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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특집Ⅰ - 『1948년 남북한 건국과 동북아열강들의 인식』학술대회] 남북한 건국 전후 시기 거시적 조망"의미"
  • 제1연구실

지난 5월 16일(금)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용덕)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한국사연구소(소장 정태헌)가 공동으로 고려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1948년 남북한 건국과 동북아열강들의 인식』주제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맞아 그 역사적 의의를 동북아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그 간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논의는 내부 구조적 모순 해결의 귀착점으로 파악하고, 평가하는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미ㆍ소 분할점령이후 진행된 분단화 과정의 귀결점으로 파악하는 방식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남북한 신생국가 수립에 대한 동시대의 이해를 파악하는데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학술대회는 안과 밖의 건국에 대한 동시대의 다양한 인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했던 것이다.

1948년은 동북아의 지정학적ㆍ전략적 지역이자 역사적으로'제국과 식민지',' 동맹과 적'이라는 관계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던 한반도를 둘러싸고 동북아 열강들이 자신의 위상과 관계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해 나가야 했던 때였다. 달리 말하면 남한, 북한과 동북아 열강들이 기존의 인식(틀)을 새롭게 조정해 나가야했고, 이 과정에서 전략적 제휴 대상을 자신의 이해에 맞게 재규정해 나가야 했다. 이에 본 학술대회는 1948년 한반도의 건국에 대한 동시기 안과 밖의 다양한 인식을 확인하는 것을 주된 과제로 설정했다.

1980년대 후반 이래 한국현대사 연구는 폭발적으로 진행되었고, 특히 이 과정에서 1945년 이후 통일 민족국가 건설운동의 전개와 그 좌절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축적을 이루었다. 민족통일 전선에 입각한 국가건설운동의 흐름을 짚은 연구들을 시발로(서중석, 도진순, 정해구) 남한과 북한의 제 정치세력이 민족국가 건설을 위해 어떠한 정치적 입장과 세계관을 갖고 운동을 추진해 갔는가도 치밀하게 분석되었다. (김성보, 김광운, 이주철,정병준, 고정휴, 노경채 등)

또한 남북한 분할점령과 분단정권 수립을 사실상 주도했던 미?소의 이해를 1차 자료를 중심으로 치밀하게 검토한 연구 성과들도 제출되어(이완범, 정용욱, 기광서) 남북한 분단정권 수립에 깊게 개입한 미ㆍ소 열강들의 이해추구를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나아가 연구시기가 1948년 이후로 확장되어, 분단정권 수립이후 남북한 정권이 지역정권을 전 한반도, 전 민족을 대표하는 민족국가로 정체성과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벌인 치열한 경쟁을 치밀하게 검토한 연구 성과들이 제출되었다.(박명림, 김수자, 임종명 등)

그러나 본 학술대회에서 다루고자 하는'남북한 건국'시점에 대한 동북아 열강들의 인식을 체계적으로 검토 규명하는 연구는 아직 없다. 남북한 단독 정권 수립의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 성과가 축적되었지만 남북한 건국이라는 사건을 당시 남북한 내부에서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열강들이 외부에서 어떻게 인식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인가를 검토하는 작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내부에서 본 열강들의'한반도 인식'

이에 본 학술대회는 1948년이란 시점과 건국의 의미를 동북아라는 틀 속에서 검토하여'건국'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한인식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주안점을 맞추었다.

이 같은 주제를 새롭게 고찰하기 위해 이번 학술대회는 △제1부'남북한 건국과 열강에 대한 인식', △제2부'남북한 건국에 대한 열강의 인식'으로 구분하여 진행, 고정휴(포항공대),ㆍ임종명(전남대),ㆍ기광서(조선대),ㆍ임상범(성신여대),ㆍ이규수(성균관대) 교수와 이주철 박사(KBS연구원) 등 한국현대사 전문가들이 대거 발표에 나섰다.

이 중 이주철 박사(KBS연구원)은"북한의 정부수립과 열강에 대한 인식"에서『정로』『로동신문』『근로자』를 분석한 뒤, "대중에게 공개되었던 자료만을 가지고는 북한의 주도세력이 가졌던 열강에 대한 인식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1차 미소공위가 결렬되고 조선공산당 지도자에 대한 미군정의 체포령이 내려진 시점에서 북한 주도세력의 열강에 대한 인식에 뚜렷한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제2부'한반도 주변 4대 열강의 남북한 건국에 대한 인식'에서 발표한 고정휴, 기광서, 이규수, 임상범 교수의 논문들은 국내외 학계에서 검토된 적이 없는 새로운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의식을 담은 논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기광서 교수(조선대)는 1948년도『프라우다』기사를 분석 한"소련의 남북한 정부수립에 대한 인식"에서"소련의 남북한정부 수립에 대한 인식은 북한지도부의 그것과 본질적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소련이 북한측의'통일적 중앙정부'가 아닌'통일적 정부'로 부른 것은 남북 당사자보다는 제3자적 입장에서 객관적 정의를 시도한 것이며, 통일주체의 위상에 대한 정의에서 북한과 미묘한 인식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는 이신철(성균관대), 정병준(이화여대) 교수와 김광운(국사편찬위원회), 서종진(동북아역사재단), 이재령(단국대)박사, 국문학 전공의 김현주(연세대)교수가 참여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종합토론 사회는 한국현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김성보(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이처럼 1948년 남북한 건국에 대한 동북아 열강들의 인식을 검토하는 작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전후 동북아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1948년 남북한'건국'의 의미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국학계가 분과학문의 틀을 넘어서 건국에 대한 동시대 인식과 평가를 구체적인 사료를 통해 검토하는 차원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따라서 식민지배와 분단에 직접 관련을 맺었던 각국들의 인식을 검토하는 이 학술대회는 역사인식의 심화에 크게 일조했다.

둘째, 특히 대한민국 건국과 관련한 동북아 열강들의 동시대인식 검토는 현재의 동북아 열강들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탈냉전이후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는 우리로 하여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열강들의 지정ㆍ전략적 이해에 대한 냉철한 검토와 판단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개항기 이래 한반도를 둘러싼 두 번째의'동북아 질서 재편기'라고 할 수 있는 1945년부터 1953년 시기 동안 지정ㆍ전략적 이해를 추구했던 열강들의 한반도에 대한 이해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 학술회의의 내용은 그 시발점을 검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는 탈냉전이후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있는 현 시점에 동북아 각국의 이해 추구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역사적 지식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