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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중추절의 기원은 신라?
  • 김인희 재단 북방사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중추절, 기원 논쟁을 벌이다


2008년 중국은 중추절을 법정 휴일로 지정했다. 중국에서 갑자기 중추절을 공휴일로 지정한 데는 그 기원을 둘러싼 일련의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논쟁에 불을 붙인 사람은 슝페이(熊飛)었다. 슝페이는 1996엔닌(圓仁)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 기록된 적산 법화원의 815일 명절을 들어 중추절이 신라에서 기원하였다고 주장했다. 적산 법화원은 장보고가 중국 산둥성(山東省) 룽청시(荣成市) 스다오진(石島鎭)에 지은 절을 말한다. 하지만 2000년 양린(楊琳)당나라와 같이 세계적인 강국이 소국인 신라의 명절을 수용하였을 리가 없다라며 신라 기원설을 부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2003년 류더쩡(劉德增)당나라의 중추는 명절로서의 특징이 없다며 신라 기원설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중추절의 기원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중추절 논쟁은 2008년까지 이어졌는데 황타오(黃濤)는 슝페이와 류더쩡의 견해를 비판하며 한국의 단오절이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된 것을 예로 들며, 한국이 다시 신청한다면 중국이 승리할 수 없으니 국가문화안전각도에서 보호와 번영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중국 정부는 2008년 중추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한다.

 


적산 법화원의 815일 명절 관련 기록


위와 같은 논쟁은 일본 승려인 엔닌이 작성한 입당구법순례행기815일 명절에서 시작되었다. 815일 명절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산 법화원에서는 815일 명절에 박돈(餺飩)과 병식(餅食) 등의 음식을 제단에 진설한다. 이 명절은 다른 나라에는 아직 없으며 오직 신라에만 있다. 노승들의 말에 의하면 신라가 예전에 발해와 전쟁을 하였는데 이 날 승리하여 명절로 삼았다. 이 날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며 즐기는데 오랫동안 계승하여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아주 많은 종류의 음식을 진설하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며 잔치를 하는데 밤낮으로 계속되어 3일이 지나서야 끝이 난다. 지금 적산 법화원에서는 고국을 그리워하여 이 날을 명절로 삼았다. 발해는 신라에 토벌되어 겨우 1,000명이 북쪽으로 도망쳐 갔다가 이후 다시 돌아와 옛날 그대로 나라를 세웠다. 지금 발해라고 부르는 나라가 그 나라이다.

 

寺家設餺飩餅食等 作八月十五日之節. 斯節諸國未有 唯新羅國獨有此節. 老僧等語云 新羅國昔與渤海相戰之時 以是日得勝矣 仍作節. 樂而喜儛 永代相續不息. 設百種飮食 歌儛管絃以晝續夜 三箇日便休. 今此山院追慕郷國 今日作節. 其渤海爲新羅罸 纔有一千人向北逃去 向後却來 置辦依舊爲為國. 今喚渤海國之者是也.

 

 

신라의 명절 추석에 대하여


1) 추석은 신라에만 있다

엔닌은 “815일 명절은 다른 나라에는 없고 신라에만 있다고 했다. 9년간(838-847) 중국 각지를 여행하면서 중추절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국인 일본에서도 추석을 쇠지 않기 때문에 신라에만 있는 명절이라 했다.

 

2) 박돈은 송편의 기원이다

법화원에서는 명절에 박돈을 먹었다. ‘(’)자는 얇게 편 사방형의 말가루 피를, ‘()’은 소를 얇은 피로 감싸 만든 음식을 말한다. 따라서 박돈은 얇은 피로 소를 감싸 만든 음식을 말한다. 당시 중국에는 박돈과 유사한 음식으로 훈툰(餛飩)이 있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훈툰은 송편과 유사한 모양이다. 아마도 박돈은 송편의 기원이 아닐까 한다.


박돈과 유사한 음식, 훈툰

박돈과 유사한 음식, 훈툰


 

3) 고구려를 이긴 날이 추석일까?

엔닌은 법화원 노승들의 말을 빌려 신라의 815일 명절은 발해를 이긴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기록은 발해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이기 때문에 엔닌이 고구려를 발해로 잘못 적은 것이다. 그런데 신라가 고구려를 이긴 날은 668921일로 815일이 아니다. 아마도 원래 있던 추석 명절에, 고구려를 이긴 후 승전기념일적 성격이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4)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815일에는 다양한 행사가 거행되었다. 신라 왕실에서는 선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오묘제를 거행했다. 궁궐에서는 잔치를 하고, 관리들은 활쏘기 시합을 하는데 말과 포로 포상을 하였다. 부인들은 머리를 틀어 올리고 채색 끈과 구슬로 장식하였다. 가무와 백희도 공연하였다. 추석을 즐겼으며 회소곡을 불렀다. 그리고 법화원에서는 아주 많은 종류의 음식을 진설하고 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는데 3일 동안 계속되었다.

오묘제가 거행되고 궁궐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봐서 추석은 신라 시기 국가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치장을 한 사람들이 참여해 3일 밤낮 공연을 구경하는 민족 명절이기도 하다. 신라 시기 공연 모습은 토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춤을 추는 토우                        비파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토우

춤을 추는 토우(왼) 비파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토우(오)




중추절의 기원은 정말 신라일까?  


 

중국 중추절의 제사 모습            중추절에 먹는 월병

중국 중추절의 제사 모습(왼) 중추절에 먹는 월병(오)

 

 

한국에서는 추석의 풍성함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로 표현한다. 신라 추석은 당시 이미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었다.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추석빔을 입고, 송편과 유사한 박돈을 먹었다.


그렇다면 추석은 중추절의 기원일까? 현재로서는 단언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추석과 중추절은 내용이 다르다중추절은 여자들이 달이 뜰 때 토끼가 약방아를 찧는 그림을 걸어놓고 제사를 지내고 월병을 먹는다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중추절은 한국만큼 큰 명절이 아니다둘째중국에서 중추절이 명절로 지정된 것은 1203년 <경원조법사류(慶元條法事類)>를 반포하면서부터다엔닌은 839년 8월 15일 명절에 대해 기록했는데 중추절과는 364년 차이가 난다추석이 중추절의 기원임을 밝히기 위해서는 364년간의 변천 과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하지만 동아시아에서 추석 명절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가장 성대한 명절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