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재단 새 책
개항장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 김현철 명예연구위원

-『근대 동아시아 조약과 개항장』 출판-

 

근대 동아시아의 항구들은 어떻게 바뀌었나

  인천, 요코하마, 상하이 등 동아시아의 항구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19세기 말 개항 때 외국인들이 거주한 건물과 당시 모습을 보여주는 유적이 남아 있다. 이들 외국인은 언제 타국에 건너와서 어떻게 살았을까? 개항장에서 외국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는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처리되었을까? 이 책은 중국, 일본, 한국의 개항장에서 조계지(외국인 거류지)가 만들어지면서 체결된 조약의 내용과 치외법권, 영사재판권, 토지거래 등 주요 이슈를 항구도시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image.png

개항기 인천 시내 각국 조계지를 표시한 안내도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필자 촬영, 2022)

 

 

중국, 일본 개항장에서 조계지 확대와 다양한 문제   
 
  이 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먼저 박준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제1장과 제5장에서 불평등조약 체제하에서 조계지 또는 외국인 거류지 모델의 기원과 계보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에서 비롯되어 어떻게 일본을 거쳐 조선에 전파되고 변형되었는가를 개괄적으로 평가한다. 중국, 일본, 조선(한국)에서 개항장의 조계지(외국인 거류지) 획정 과정을 비교할 때, 그 모델의 구성과 전파에서 영국의 영향이 컸으며, 특히 일본 고베와 조선 인천 간 관련성도 시사한다.

  조병식 한림대학교 교수는 제2장에서 중국 상하이와 톈진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조계지 내 외국인의 치외법권 행사에 대해 외국인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기보다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경우에는 영국인 등 서구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청)인이 많이 거류하면서 이들 외국인, 특히 청국인과 일본인 간의 소송과 재판 과정에서 치외법권 문제가 커다란 이슈였다.

  조국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제3장과 제4장에서 일본이 개항 과정에서 불평등조약에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요코하마에서 청국인과 일본인 간 소송 사례와 도쿄재판소의 사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언급한다.

 

image.png

요코하마개항자료관(필자 촬영, 2011)

 

  필자는 제6장에서 일본 내 다른 항구보다 늦게 개항한 니가타(新潟)와 사도섬(佐渡島)에 외국인들의 이주, 교류 및 통상 등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다양한 변화 모습을 보여준다. 니가타에 건너온 서구의 광산 및 선박 기술자들이 사도섬의 광산 개발과 니가타-에비스항(夷港) 간 증기선 건조와 운항에 큰 영향을 끼쳤다.

 

image.png

니가타항에서 바라본 니가타시역사박물관(필자 촬영, 2022)

 

 

뒤늦게 개항한 조선의 딜레마 

  이렇게 개항 초기 서구 국가들과 불평등한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주권과 경제적 이익을 침탈당한 중국과 일본이 나중에 한국 등 주변 국가에 개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더욱더 침탈과 불평등한 조약을 강요하고 압박을 가하였다.

  동아시아에서도 먼저 개항한 중국, 일본과 시기적으로 뒤늦게 개항한 조선의 경우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었다. 중국과 일본이 외국인과 소송이나 교섭 과정에서 보여준 적극적인 태도나 타협의 양상이 조선 개항장의 경우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인천의 경우, 이정희 인천대학교 교수가 제7장에서 인천 내 청국 조계 개설의 법적 근거가 되는 ‘인천구화상지계장정’이 조선과 청국 간에 어떠한 경위와 교섭 과정을 거쳐 체결되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필자는 제8장에서 인천의 개항 과정과 일본 조계지 설치에 관련된 조약을 분석하여 당시 일본 정부의 조선, 특히 인천에 대한 의도와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image.png

인천 차이나타운 청일조계지 경계계단에서 바라본 일본 조계지터(필자 촬영, 2022)

 

  박한민 재단 연구위원은 제9장에서 원산 개항 과정을 일본 군함이 조선 북부 연안을 측량하고 정탐하면서 당시 조선인들을 만났을 때, 그리고 부산 주재 일본 상인들이 이곳을 현지 시찰하면서 어떻게 하였는지를 자세히 보여준다. 최성환 목포대학교 교수는 제10장에서 개항 후 목포 각국 조계 내 거주 외국인 중 일본인이 절대다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가장 많은 택지를 확보하고 유리한 위치에 영사관 건물을 신축하였으며 경찰서 업무를 독점하는 등 목포 각국 조계 내의 실권을 일본이 장악해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이재훈 조선대학교 교수는 제11장에서 러시아 역시 교류와 통상의 필요성 및 군사적‧외교적 이해관계에서 조선 내 진출 거점지역을 확보하려고 했으며, 부록으로 조러육로통상장정을 번역, 수록함으로써 개항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근대 동아시아의 개항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 이주해온 외국인들과 겪은 이야기를 통해서 근대 동아시아 국제질서가 얼마나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양상을 띠면서 변화해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근대 한중일 3국의 개항에 관련된 조약의 체결 과정과 내용 및 적용된 구체적 사례를 자세히 알아보는 자료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OPEN 공공누리 - 공공저작물 자유이용 허락(출처표시 - 상업적이용금지 - 변경금지)

동북아역사재단이 창작한 '개항장의 숨은 이야기를 찾아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