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서울에서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하고 한일의원연맹, 일한의원연맹, 중앙일보사, 마쓰시타 정경숙 등이 후원하는"한일 여론지도자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일관계의 과거와 미래-100년의 성찰과 전망"이라는 주제를 내건 본 심포지엄은 한국 강제병합 100년을 맞이하는 올해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에 대해 한·일의 주요 여론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었다.
필자도 본 심포지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는데, 우선 이번 회의가 여타 한·일관계 회의와 차별화 되는 점에 대해 논하고 싶다. 먼저, 이번 행사는 한·일 양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처음으로 한일/일한의원연맹 차원에서 열린 공식회의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8월 정권교체를 실현한 민주당은 국내 정치일정으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의 인선이 늦어지는 등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와서야 민주당의 중진 와타나베 고조(渡部桓三) 의원이 일본 측 의원연맹 회장으로 추대되었는데, 그의 취임 후 첫 한·일간 회의가 바로 이번 심포지엄이었다.
두 번째는 이번 회의가 단순하게 의견교환을 하는 장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외교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측 출석자의 경우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의 의원들만으로 구성되었다는 한계는 있었으나, 정권교체 후 일본의원들 중에 누가 한·일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판단 할 수 있었다는 기회가 되었음은 틀림없다.
한·일 관계 미래를 전망하는 기회
사실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초선 의원들이 대거 탄생 했는데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누구인지 오리무중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 8월 10일 간 나오토 일본총리는 과거사를 반성하는 담화 발표를 하였는데, 담화에 담긴 내용의 일부는 이번 회의의 막간에 이루어진 한·일원연맹 회장간의 의견교환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 반영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서 이번 회의가 실제적인 한·일양국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세 번째는 이번 회의를 통하여 일본의 소장파 국회의원들이 한·일 관계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일본 측 의원들은 과거 중진의원들에 비해 보다 솔직한 면모를 보여 주었는데 이러한 점이 한·일관계에 있어서중요한변수로작용할것이라는느낌을주기에충분했다.
개회식에서 와타나베 고조 일한의원연맹 회장은"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강화해갈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고, 이상득 한일의원연맹 회장은"한·일 양국과 동북아시아의 평화 발전을 위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밝은 미래로 나아갈 지혜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인사함으로서 역사문제에 대한 한·일간의 인식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 심포지움은 크게 3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제1세션에서는 한·일관계 과거 100년을 회고하는 자리였는데, 공로명 세종재단 이사장이 사회를 맡고 한상일 국민대 교수, 무라카미 가쓰히코 도쿄경제대 이사장이 각각 발제를 담당하였다. 한교수는 과거100년을 "아픔의 기억기(1910~1945)", "단절의 세월(1945~1965)", "협력과 갈등기(1965~)"등 3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앞으로 남은 문제로서 북한문제와 동아시아 공동체문제를 지적하였다. 무라카미 이사장은 한·일 관계는 식민지 시대의 35년간은 피해자와 피지배자라는 관계였으나 나머지 65년간은 동등한 독립국가 관계였다고 진단하였다. 그러나"식민지시기에 한국인들의 경제적 발전이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라는 발언을 하자, 한국측 의원들이 반론을 펴는 장면도 연출되었다.
'식민지 경제발전''독도'문제 둘러싸고 팽팽한 입장차
제2세션에서는 한일관계 미래 100년을 설계하는 자리였는데, 와타나베 아키오 일본평화안전보장연구소 부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발제를 맡은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미·중관계와 중·일관계가 서로 협력과 갈등을 할 때 생길 수 있는 동아시아에서의 예상 시나리오를 설명하면서, 한·일 관계에서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미·중·일이 협력과 동반자 인식을 가지는'포괄적 다자주의'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일본측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공유, 유사한 산업체제, 미국과의 동맹,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측면에서 볼 때'동아시아에 탄생한 쌍둥이 나라'라고 말하여 좌중의 관심을 모았다.
제3세션은 한·일교류협력과 언론의 역할이라는 주제에 관한 토론이었는데 김영희 중앙일보 대기자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먼저 발표에 나선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는 한·일양국민이"지나친 애국심"을 가지게 될 때 양국관계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독특한 진단을 내어놓아 토론시간 내내 화제가 되었다. 필자는 한국측 발제자로서 한·일 관계의"단순 반복적 패턴"을 극복할 것을 주장했고, 기존언론매체가'정제성과 절제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이러한 부분이 부족한 인터넷 등의 새로운 미디어가 향후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양국의원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3개의 세션에서 제기된 내용을 중심으로 한·일 의원들 간에 열띤 토론이 있었다. 독도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은 한국의 입장을, 일본은 일본의 입장을 개진하는 등 팽팽한 입장차를 노정하기도 하였다.
본 심포지움을 통하여 한·일 양국 국회의원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 간에 솔직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한국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시점에서 매우 시의적절 했다고 볼수 있겠다. 앞으로도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러한 토론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한일 양국 지도자들 간의 상호이해가 보다 심화 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