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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포커스 1
홍콩인들은 어떤 한국 동화책을 좋아할까?
  • 천즈잉(陳芷盈) 홍콩 수런대학(樹仁大學) 교수


<남이섬 그림책 놀이터>

 

<사이코지만 괜찮아> 방영 후 관심을 받기 시작


 2004년과 2012, 타이완의 청방서점(城邦書店)과 청핀서점(誠品書店)이 잇달아 홍콩시장에 진출하면서 타이완의 독서풍조가 홍콩에도 자리 잡게 되었다. 이들 서점은 아동도서 전문코너를 만들고 다양한 동화책을 판매했는데 홍콩에서 동화책 읽기 붐도 이때 일어났다.

 1990년대 이후 홍콩의 아동문학시장은 10년간 침체기를 겪었고 회생 가능성도 낮아 보였다. 그런데 2010년대 이후 홍콩의 출판사와 서점은 각 나라의 동화책을 홍보하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홍콩의 동화책 시장은 타이완과 일본, 서구 국가들이 점령해왔다. 특히, 동화책 중에서도 그림책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한국 동화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방영한 후부터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동화책 시리즈도 홍콩시장에서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이다


홍콩에서 발휘된 크로스미디어의 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동화작가인 고문영은 자신의 삶을 소재로 동화책 몇 권을 출간한다. 한국 출판사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드라마에서 고문영이 쓴 동화책에 고문영의 사인을 넣은 책을 재빨리 시장에 내놓았다. 드라마의 인기가 고문영이 쓴 동화책 시리즈 판매로 이어졌다

 최근 10년간 한국에서는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 웹툰은 드라마, 영화, 오락문화 창작에 있어 중요한 콘텐츠가 되었다. 반대로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는 웹툰의 발전을 이끌었다. 순환적인 운영모델 프레임 안에서 작동하는 각각의 독립적인 매체인 웹툰, 영화, 드라마 등은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운영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한국 동화책이 홍콩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조력자는 한국 대중문화였다.

 물론, 한국에서 동화책은 아직 웹툰처럼 엔터테인먼트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책 시리즈는 한국 대중문화의 크로스미디어(Crossmedia)의 특징을 보여준다.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책 시리즈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다른 웹툰과 마찬가지로 영화와 드라마를 연결하는 문화콘텐츠였다. 이 동화책 시리즈는 하나의 콘텐츠에서 출발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양산했다. 크로스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드라마 속 인물인 고문영의 동화책이 실제 작품으로 변모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인물인 고문영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따라서 고문영이란 캐릭터는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원래 서사는 멀티화되고 스토리는 더욱 풍부해져 동화책과 드라마라는 시장에서 각각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홍콩의 한 서점에서 책을 읽는 어린이>

 

타이완의 영향을 받는 홍콩 동화책 시장

 

 그러나 <사이코지만 괜찮아> 동화책 시리즈는 홍콩시장에서 드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홍콩 동화책시장을 점령한 것은 일본, 타이완, 서구 국가의 작품들이고 한국 동화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고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한국 동화책의 번역과 전파는 주로 아래와 같은 몇가지 영향을 받는다.

 첫째, 번체자 중국어 판본은 대부분 타이완 출판사에서 번역해 출판한다. 따라서 홍콩시장은 타이완 출판사의 도서 선호도에 영향을 받는다. 총체적으로 볼 때 홍콩시장은 외국에서 들여오는 도서와 번역에 관한 결정권이 별로 없는 편이라할 수 있다.

 둘째, 홍콩에는 동화책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출판사가 매우 적다. 이혜옥의 작은 개울은 누가 차지했을까(2011), 김세실의 작지만 커다란 나무(2016) 등을 출판한 무몐수출판사(木棉樹出版社) 외에 홍콩 출판사가 독자적으로 한국의 동화책을 번역 출판한 예는 없다.

 셋째, 당연히 많은 출판사는 수상 이력이 있는 한국 작가의 동화책을 번역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이수지 작가와 근래 스웨덴 린드그렌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의 작품은 비교적 많이 출판되었다. 하지만 인지도가 낮은 작가의 작품은 중국어나 영어로 출판된 예가 많지 않다. 홍콩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동화책 대부분은 수상 이력이 있는 작품이다. 현재 홍콩에서는 한국 동화책 작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홍콩인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하며, 한국 동화책을 소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다수 홍콩 독자들은 타이완 출판사의 구미에 맞는 동화책을 접하고 있다.

 

홍콩에 소개된 한국 동화책 중에는 원래 제목과는 다른 의믜로 번역된 경우가 있다. 이는 타이완 혹은 홍콩시장에서 이들 동화책을 번역, 출간한 이유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국어 제목의 중국어 번역 사례는 다음과 같다(편집자 주)./청계천, 작은 개울은 누가 차지했을까(誰佔領了小河)/작지만 커다란 나무 , 나무의 선물(樹的禮物)/수박 수영장, 수박 수영장(西游泳池)/수영장, 너희들은 떠들어라. 난 조용히 즐기고 싶을뿐이다(你們吵吧, 我只想靜的欣賞)/엄마 마중,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媽媽還未回來?)/손아귀, 손아귀(手, 琵芭魚)

 

홍콩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동화책은?


 현재 홍콩시장에서 한국 동화책이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동화책의 콘텐츠와 화풍은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복합문화공간인 PMQ에서는 2021퉁리퉁싱(同理同行)’2022웨이바오니(餵飽你)’가 주최한 동화책 전시회에 이지현의 너희들은 떠들어라, 난 조용히 즐기고 싶을 뿐이다(2013)와 안녕달의 수박 수영장(2015)을 전시했다. 이지현 작가의 작품은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 종종 환경과 개인취향 사이에 균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수영장에 뛰어든 주인공은 바다에서 헤엄치는 자신을 상상하며, 남들과 다른 자신을 깨닫고 그 의미를 찾으려 한다. 수박 수영장은 여름철에 어른과 아이들이 커다란 수박 속 수영장에 들어가 맘껏 먹고 마시는 모습을 묘사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인 다프나 주르(Dafna Zur)는 근대 한국 아동문학의 중심 주제는 동심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떠들어라, 난 조용히 즐기고 싶을 뿐이다수박 수영장또한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은 것이 분명하다. 두 동화책은 풍부한 상상력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주제가 선명하고 화풍이 매우 깔끔해 동심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을 잘 드러냈다.

 또한 일부 한국 동화책은 역사적 색채를 띠고 있는데, 홍콩 독자들은 이들 동화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사회를 이해하게 된다.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2004)는 이태준이 1938년 신문에 연재한 글을 각색한 것으로 책의 표지에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 이 책은 1930년대 한국사회의 생활모습을 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색감은 독자들이 당시 순박한 한국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당시의 복식과 교통수단,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참고해 삽화를 그렸고 주인공을 귀여운 캐릭터로 창조했다. 특히, 바닷속을 다니는 자동차와 커다란 나무 등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은 개울은 누가 차지했을까는 서울 시내를 흐르는 청계천의 역사를 소재로 한다. 청계천과 주민들 사이의 관계를 기록하고 있는데, 1960년대 청계천을 복개했던 일과 2003년 청계천을 다시 복원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청계천의 역사를 서술할 때 작가는 숫자 세기, 퀴즈, 압운과 같은 독특한 서사 수법을 일관되게 사용한다. 이로 볼 때 한국 출판사들은 마케팅적 가치만을 중시하지 않고 동화책을 통해 또 다른 교육적 기능을 발휘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종류의 동화책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홍콩에서 출판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홍콩시장이 한국 동화책이 전달하려는 의미와 가치를 인정했다는 것을 말한다.

 사실, 한국의 일부 동화책은 이미 상당히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구독층이 아동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기능 또한 교육 목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홍콩시장에서는 한국 동화책 중 어른들의 성장문제, 심경의 변화 등을 묘사한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관련된 동화책의 내용은 드라마 속 성인캐릭터와 서로 맞물려, 주인공의 성장 과정, 부모의 압박, 정신적 통제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 아귀(2020)에서는 엄마가 아이를 정성껏 돌보는데,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하고, 더욱이 아이가 스스로 걷지도 못하게 한다. 후에 아이는 엄마의 지나친 보살핌 때문에 손발이 퇴화되고 먹을 줄만 아는 커다란 입을 가진 아귀가 되고 만다. 그런데 엄마는 아이가 쓸모없게 되자 바다에 버린다. 이미 바다에는 부모의 과잉보호로 망가진 아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일그러진 얼굴의 아이들은 매일 부모에게 자신들을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울부짖는다.

 『, 아귀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를 과잉보호하면서 정작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는 소홀한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어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어린이상을 만들어내기를 원할 뿐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해 생각하지 않는다. 또 최선을 다한다는 핑계로 자신이 옳다고 우기며 아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은 아이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한다.

 

    

「엄마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표지 

(2004, 타이완 친쯔텐샤(親子天下))


 

  「작은개울은 누가 차지했을까」 표지 

(2011, 홍콩 무몐수출판사(木棉樹出版社)) 


  

  「손, 아귀」 표지 

(2020, 타이완 젠돤출판사(尖端出版))

 

홍콩시장에서 한국 동화책의 전망


 한국 동화책은 이미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홍콩시장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모든 동화책이 대중문화의 이점을 누려 <사이코지만 괜찮아> 시리즈처럼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현재 홍콩 아동도서시장에서 한국 동화책의 영향력이 결코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다행인 것은 이수지나 백희나 같은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는 물론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가의 작품들도 전시회나 출판업자 및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동화책이 홍콩시장에서 확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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