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적으로 독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1999년 제2차 한ㆍ일어 업협정의 체결과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른바 신한일독트린 선언 이후 독도에 대한 연구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1948년 이후 직간접적으로 독도문제를 다룬 연구는 단행본 및 논문을 포함하여 대략 700편을 넘는다고 한다1). 가히 독도 연구의 범람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다.
국내 독도 연구들은 대부분 역사적 근거나 국제법적 근거로 볼 때 독도가 명백한 우리 영토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방대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주장을 굽히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본의 주장은 해가 갈수록 치밀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일본의 독도에 대한 주장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총리 재임 시 경색됐던 한일관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으로 어느 정도 풀릴 기미가 보였지만, 독도에 관한 한 그들의 기본입장은 변함이 없다. 문부과학성의 해설서에 독도 주장을 게재하겠다는 방침은 그런 연장선에서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일본의 입장은 왜 변화가 없는가. 일본이 볼 때, 독도에 대한 우리 주장의 근거가 타당성이 없기 때문일까. 객관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일본이 진실을 외면하고 억지를 부리기때문일까.
영토문제는 국가의 위신과 자존심이 걸려 있어서 상대국의 정당한 주장도 통상 무시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집요한 주장은 우리 국민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독도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 항상 반일감정을 촉발시키는 직접적인 도화선이 되고 있다.
바뀌지 않는 일본의 독도에 대한 입장
그런데 일본의 집요한 주장에 대하여 감정적으로만 대응해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단순명쾌하게 일본이 독도에 대한 주장을 포기하기를 바라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그렇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영토인 독도를 우리가 양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독도 문제의 해결을 원한다면,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문제를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 되었다. '독도 문제 해결'이란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갈등과 긴장의 완전한 해결보다는 현실적 해결 또는 합리적 해결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즉흥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냉정하게 이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이해에는 정치한 국제법 이론과 역사적 정당성 확보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주장과 영토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수반되어야 한다. 정서적으로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것은 누구나 말할 수 있겠지만, 국제법적으로 역사적으로 우리의 영토라는 것은 아무나 설명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전문가나 지식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영유권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이론의 천착과 역사적 정당성 확보는 최근 수년간 국제사회에서의 영토 문제 해결 경향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것이다. 국제재판에 회부되는 대부분의 영토 문제는 영토 취득의 권원이 객관적 증거로 입증되었을 때 승소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나 증거능력이부족한 지도는 국제재판에서 크게 중시되지 않는다. 국제재판을 고려하지 않을 때는 외교적 교섭과 설득에 의해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합리적 해결책 모색과 관련하여, 현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실행방안은 한ㆍ일어업협정상 중간수역 체제를 잘 운영하여 양국간 갈등을 최소화하거나, 또는 일본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여 해양경계획정을 완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실익을 확보하는 방안으로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은 독도의 기점효과를 무시하고 울릉도와 일본의 오키도 사이의 중간선을 해양경계선으로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국내에도 몇 차례소개된 세리타 켄타로(芹田健太郞) 교수의 독도양보론이 주목된다. 일본으로서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우리는 세리타 교수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여 범정부적 차원에 서 일본을 설득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실효적 지배 강화는 정당…국제법 바탕 치밀한 준비를
해양경계획정을 완성하기 위해서 영유권 문제를 우선 매듭지으면 자연스럽겠지만, 국제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유권과 해양경계 문제를 순차적으로 또는 동시에 국제재판으로 해결한 선례는 있다. 예컨대, 1998년과 1999년의 에리트리아와 예멘 사이의 섬의 영유권 및 해양경계에 대한 중재재판과 2001년의 카타르와 바레인 사이의 해양경계 및 섬의 영유권에 대한 사법재판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2007년의 니카라과와 온두라스의 사법재판도 중요한 경우이다. 물론 우리 정부는 독도 문제를 그렇게 해결할 의도는 없는 것 같다. 명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서 그러한 해결을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차단하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한다는 정부의 기본 방침은 타당하다. 다만, 미래를 위하여 사법재판이나 중재재판을 가정하여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그런 준비를 바탕으로 현실적 해결책을 모색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
참고로, 일본은 러시아와의 북방 4개도서 문제와 관련하여 사법적 해결보다는 외교적 해결에 더 비중을 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1977년 9월 중의원 외무이사회에서 국제사법재판소에 의한 영토 문제의 해결을 논의했으나 외무성이 이를 소련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일본은 1992년 러시아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영토 문제를 회부할 것을 주장했을 때 그에 대해 반대했다. 대신 일본은 러시아에게 1956년 일ㆍ소공동선언의 합의와 달리 집요하게 외교교섭을 통해 4개도서의 동시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1997년 일본 외무성이『영토문제의 해결을 위한 향후의 선택』이라는 전략보고서를 하시모토 당시 총리에게 제출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동 보고서는 일본의 영토정책에 대한 기본입장을 담은 것인데, 이에 근거해 1998년 러일정상회담에서 4개도서 인근 특정지역에 양국의 국경선을 긋되 일본의 잠재주권(residual rights)을 인정해달라는 제안을 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논의할 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독도 문제는 감정적 차원에서 국민을 선동하거나 언론을 호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에 대한 동북아재단의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 본 글의 내용은 재단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