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동북아역사재단 제2대 이사장 정재정입니다.
지난 9월 17일 정부로부터 이사장의 명을 받았을 때,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걱정과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따뜻하게 환영해준 재단 임직원들을 만나고, 동북아 역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신 학계의 선후배와 동료 연구자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접하며, 마음이 놓이고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그 동안 학계의 동료 연구자로서, 재단의 자문위원으로서 평소 여러분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고 토론하며 역사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해 왔기 때문에, 이사장으로서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성심성의껏 도와주리라는 확신과 믿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담스럽기까지 했던 책임감은 많은 분들의 기대와 성원 앞에서 어느덧 각오를 다잡는 청량한 에너지로 바뀌고, 큰힘과 의지가 되었습니다. 비록 천학비재(淺學菲才)하지만 열과 성을 다하여 재단에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006년 출범한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 9월 22일로 출범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재단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김용덕 전 이사장님과 직원들의 의지와 노력, 관련 연구자들과 시민사회 인사들의 기탄없는 제언과 협력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일궈냈다고 평가합니다.
역사화해를 발신하는 중심기관으로 자리매김
우리 재단은 출범의 경위와 업무의 성격상 내부적으로 여러 계통의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일, 한중 역사와 독도를 비롯한 영토·영해 연구,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사와 한일 근현대사 연구는 물론 국제정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종다양한 분야의 학술 연구자, 그리고 역사관련 민간 기구와 단체들의 협력을 얻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 재단이 일군 성과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합치고 힘을 모은 덕택일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의 관심과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동북아역사재단은 실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인접 국가와 역사문제 또는 영토문제 등이 불거진 때마다 재단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였습니다.
그리고 국내외 석학들과 더불어 동북아의 역사문제와 영토문제 등에 대해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인접 국가나 세계 유수의 관련 기관에서 우리 재단의 활동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재단이 이룩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업적은 동북아의 평화와 상생을 위한 역사인식을 모색하고, 그것을 전파하기 위한 지적·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실입니다. 재단이 주최한 수많은 학술회의는 동북아의 상호이해와 공동번영을 모색하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재단은 동북아에서 역사화해와 우호협력의 사상과 인식을 생산하고 발신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자리 잡았습니다.
변화와 개혁으로 싱크탱크 위상 강화에 최선
그렇지만 주변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동북아의 유동적인 정세는 역사문제와 영토문제가 언제 다시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지 모릅니다. 특히 일제의 한국강점 100년이 되는 내년부터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10년 동안은 역사인식과 영토주권의 문제가 동북아의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재단이 추구하는 역사와 영토 주권의 수호, 상생을 위한 역사인식의 창조와 공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향하는 공동체상의 수립 등은 새로운 장애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이 같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선 한일, 한중 역사연구 분야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집대성하고, 개별 연구를 뛰어넘어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역사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상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재단은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각국의 연구자들과 더 깊고 강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독도를 비롯한 영토·영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출범 2년째를 맞은 '독도연구소'가 명실상부한 '독도'연구소로서 자리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등에 대해서는 우리의 주장을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전파할 것입니다.
저는 동북아역사재단이 이러한 국내외 상황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재단이 동아시아 연구의 중심으로 확고한 위상을 다지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스스로가 철저하게 재단의 실태를 점검하고 결점을 개선하여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단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그리고 짧은 기간이지만 이사장으로 임명받은 후부터 지금까지 여러 경로를 통해 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와 현안뿐만 아니라 비판과 평가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산, 조직, 인사, 연구, 운영 등의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는 엄중한 분위기를 감지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현실적·시대적·국민적 요구를 외면하다가는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우리 재단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여러분의 뜻과 힘을 모아 재단이 당면한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식의 포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단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이룩하겠다고 호언하지도 않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과 서로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고 숙의하면서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그 방향은 명확하고 확고하기 때문에 주저하거나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재단 임직원과 함께 심기일전하여 분투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이 되어 송구스럽습니다만, 국내는 물론 중국·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우리 재단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석학과 시민사회 인사들, 그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지향하는 국민 여러분께서 동북아역사재단이 동북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한 역사연구와 정책개발의 싱크탱크로 확고한 위상을 가질 수 있도록 비판과 조언, 그리고 애정과 관심을 보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9월
동북아역사재단 제2대 이사장 정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