시민들은 일본군의 만행을 시종일관 강력하게 질타하였고 난징대학살은 일본 군국주의가 저지른 반인륜 범죄이며 인류문명사에서 양심과 인성을 멸절하고 문명을 짓밟은 잔인한 만행이라고 한결같이 말하고 있다.

차재복 난징시는 일본의 도시들과 우호 교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난징을 찾는 일본인의 반응은 어떤가?

수젠중 난징 시민들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저지른 난징대학살 만행을 잘 알고 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우호적이다. 실제로 해마다 많은 일본인들이 난징을 방문하고 있으며 많은 난징 시민들도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난징대학살기념일에는 항상 일본 시민단체와 인사들이 기념행사에 참가하여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수호하려는 강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아직까지 현직 일본 총리가 난징대학살기념관(南京大屠杀纪念馆)을 방문한 적은 없지만 이미 무라야마(村山富市), 카이후(海部俊樹), 하토야마(鳩山由紀夫) 등 전직 총리 세 명이 기념관을 방문했다.

차재복 아베 총리는 2014년 1월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지금 중·일 관계는 1차 세계대전 직전 영·독 관계와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젠중 역사에 무지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말이다. 침략의 역사를 회피하고 시비를 뒤섞는 교묘하고 음험(陰險)한 발언이다. 일본은 1차 세계대전 직전 영·독 관계를 거론하기에 앞서 청일전쟁,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 2차 세계대전 기간 피해국을 상대로 벌인 파시즘 전쟁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진정으로 역사를 직시하고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만 일본과 아시아 이웃나라의 관계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고, 일본은 아시아와 전 세계인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차재복 중국 정부는 왜 77년이 지나서야 난징대학살을 국가추모일로 정했을까? 시진핑 주석은 2014년 12월 직접 '난징대학살기념관'을 찾아 추모제를 주관했다. 어떤 의미인가?

수젠중 중국인들은 매년 기념행사를 진행하여 희생자들을 기리고 정의와 평화를 촉구해 왔다. 1994년부터 장쑤성(江蘇省)과 난징시는 해마다 12월 13일에 묵념 사이렌, 평화의 타종, 헌화, 촛불집회 등의 추모행사와 기념행사를 열었다. 최근 일본 우익들은 침략 역사를 미화하고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항일전쟁에서 중국인들의 희생과 공헌을 무시하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가추모일 지정은 일본 우익들의 역사왜곡을 폭로하여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반대하고 지역과 세계 평화를 수호하려는 의지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제에 직접 참석하여 중요한 연설을 한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의 참혹한 교훈을 기억하도록 하여 평화를 갈구하겠다는 의미다. 또 역사는 시간이 흘러간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고 역사적 사실도 궤변과 억지를 부린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제를 여는 것은 증오심을 계속 상기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세계와 함께 힘을 모아 항구적인 평화 공영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려는 것이다.

차재복 근래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은 '신형대국관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수젠중 미국 학계는 견해가 엇갈린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전문 연구기관인 선톤차이나센터 리청(李成) 주임에 따르면, 미국이 아직 '신형대국관계' 구상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는" 평화이념은 인정하였다고 말한다. 일부 미국 학자들은 '신형대국관계'는 중국이 만든 '함정'이라고도 주장한다. 즉 중국은 (미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용인하는 것에 터 잡아) 중국의 핵심이익 신뢰도를 높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아시아·일본문제연구소 마이클 그린 부소장은 미국이 '신형대국관계'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현명한 판단이라고 하였다. '신형대국관계' 수용은 아시아에 있는 미국 동맹국의 이익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차재복 '신형대국관계'의 실체는?

수젠중 '신형대국관계'는 일종의 구상, 틀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중국과 미국은 전략적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여 '신형대국관계'로 발전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중·미 양국은 상호 이해,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각자의 핵심이익에 관해 전략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상응하는 협상 메커니즘을 형성하여 상대국의 핵심이익을 상호 존중해야 한다. 요컨대 중·미 '신형대국관계'의 핵심과 실체는 새로운 체제 마련이다. 즉 기존 국제체제를 토대로 새로운 체제를 마련하고, 이를 동력삼아 '협상'으로 두 나라의 이견을 해소하여 대국의 흥망성쇠와 전쟁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고 상생공영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재복 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일대일로·AIIB'가 상호 충돌하는 양상으로 보인다.

수젠중 먼저 중국이 미국과 아시아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화발전은 중국의 국가의지이자 기본 국책이며, 상생공영을 국제관계의 모토로 삼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가의 주권, 안보와 발전의 핵심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의 둘도 없는 선택이다. 평화롭게 발전하는 길을 가면서 국가 핵심이익을 수호하는 것은 중국 외교정책의 두 기둥이다. 또 지적해야 할 것은 자주독립 평화외교 정책에 따라 중국은 패권을 도모하지 않고 있으며, 훗날 강대국이 되어도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지역 경제발전과 상생공영을 근거로 하기에, 패권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는 근본이 다르다.

차재복 중국이 주도하는 'AIIB'가 한·중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수젠중 적어도 두 가지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한·중 관계가 한층 더 강화되리라는 점이다. 현재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 최대 수출시장, 최대 수입국이자 최대 해외투자국이며 한국의 대중국 무역액은 대미무역액 보다 두 배가 많다. '한중 FTA'는 이미 실질적으로 타결되었고, 한국은 위안화 역외거래 센터구축에 착수하였으며, 화폐금융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IB는 무역과 금융 분야를 비롯한 한·중 경제관계 발전을 가속화하여 새로운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한중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모두 동북아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로 양국 관계 발전은 두 나라 국민들의 복지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도움이 된다. AIIB라는 새로운 다자기구를 통해 한·중은 경제무역관계를 더욱 증진시키고 이 틀 안에서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차재복 미·일 양국은 1997년 이후 18년 만에 '미일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였다. 중·일 갈등이 직접 중·미의 이익충돌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수젠중 2015년 4월 미·일은 안보협력에서 '지리적 제한'을 폐지한다는 '신방위협력지침'을 발표하면서 '미일 안보조약'은 중국의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적용된다고 하였다. 중국의 방침은 시종일관 분명하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취해야 하고, 분쟁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어떤 언행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전까지 중일 관계는 양호하게 발전하고 있었고 각 분야에서 협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이 소위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여 댜오위다오 문제에서 일본과 중국의 대립을 부추겨 두 나라 관계를 수교 후 최악으로 치닫게 했다. 중·일 분쟁이 중·미의 이익과 충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추진하여 중·일 관계가 역전되고 동북아의 정세를 교란시켰다.

차재복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한·일, 중·일 간 불거지는 역사문제와 관련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하여 오히려 분쟁을 방임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의 동아시아 역사 갈등 책임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젠중 어폐가 있는데 냉전시대 사고방식으로 역사논리를 뒤섞었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는 건국한 날부터 자주독립의 평화외교정책 노선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아시아가 공산주의 위협에 직면"했다는 것은 냉전을 주장하는 미국 정객들이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건 명분일 뿐이다. 미국은 패권 지위를 유지하고 냉전 정책을 위한 전략목표 때문에 일본을 점령한 날부터 일왕의 전쟁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고,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을 숙청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방임했다. 이것은 미국이 이른바 "실수"한 것이 아니다. 미국의 패권전략 때문이다. 미국은 이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차재복 한·중·일 역사 갈등을 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수젠중 한·중·일 3국은 오랫동안 우호 교류해 왔다. 3국은 서로 이웃한 나라이며 이익이 연관되어 있는, 즉 하늘이 정해준 이익공동체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한·중·일 우호관계 발전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며 세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다. 반대로 분쟁은 지역의 평화와 발전을 위협한다. 영토분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에는 "보류"하여 관계발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세 나라는 역외 세력이 영토분쟁을 빌미로 세 나라의 관계 발전을 파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세 나라 관계 발전은 돋보였다. 2008년 12월 한·중·일 지도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제1차 3국 정상회담을 했고 '한중일 3국 파트너 관계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0년 '한중일 제주도 정상회의'에서는 3국 협력사무국 설치에 합의하였지만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충격으로 '한중일 파트너 관계'를 위한 제도 마련은 중단되고 말았다. 만약 명확한 구속력 있는 제도와 안정적인 협상 메커니즘이 있다면 위험 요소를 제어하는 능력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제도의 부재는 세 나라 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다.

다행히 2015년에 들어서서 관계가 개선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세 나라 외무장관은 서울에서 회의를 열었다. '한중일 파트너 관계' 제도화는 쉬운 것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어려운 것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 FTA를 비롯해 환경, 무역, 금융, 해상구조 분야에서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마련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호신뢰를 증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국방, 안보 분야로 확대하여 점차 전방위적이고 종합적인 협력 틀을 형성하여 최종적으로 3국의 평화와 발전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