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10 양일간 서울 세종호텔에서 재단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의 제목이 '역사대화로 열어가는 동아시아 역사화해'인 것처럼 역사화해를 위하여 10개국의 전문가들이 함께 역사대화를 시도하고 모색하는 자리였다. 포럼은 크게 4개의 분과와 2개의 기조 강연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동아시아 역사대화의 다층화(多層化)를 위한 모색'의 자리였다. '동아시아 내 국경을 넘은 역사의 모색-최근 역사대화의 교훈과 동아시아 지역사의 전망'에서 미타니 히로시(三谷 博) 교수는 2000년대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국경을 넘은 역사 대화의 모색에 관해서 발표하였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역사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역사의 기억과 해석의 차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백영서(연세대)교수는 '동아시아 공동체와 역사대화'에서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사를 쓰기 위해 과거로의 탐색을 시도하는 역사연구자의 지적 실천이 요구된다고 하였다. 또 '소통적 보편성(communicative universality)'이라는 발상을 통해 역사화해가 가능할 것이라는 언급도 하였다. 그가 언급한 '소통적 보편성'은 각각의 문맥에 타자(他者)와 다른 개별성이 있음과 동시에 상호이해의 가능성을 부여하는 보편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백영서 교수는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실천 과제로서 '역사옴부즈맨 제도'의 도입을 강조하였다. 즉 동아시아 각국 간의 역사분쟁 내지 역사왜곡 사례를 조사하여 언론에 공표하는 등 간접적인 강제수단을 동원하여 역사화해에 기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앤드류 호밧(일본 도쿄 경제대) 교수는 '시민사회의 역할'에서 동아시아는 유럽과 달리 시민운동이 발달하지 못하였으며, 이곳에서의 시민운동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역사대화와 화해를 위해서는 초국가적인 단체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홍콩대학의 롱잉타이(龍應台)교수는 그녀의 발표문 '기억의 충돌-타이완-중국 관계와 일본'에서 타이완의 현대역사문제에 관하여 문제제기를 하였다. 그녀는 중국이 일본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태도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강조하였다.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평가는 현실에 따라 변화하는데, 서로 다른 기억은 서로 다른 태도를 낳지만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은 또한 과거에 대한 해석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제2부는 '동북아 역사대화의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임상선(동북아역사재단)박사는 '한·일 공동역사교재 현황 및 과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집필하여 발간한 5권의 교재(『한일공통역사교재 조선 통신사』 『미래를 여는 역사』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대사』 『마주보는 한일사』 『한일공통역사교재 한일 교류의 역사』)에 관하여 내용을 살펴보고 과제가 무엇인가 살펴보았다. 현재 발간된 교재들은 교사들이 학습지도 참고용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일역사공동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는 김태식(홍익대)교수는 1기의 공동역사위원회의 활동을 기초로 하여 2007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2기에서는 양국 학자들의 역사인식 차이의 폭을 좁히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망하였다. 중국에서 참석한 왕희량(王希良)(흑룡강성사회과학원)교수는 한·중·일 공동역사교재인 『미래를 여는 역사』 집필에도 참가하였던 경험을 살려 발표하였다. 그는 3국의 학자들은 교류와 협력, 심지어 치열한 논쟁을 거쳐서 공동의 역사교재를 발간하였음을 언급하였다. 여기에는 역사의 진실에 대한 존중쭭정확한 역사관 수호쭭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이해쭭솔직한 교류의 전개쭭역사에 대한 공동 인식에 합의 하는 과정이 필요하였다고 한다.
3부의 주제는 '역사화해를 위한 역사교육'이었다. 보도 폰 보리스(독일 함부르그대학)교수는 '역사화해를 위한 역사교육'에서 독일의 관점에서 본 이론적인 고찰 및 실천 경험을 발표하였다. 그는 역사화해를 위해서는 '서로 접근하고 함께 움직이기'를 해야 하며, '서로를 향해 나아가고 함께 가기'를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필요한 전제조건을 제시한다. 즉 '과거를 잊지 않고 과거로부터 거리를 두고 이야기하기', '현재를 완전히 판정하기 위해 과거를 허용하지 않기', '공동의 미래의 조건과 기회들을 찾기' 등이다.
키무라 시게미즈(동경학예대학교수)는 '한·일공통역사교재의 작성과 역사교육'에서 서울시립대학과 동경학예대학이 10년간 공동연구를 진행한 성과에 관해서 발표하였다. 이 공동연구를 통하여 공통역사교재의 편찬·발간이야말로 일국사관(一國史觀)/자국사관(自國史觀)의 한계를 넘는 21세기 동아시아 역사인식을 공유하는 구체적 작업임을 확신한다고 주장하였다.
교육현장에 있는 박중현(양재고)교사는 '공동교재를 통한 역사화해의 가능성 모색'에서 21세기의 역사교육은 동아시아 시민으로 객관화되고, 역사교육이 국제시민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임을 제안하였다. 수지량(蘇智良, 중국 상하이 사범대)교수는 '정확한 역사교육이 역사화해의 선결조건'임을 강조하였다.
제4부 '동아시아 역사화해 네트워크'는 동남아시아의 역사화해에 관하여 고찰해보는 시간이었다. 몽골과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았다.
2명의 기조강연도 있었다. 도이 류이치(일본 민주당 의원)의원과 릴리 가드너 펠드만(존스 홉킨스대)교수가 강연을 하였다. 특히 펠드만 교수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다. 펠드만 교수는 21세기 들어 국제적 차원의 화해(reconciliation) 현상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학문적 연구들이 급증하였고, 다양한 정의들의 쏟아져 나왔다고 언급하였다. 화해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까지 구별해 볼 수 있으며, 이 안에 다양한 의미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낮은 수준의 화해는 공존(共存)의 의미를 가지며 높은 수준의 화해는 태도와 신념이 변화하여 과거 적대하던 세력들이 협력을 증대하는 수준으로 간다는 것이다. 또한 화해는 평화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들을 융합'하는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차이(divergence)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의 협력적 틀 속에서 이루기 위해 '생산적인 토론'을 행하는 것을 현실적인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포럼은 이틀 동안 발표자와 토론자 뿐 아니라 이를 참관하는 사람들 모두 진지한 분위기에서 심도 깊은 토론을 통하여 진행되었다.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에서는 향후 각국의 역사교과서를 가지고 포럼을 개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제안도 나왔다. 역사화해를 위해서는 우선 교류를 확대할 뿐 아니라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교류의 횟수를 증대해야 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