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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백두산 화산 폭발과 발해 멸망
  • 김은국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Question

최근 국내외 지질학계와 언론에서 백두산 화산폭발이 임박하였다고 전하면서, 특히 1천여 년 전 발해 멸망 원인도 바로 백두산 화산폭발 때문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Answer

백두산 화산 폭발은 발해멸망 이후의 일

올해 유럽과 세계 곳곳에 영향을 끼친 아이슬란드 화산 분출은 거의 동시에 백두산 화산의 대폭발이 임박했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백두산 내부의 마그마 활동이 왕성해 지고 있으며, 주변 지역에서 지진 등의 자연현상은 조만간 화산 분출이 일어날 조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10세기 전후 백두산 화산폭발을 발해 멸망과 연결하여, 폭발이 가져다 줄 피해를 예견하고 동북아 여러 국가들의 초국가적인 관심 부여를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초 일본북부 아오모리 지방에서 추출된 백두산 화산재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는 현재 다양한 편년이 제시되어 있다. 편년들만으로 보아서는 백두산 화산 분화는 발해멸망 이후의 시기에 해당되어, 발해멸망의 직접 원인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최근 다시 9세기에 있었던 분화가 10세기 발해 멸망의 근원이 되었다고 해석함으로써 백두산 화산폭발을 발해 멸망원인으로 강조하고 있다.

"백두산 화산재 연구는 과연 발해멸망의 원인을 이해 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은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한국과 중국 등 정부차원에서 백두산 분화 연구는 그것이 주변 환경에 미칠 현실적인 문제대응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화산역사학, 역사화산학으로의 기대

발해사 연구에서 발해멸망의 원인을 살필 수 있는 직접적인 내용은 《요사(遼史)》 야율우지(耶律羽之) 열전에 보이는 "'이심(離心)'으로 인하여 생긴 '틈()'을 이용하여 군대를 움직이니 싸우지 않고 이겼다"는 구절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이심'과 '흔'을 발해 내부의 혼란, 즉 내분이 일어났음을 말하는 것이라 보고, 거란은 이 내분을 이용하여 발해를 쉽게 멸망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화산학 연구에서의 발해 멸망과 백두산 화산 폭발을 연계시키는 근거 역시 바로 '이심'과 '흔'이다. 발해멸망 원인 연구는 새로운 연구시각의 보강처럼 인식되어버렸다.

《요사》는 발해인이 아닌 거란 중심의 거란 역사서이다. 발해멸망에 대한 관련 기사 역시 발해멸망에 대한 거란 중심적 서술이 반영된 것이다. 곧 발해 내부의 '이심'과 '흔'이 아니라, 거란 입장에서 본 '이심'과 '흔'으로 재해석하여 한다.

이와 같은 사료 해석의 한계는 결국 백두산 화산 폭발 연구를 통해 초기에 제시된 일련의 화산재 분석 데이타의 사료화와 맞물렸다. 최근 세계적인 환경변화의 관심 촉발과 함께 백두산 화산 폭발이 화두로 대두되는 양상이다. 한국, 일본 지질학계의 견해와 달리 중국 측에서는 백두산 화산 폭발과 발해멸망을 연결하는 견해들은 보이지 않고 있음은 이 논쟁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하나의 포인트다.

이제 역사학계나 지질학계 나름대로 중층적으로 진행되는 연구 성과를 학제적으로 보완함으로써 발해 멸망원인의 규명이나, 백두산 화산폭발의 연대학적 분석 모두 상생의 진척으로 격상시킬 역사화산학, 화산역사학의 시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