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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진실을 외면한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실체
  • 조건,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일본 도쿄 신주쿠의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조성된 산업유산정보센터. 일반 개관 첫날인 지난 6월 15일, 자동 개폐 장치가 꺼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산업유산정보센터의 개관 곡절(曲折)

 

일본은 2020331일 도쿄 신주쿠의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개관했다. 애초 이 센터는 2015년 일본의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세계유산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이 제대로 담겨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주목받고 있었다. 2015년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이들 산업 시설에 조선인 등이 강제동원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수석대표는 이를 약속했었다.

 

그러나 3월 말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명목상으로만 개관한 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을 이유로 일반 공개를 보류한 채 개관과 동시에 휴관시킨 것이다. 이미 센터를 관련 산업 시설과 동떨어진 도쿄에 만든다는 점, 전시 내용이 약속과 다를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던 터였다. 휴관에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도 일었다. 그러다 지난 615일부터 결국 일반 공개가 결정됐다. , 예약제 관람이었고 최소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매우 제한된 공개였다. 닫혀있던 센터 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선전되고 있던 것일까.

 

진실을 외면한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실체

일본 도쿄 신주쿠의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조성된 산업유산정보센터

일반 개관 첫날인 지난 615, 자동 개폐 장치가 꺼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실체와 문제점

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는 일본 정부의 산업유산정보센터 일반 공개 직후인 619, 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이 센터의 전시 내용을 검토하고, 그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는 한국과 일본 측 관계자의 목소리를 두루 청취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다만, 일본에 있는 참석자는 코로나19 등의 시국을 고려하여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화상으로 참가하였다. 드디어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실체가 공개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는 민족문제연구소의 김민철 연구위원과 세계일보 김청중 일본 특파원 등 한국 측 전문가들과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의 고바야시 히사토모(小林久公) 간사, 나카타 미쓰노부(中田光信) 사무국장 등 2명의 일본 측 관계자들이 발표를 맡았다.

 

김민철 연구위원은 2015년 해당 시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일본의 후속 조치와 이행 상황을 발표하였다. 특히 201711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한 일본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조선·석탄 산업-보존상황보고서를 직접 언급하며 그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였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중국의 강제동원 피해자를 비롯한 관련자와 단 한번도 대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목하면서 이것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일갈하였다. 나아가 향후 한·일 정부 공동으로 강제노동 한·일 공동 조사팀을 꾸려 이들 유산을 공동의 기억과 유산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청중 특파원은 도쿄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김청중 특파원은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일반 공개일 하루 전인 614미디어 관람에 초청받아 센터 내부를 직접 방문할 수 있었다. 발표에서는 미디어 관람 경위를 비롯하여 센터의 시설 현황, 내부 구성과 전시 내용 등을 상세하게 전했다. 김청중 특파원에 따르면, 산업유산정보센터는 모두 세 개의 존(Zone)으로 나뉘어 있다. 1존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23개소에 대한 소개, 2존은 일본 산업 발전의 역사, 마지막 제3존은 강제 노역피해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자료들로 채워져 있다. 요컨대 산업유산정보센터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자국의 산업 발전상만을 조명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세 번째 발표자인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의 고바야시 히사토모는 사실상 아베 정권의 관변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産業遺産國民會議)의 조직과 활동을 통해 산업유산정보센터의 문제점을 밝혔다. 산업유산국민회의는 2013년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거액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 왔다. 특히 이 단체의 전무이사 가토 교코(加藤康子)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아베 내각의 내각관방 참여(參與)로 재직하면서 산업유산 등록 및 관광 진흥업무를 담당했고, 같은 맥락에서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초대 소장으로 낙점되었다. 주목할 점은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지속적으로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는 사실이다. 결국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전시 내용은 산업유산국민회의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지막 네 번째 발표는 나카타 미쓰노부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사무국장이 맡았다. 나카타 사무국장은 일본 정부의 메이지 산업유산 정책에 대응한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의 활동 상황을 정리하는 한편, 2019 ‘보존상황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해당 시설이 처음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부터 성명서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구 집회를 이어 가면서 일본 정부에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 사항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201911월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존상황보고서의 거짓되고 기만적인 기재 내용을 비판하였다.

 

 

세계유산위원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며

 

이번 전문가 세미나는 메이지 산업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문제점과 한국·일본 시민사회의 대응 경과가 폭넓게 조감된 자리였다. 재단은 이미 일본의 산업유산정보센터 개관 당시 성명서를 통해 그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으며, 이번 전문가 세미나를 통해서도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나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일본 정부의 처사를 세계유산위원회가 분명히 바로잡을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 재단 내 연구 역량을 집중하여 산업유산정보센터의 왜곡 사실을 더욱 상세히 드러내고,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이러한 내용이 일반 시민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와도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6월 중으로 일본 정부가 제출한 2019 ‘보존상황보고서를 심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규정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원회 개최를 11월로 연기한 실정이다. 산업유산정보센터가 일반에 공개되어 그 실체가 드러난 만큼, 기존의 보존상황보고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포함하여 일본 측의 왜곡된 역사관과 외면된 강제동원 사실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