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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연구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 10권 완간, 15년의 기록
  • 여호규 한국외국어대학교 사학과 교수


<장백 금화고분군> 기초자료 정리를 시작한 2007년에 답사한 유적이다. 고구려 발상의 비밀을 간직한 초기 적석묘가 군집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고구려 유적


 마침내 지난 연말에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10권이 완간되었다. 2007년에 과제를 시작했으니 15년간의 장기 레이스를 마무리한 셈이다. 그사이 공동연구원은 모두 60세 전후의 장년이 되었고, 연구보조원들도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견연구자로 성장했다. 연구팀원들이 이 작업과 함께 연구 인생의 절반 내지 전부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동북지역에 산재한 고구려 유적과 유물은 고구려사를 연구하고 한국사를 체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모든 인류가 공유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들 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20세기 전반에는 일본학자, 1950년대 이후에는 중국학자들이 주도했다. 20세기 전반에 이들 유적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한국학자는 거의 없었고, 해방 이후에는 남북분단과 냉전체제로 인해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1992년 한중 수교로 한국학자들도 이 지역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에 접근할 길이 열렸지만, 중국의 규제로 직접 조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한국학자들로서는 종래 일본학자나 중국학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문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각종 조사보고서나 연구논저는 여러 간행물에 산재하거나 절판된 경우가 많아 연구자나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자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DB 구축용 기초자료의 정리


 이 책의 출간은 이러한 상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007년부터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집대성하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본 연구팀도 이 사업에 참여하여 각종 조사보고서와 연구논저를 정리하여 DB 구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과제를 10년간 수행했다

 2007~2008년에 고구려 발상지인 압록강 중상류, 2009~2011년에 국내성이 있었던 통구분지, 2012 ~2014년에 요동반도와 요하·송화강·두만강 유역 등의 유적과 유물을 정리했다2015 ~2016년에는 2007년 이후 새롭게 조사된 유적을 정리하는 보유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분군 246, 개별 고분 269, 성곽 301, 성곽의 개별 유구 31, 기타 유적 40, 개별 유물 84개 등 총 971건의 유적과 유물을 정리했다

 그런데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DB를 구축한 결과, 지역별 개관이나 유적의 역사적 성격등 종합적인 서술 내용을 DB로 전환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 연구자나 일반인들이 유적의 전체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는 데도 많은 불편이 뒤따랐다. 이에 2018 ~2019년에 DB 구축용 기초자료를 재정리해 책자 형태로 출간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총서의 구성


 우리 연구팀은 기존의 고고조사 성과를 집대성하는 데 가장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각종 보고서와 연구논저, 지도와 지지(地誌), 답사자료 등을 널리 수집했다. 그런 다음 각 유적별로 조사 현황, 위치와 자연환경, 전체 현황, 유구별 현황, 출토 유물, 역사적 성격, 참고문헌 등의 항목을 설정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아울러 매년 현장답사를 진행하여 고고조사 내용을 확인하고 유적 현황을 파악했다. 이를 통해 A4 1만 매에 이르는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10권에 이르는 총서를 간행했다.

 각 권의 서두에는 개관을 설정하여 각 지역별 전체 현황을 서술하는 한편, ·현 행정구역이나 유적군 단위로 부()를 설정해 각 유적의 현황을 정리하고 역사적 성격을 고찰했다. 특히 10만 분의 1 지형도나 구글 지형도에 유적 위치를 표시해 현장을 가지 않고도 주변의 지리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각종 도면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수정 보완함으로써 전문 학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I권 : 압록강 중상류 1환인/II권 : 압록강 중상류 2 집안-신빈/III권 : 압록강 중상류 3 통화-백산·임강-장백/IV권 : 통구분지 1우산하 해방만보정·칠성산고분군/V권 : 통구분지 2마선구 산성하고분군, 벽화고분/VI권 : 통구분지 3 성곽, 기타 유적 유물/VII권 : 요동반도 - 태자하 유역/VII권 : 혼하-요하중상류/IX권 : 심양 석대자산성/X권 : 송화강-목단강-두만강 유역/중국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 책 표지


발간의 의의와 제언



광개토왕릉비와 연구팀 

2016년에 고구려 국내성을 찾아 10년간의 정리 작업을 마무리하는 해단식을 가졌다.


 이 총서는 중국 동북지역의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최초의 성과이다. 방대한 고고조사 성과와 관련 문헌자료를 망라하여 정리하였기 때문에 고구려사 연구기반을 크게 확충하고 연구수준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울러 다양한 역사콘텐츠를 개발하고, 일반 시민의 역사인식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총서는 지난 15년간 동고동락했던 연구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지금도 함께 답사를 다니며 길도 없는 험준한 성벽을 오르고 고분을 찾아 풀숲을 헤매던 기억이 생생하다. 때로는 탈북자를 돕는 사람들로 오인 받아 중국 공안에 끌려가 조사받는 가슴 졸이는 순간도 있었다. 이 모든 어려움을 함께 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료 정리와 출간 작업에 매진한 연구팀원들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총서는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집대성하는 작업의 마무리가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 유적 조사 현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종래 중국의 고구려 유적 조사는 도성 지역에 집중되었지만,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지방의 성곽이나 고분도 대거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중 상당수 조사는 중국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의 진두지휘 아래 이루어지고 있고, 그 성과도 속속 간행되고 있다. 이 총서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도 중국 소재 고구려 유적과 유물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집대성하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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