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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공동체를 위한 전략은 있는가?
  • 서상민 동아시아연구원 중국연구센터 부소장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의 현황과 전망

동아시아가 국제관계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반도와 대만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냉전적 유산이 남아 있긴 하지만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변화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다. 중국의 부상은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유소작위'(有所作爲)(적극적으로 참여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뜻)전략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과 국제질서의 변화에 대응하고자 새로운 외교안보의 틀을 짜고 동아시아 지역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 역시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를 가져오는 또 다른 동력이다. 변화를 주도할 만한 힘을 갖지는 못했지만, 중국의 부상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의 변화 속에서 최근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는 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개선을 강조하고 그 구체적인 상징으로 미국을 포괄하는 동아시공동체를 공식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렇듯 동아시아 지역 내 주요 강대국들은 향후 전개될 지역질서 변화에 대한 구상하에서 움직이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는 이와 같은 움직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조류이자, 각 국가들이 의식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전략이다. 그러나 지역적 상호의존의 심화가 곧 지역공동체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공동체는 지역에 속한 많은 행위자들이 의식적으로 공통의 원칙, 규범, 규칙의 토대 위에서 상호협력을 위한 의도적 전략과 노력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국제관계의 중심으로 등장한 동아시아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의 현황과 전망' 연구에서 연구팀은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 3국의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다차원적인 인식을 상호 비교하고, 동아시아 지역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한국의 대안전략으로서의 동아시아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공동체 담론에 담긴 동북아 3국의 동아시아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고, 자국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동아시아공동체를 만들려는 한국, 중국, 일본의 동아시아 정책과 전략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였다.

먼저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을 지리적 개념에 기초하여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지리적 범위를 넘어서 미국과 러시아 등이 포함하는 동아시아의 영역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만으로 이뤄지는 동아시아공동체 건설을 바라고 있으며,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지역 주도권 확보라는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주변 환경을 안정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해외의 대중국 투자와 주변국과의 무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여,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고자 한다. 또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견제하여 역내에서 힘의 균형을 취한다는 전략적인 고려도 깔려있다.

한편 일본은 동아시아를 이른바 '광역 동아시아'로 인식하여 구성국 확대를 꽤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묶어 동아시아로 인식하였으나, 21세기 들어서면서 오세아니아 남아시아 국가의 일부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을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지역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역화된 동아시아가 더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한편 일본의 동아시아공동체 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공동의 가치, 아이덴티티 공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의 동아시아 지역인식과 전략이 지역 내 주도권 경쟁과 연관된 적극적인 성격을 갖는 반면, 한국의 동아시아인식과 전략은 한반도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차원에서의 이루어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격을 갖는다. 한국은 지역적으로 동아시아를 아시아태평양, 동북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하여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은 동아시아의 국제정치질서의 변동과 국내정치적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따라서 어떤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일관된 공동체 전략을 전개해 왔던 것은 아니며, 대체로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역학관계에 따라 변화해 왔다.

한·중·일 간의 평화적/호전적에 대한 상호 인식

한국, 4강체제를 고려한 탄력적 전략 수립을

이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한국의 동아시아지역에 대한 전략 부재의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한국의 지역전략과 공동체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본 연구팀은 한국의 지역전략은 동아시아 지역의 역학관계의 변화에 따른 미국의 패권 지속, 중국의 영향력 강화 그리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전통 4강체제하의 세력균형 등의 가능성을 고려한 탄력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첫째, 주변국과의 다중 전략적 관계를 맺고 둘째, 연성권력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질서의 근본적 변환과정에서 한국이 주도역할을 함으로써 동아시아 공동체 창출에 공헌하며 셋째, 한국 문제를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과 연결하여 다룸으로써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째, 국제정치에서 극한적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과거사 등 지역 정체성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다섯째, 시장평화와 민주평화를 최대한 이용하는 공동체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여섯째, 동아시아가 공통으로 부딪히고 있는 문제들, 특히 인간안보 문제 등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형성하는 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으며, 마지막으로 민족 정체성과 지역의 정체성이 평화롭게 공존할할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본 연구는 단지 동아시아공동체와 관련된 논의나 동북아 3개국의 동아시아 지역정책을 소개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공동체 담론과 관련된 각국의 지역인식과 각국의 실제 지역전략과의 연계지점을 파악하려 했다. 또 동북아 3개국에서 지금까지 이뤄진 동아시아공동체와 관련된 정책과 전략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따라서 향후 동아시아공동체 관련 연구가, 본 연구를 기초로 한다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가 다 채우지 못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취해야할 동아시아 지역전략과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을 위한 한국의 실행 전략과 계획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의 연구과제로 남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