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2.0시대와 동아시아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들었다고, 미국의 WSJ가 4월 13일 보도했다(「WSJ Trump Interview Excerpts: China, North Korea, Ex-Im Bank, Obamacare, Bannon, More」, 2017.4.13 (wsj.com/articles/BL-WB-68027, 2019.6.10 검색)). 그 진위를 검증할 수 없는 가운데 트럼프-시진핑 시대가 다시 시작됐다.
동북아역사재단(NAHF, 2006)의 전신 고구려연구재단(2004)과 바른역사기획단(2005)이 창단한 지 20년이 지나고 있다. 당시 중국은 국력 신장과 함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한반도의 역사 편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일본은 고이즈미(2001.4~2006.9)와 아베(2006.9~2007.9) 총리 재임 시기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 참배를 강행하고, 시마네현은 2005년 1월 ‘竹島의 날’(매년 2.22)을 제정하여 국내 정치의 보수·우경화에 좋은 재료로 활용하던, 소위‘역사의 정치화’가 횡행하던 시기였다.
지난 20년간 동아시아에는 민족주의 고조와 신냉전의 도래라는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2012년 5월 ‘강한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바라는 푸틴 대통령의 귀환, 9월 ‘일본 부흥’을 주창하며 개헌(9조)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아베 총리의 재등장, 11월 ‘중화민족의 부흥’을 외치며 제18차 공산당대회에서 총서기로 선출된 시진핑, 그리고 2017년 1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역내 지도자들의 배타적 민족주의는 한껏 고조되었다.
2018년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바이든 정부는 역내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여 대중국 견제를 견지해 왔다. 중국은 이에 맞서 러시아와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러-우전쟁이 발발하였다. 유럽에서 일어난 이 전쟁은 동아시아의 화약고(타이완, 한반도,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신냉전 구도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와 시진핑(『한국일보』, 2025.1.19)
2022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식(2.4)에서 푸틴과 시진핑이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중러 관계와 동아시아 질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유리 우샤코프(Юрий Викторович Ушаков)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푸틴도 『신화통신』의 기고문(2.3)에서 러중 양국이 국제 문제에서 “중요한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푸틴-시진핑 4일 베이징 회담」(voakorea.com/a/6424880.html, 2022.2.10 검색)). 올림픽은 2월 20일 폐막했고, 러시아군은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그 후, 북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2023.9), 푸틴의 평양 방문(2024.6)이 이어졌다.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나토(NATO)의 동진을 가속화하고, 기시다 총리는 2023년 나토와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일본에 나토 사무실 설립을 제안하였고, 이시바 신임 총리는 더 나아가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주창하기에 이르렀다. 제국 러시아의 부활을 바라는 푸틴의 민족주의 불씨가 동아시아 안보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재단 출범 당시 역내 역사·영토 갈등은 양자 간 외교 문제에 국한되었으나, 현재는 글로벌 차원의 군사와 경제 안보 영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범위도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과 유럽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유럽과 동아시아의 갈등 요인이 상호 작용하여 유라시아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동북아역사포커스』의 지향점
2025년 1월 트럼프-시진핑 시대가 다시 열렸다. 미국은 최근 2월 4일 중국산 물품에 10%의 추가 관세로 압박하고, 중국도 10일 미국산 80개 품목에 10~15%의 표적 관세를 부과했다. 시진핑 정부는 일찍이 중국몽, 인류운명공동체 이념과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안으로 ‘중화민족공동체’ 의식을 강화하여 내부 단결을 강화해 왔다.
재단은 미중 갈등의 장기화와 역내 정세 변화에 따라 지난 2022년 6월 우리 정부의 역사 외교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저널 『동북아역사포커스』를 창간했다. 그 취지는 세계사적 차원의 역사 갈등 현안과 화해 사례를 분석하여 관련 전문가는 물론 우리 국민과 함께 공유하여, 정부와 민간의 공공외교 역사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한중일 역사 갈등과 화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고구려사, 고지도와 독도, 관동대지진, 발해사, 화이질서와 섬, 청일전쟁,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과 동아시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각 호의 특별기고에선 국내외 학계 원로와 오피니언 리더의 정책 시사점을, 포커스 코너에선 국내외 현직 전문가의 학술적 연구에 의한 분석을, 그리고 체험!역사현장 코너에선 현지 전문가(언론인)에 의한 현지의 역사 인식을 독자들에게 생동감 있게 전해 왔다.
『동북아역사포커스』
현재까지 와다 하루키 명예교수(和田春樹, 도쿄대), 거전자 명예교수(葛振家, 베이징대), 최상용 명예교수(고려대)의 글을 포함한 16편의 특별기고와 66편의 포커스 글을 종이책과 온라인에 실었다. 제9호까지 배포한 종이책 외, 재단 홈페이지에 탑재한 전자책의 총조회수는 1만 회를 넘어서면서 독자층이 확대되고 있다.
2025년 봄호부터는 ‘역사의 정치화’, ‘정치의 민족주의화’ 흐름을 반영하여 다양한 학술적 견해를 수용하고, ‘NAHF 톺아보기’를 신설해 재단의 연구사업에서 역사 현안으로 부상한 주제를 심층 분석하여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도록 하였다.
『동북아역사포커스』는 역내 갈등과 협력 요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다양한 학술 견해를 담아서 우리 국익을 반영한 정책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한다. 재단 내부는 물론 외부의 지속적 관심과 건설적 아이디어를 통해, 역내 공동의 평화 발전 토대를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저널이 되도록 노력해 갈 것이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창작한 '역사 갈등과 협력 가능성을 조명하는 정책 저널『동북아역사포커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