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아시아학회가 열렸다. 학회와 동시에 아시아사 관련 도서를 발간하는 출판사들의 도서전시도 있었는데, 132개의 전시관이 사전에 예약 완료될 만큼 아시아학에 대한 미국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도서전시에는 하버드, 예일, 캠브리지와 같은 명문대학 소속의 출판사가 대거 참석하였으며, 중국에 대한 열렬한 관심과 일본의 강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막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 기간 동안, 재단 발간 도서에 대한 미국 현지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특히 미국 내 출판사 대부분이 중국이나 일본을 주제로 한 책에 주력하고, 주로 중국과 일본 출판사들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재단의 참가는 거의 한국을 대표하는 격이었다.
출발 전에는 영문책의 비중이 적어 걱정했지만, 실제 참가해보니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주제였다. 서양의 아시아사 연구자들의 구미에 맞는 주제를 찾는 것이 시급함을 느꼈다. 특히 옛날 신문기사, 광고 등과 같은 일상생활에서 구할 수 있는 생활 사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도서전시는 영어권 국가는 물론 동아시아에서 아시아학을 하는 많은 학자들에게까지 재단의 연구 성과를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지속적인 참가와 연구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개선할 필요를 느꼈다.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주제
먼저, 전시도서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서양 학자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다양한 만큼 몇가지 책만 선정하여 전시하기 보다는 발간 도서 전체를 소개한 카탈로그와 주문서를 활용하여 현장의 수요와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둘째, 한국학과 연개할 수 있는 분야의 출판사들과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은 어학 전문출판사가 참가하여 일본어 학습서를 전시하였다. 한국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우선 한국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과 협력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셋째, 책의 주제가 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즉 우리 책을 통해 많은 외국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를 제시한다면 훨씬 더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단에서는 전시회 마지막 날 가져간 견본 책자들을 무료로 나누어주었다. 물론 나눠준 책을 좋아했고, 북미지역 사서들 중 일부는 지속적으로 책을 증정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책을 무료로 증정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단 미국은 책을 무료로 증정하는 풍토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료 증정이 오히려 책의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원인이 되었다. 오히려 책 자체에 대한 정보를 주고, 필요한 경우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정말로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번 전시회 참가를 통해 다시 한 번 한국사가 한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 특히 영어권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며, 이들이 갖는 관심에 우리가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느꼈다. 또한 수준 높은 도서를 발간하여 우리의 문화적 힘과 연구 성과를 알리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