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새해의 첫 보름
음력 1월 15일은 음력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고대 동아시아 국가들은 농경 중심의 경제생활을 했기에 매년 돌아오는 계절의 순환에 경작 시기를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은 설 연휴를 마무리하는 주요 명절인 동시에 농사가 시작되기 전 악재를 물리치고 좋은 기운을 받으려는 의식이 행해지던 날이었다. 오늘날 음력 1월 15일을 한국에서는 ‘정월대보름’, 중국에서는 '원소절(元宵節)'이라 부르며, 다양한 풍습과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정월대보름
정월대보름은 설날, 추석, 단오, 한식과 함께 한국의 5대 명절로 꼽힌다. 2023년에는 이 5대 명절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명절이다. 마을 주민들은 수호신에게 농사와 어획의 성공을 비는 제사를 지냈으며, 온 마을이 참여하는 줄다리기, 쥐불놀이, 탈놀이, 모깃불 피우기 등 공동체적 놀이를 통해 단합을 다졌다. 또한,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묵은 나물 먹기, 약밥과 오곡밥 먹기 등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는 풍습도 널리 행해졌다.
달집태우기(남양주시) | 쥐불놀이(국가기록원) |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과 나물
호두·잣·밤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부럼깨물기’는 한 해 동안 피부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齒]를 튼튼하게 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다리(橋)를 밟으면 다리(腿)가 튼튼해지고 병이 들지 않는다’는 속신도 있어, 조선시대 서울에서는 남녀노소가 늦은 밤 광통교를 중심으로 열두 개의 다리를 밟으며 한 해 동안의 건강을 기원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였다.
쥐불놀이와 달집태우기 같은 전통놀이 역시 정월대보름의 주요 행사로, 농사에 방해되는 해충을 없애고 태운 재를 논밭의 거름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액운을 쫓는 의식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의 원소절
중국에서 음력 1월 15일은 원소절(元宵節) 또는 상원절(上元節), 등롱절(燈籠節)로 불리며, 춘절(春節: 설날) 이후의 첫 보름을 기념하는 명절이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풍습이 전하지만, 공통적으로 탕원(湯圓)이라 불리는 음식을 먹고 등불을 밝히며, 수수께끼 맞추기나 사자춤, 용춤 같은 전통공연을 즐긴다.
원소절은 특히 ‘등불축제’로 유명하다. 원소절의 기원은 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교의 영향으로 등불을 밝히는 풍습이 시작되었으며, 이후 민간으로 확산되며 현재의 원소절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사람들은 화려하고 독특한 모양의 등불을 만들어 거리를 장식하고 폭죽놀이를 하기도 하고, 등불 수수께끼 맞추기 같은 행사를 통해 명절 분위기를 만끽한다.
둥글게 만든 새알탕인 탕원은 찹쌀 반죽 안에 팥이나 참깨 소를 넣어 동그랗게 만든 음식으로, 송대부터 원소절에 널리 먹기 시작했다. 보름달을 닮은 탕원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들어 먹으며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원소절에 먹는 탕원
현대에 이르러 원소절은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요한 명절로 남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보름달을 감상하며, 등불 축제를 통해 새해의 희망과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는 명절
한국과 중국은 모두 정월 대보름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명절을 기념하는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농경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며, 풍년과 건강을 기원하는 음식과 놀이를 중심으로 공동체의 단합과 협동을 강조한다. 반면, 중국은 화려한 등불 축제와 탕원 먹기 같은 풍습이 중심을 이루며 축제를 즐기고 가족의 결속을 강조한다.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기념한다. 이처럼 정월 대보름 명절은 각 나라의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며, 오늘날에도 각각의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농경과 촌락을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세시 의례는 경제 구조의 변화와 도시화된 근대 사회의 시공간 속에서 변모하거나 희미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월 대보름과 원소절은 동아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주요 명절로, 두 나라의 문화적 자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현대 사회의 맥락 속에서도 풍요와 건강을 기원했던 전통적 의미와 함께, 공동체 의식과 문화적 연대를 다지는 명절로 정월 대보름의 의미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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