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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일 베를린에 마련된 일본군'위안부' 상설 전시장 "일본군'위안부'와 여성 성폭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투쟁"
  •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이사

일본군 '위안부' 상설 전시장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은 서구의 페미니즘 역사학자들이 손꼽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하나이다. 그 이유는 1990년도 초반,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활발한 로비활동으로 각종 인권 전문 국제기구인 유엔, 국제 앰네스티, ILO 등에 이 문제를 알렸고 미국, 네덜란드, 유럽연합 등 6개국 국회에서는 일본 정부에 이를 조속히 해결하라는 결의안까지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1990년도 당시에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매우 드문 사례다. 더구나 피해 여성들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함께 수요 시위에 참가하고, 활동가로 변모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전개해 전 세계 피해 여성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되지 못한 난제로 남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가부장제와 '여성의 몸에 대한 도구화'의 연속성


2019912일부터 독일 베를린에 일본군위안부상설 전시장을 열었다. 전시회의 제목은 애초에는 미해결의 일본군위안부문제와 여성성 폭력의 지속성이었지만 일본군위안부와 여성 성폭력에 대응하는 우리의 투쟁으로 바꾸었다. ‘미해결이라는 의미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기에,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공동의 투쟁에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


필자는 2007년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AG Trostfrauen)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를 시작해 201712월까지 매년 피해 할머니들을 모시고 증언 집회를 열었다. 30개가 넘는 독일 도시의 시민단체, 대학, 고등학교, 여성 단체들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하고, 독일 시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본 전시에서 다음과 같은 시각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위안소 사용규칙      나치 독일 국방군 베어마흐트 위안소

나치 독일 국방군 베어마흐트 위안소의 규율과 비슷한 

필리핀 일로일로 일본군 부대의 위안소 사용규칙




첫째, 일본군위안부문제의 총체적 진상을 알리기 위해서는 위안부 제도가 적군이 아군의 기를 꺾기 위해 여성들을 집단 강간하는 선을 넘어선 성노예 제도인 것을 알려야 했다.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의 여성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인간적이지 않았다. 이는 가부장적이고 파시즘적인 시각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도 성노예 제도라는 개념 사용을 회피하고 부인하려 하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논제를 회피하기 위한 작전이라 생각했다. 194211월 필리핀 일로일로 일본군 부대의 위안소 사용 규칙 6조를 보면 위안부들은 오전 8시와 10시 사이에만 외출이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군인들의 성병 감염 방지를 위해 콘돔 착용을 강조하는데 콘돔 착용에 대한 규칙은 나치 독일 국방군 베어마흐트 위안소Wehrmachtsbordell’에서의 규율과 비슷하다. ‘무료로 제공해 주는 콘돔 사용이 의무라고 명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군 위안소의 성병 진단서를 보면 여성의 대다수가 미성년으로 이는 여성들이 강압적 성 착취를 당한 증거가 된다. 특히 성병이 확인 되지 않은 여성들에게 ()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대상화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동시에 이 성병 진단서는 성노예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독일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수감된 여성들이 수감된 남성들을 대상으로 강제 성노동을 할 때도 이와 유사한 성병검사증이 사용되었다. 주한 기지촌 여성들의 경우에는 여성들 각자의 이름으로 된 보건증을 지참하도록 했다. 일본군 위안소그리고 나치 강제수용소에서는 여성들이 수감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 보건증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성병 진단서        성병 진단서


 


둘째, 일본군위안부문제가 한국과 일본의 문제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이 일본군위안부제도에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은 서구보다 더 가부장적인 사회이기에 피해 여성들이 이 문제를 알리지 못했고, 수치스럽다 여겨 스스로 은폐하며 살아야 했다. 나치 독일 국방군 베어마흐트 강제 수용소에서의 강제 성노동’, 그리고 패전 이후 소련, 미국,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독일 여성들 또한 집단 강간을 당했음에도 그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독일은 이 문제를 여성운동으로 확산시키지 못했을까? 아마도 패전 국가의 여성들이라는 죄로 승자인 남성 연합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해도 항의를 할 수 없었던 가부장적인 구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나치 독일 국방군 베어마흐트에 의해 프랑스, 러시아 지역과 폴란드 등에서도 성노예가 된 여성들이 무수히 있었지만 이 여성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셋째,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이 문제를 은폐하려 했다. 이 사실을 아무도 믿지 못할 테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시민과 정부가 나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본 전시에서는 전 아시아 태평양 지역 10개국(남북한을 2개국으로 포함) 피해 여성의 생애와 인물 소개를 담았다.


넷째, 일본군위안부문제를 피해국과 가해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바라보고자 했다. 한국의 경우 일본에 의한 피해국이면서, 동시에 베트남전에서는 가해국이 된다. 한국의 사례는 과거사 청산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 주는 좋은 사례다.


이 상설 전시장은 독일에서 최초로 여성문제를 다루는 전문 박물관이며, 과거는 물론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단체와 미투(Metoo) 운동까지 광범위한 주제 담고 있다.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베트남 피에타등의 예술 작품도 함께 전시 중이다. 앞으로 독일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 등의 교육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한국 사회에 기여했듯 여성 성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 나가고자 한다. 교육하고 예방하고 더 나아가 피해 여성들이 성폭력 트라우마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라도 되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