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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소식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한마음"
  • 데구치 스나코 리츠메이칸대 3학년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청소년진흥센터는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제2회 한·일 청소년 평화토론회"를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개최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참가한 청소년들은 8월 20일(금) 11시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역사 갈등 해소와 관계 개선을 위한 실천방안이 담긴"한·일 청소년 상호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행사에 참가한 리츠 메이칸 대학 국제관계학과 데구치 스나코(出口綱子)양의 기고글을 싣는다. _ 편집자 주

일본 학생으로 한국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토론회에 참가하기에 앞서서 나는 그리고 우리는 먼저 많은 것을 공부해야만 했다. 나를 비롯한 일본의 학생들은 한국이 강제병합을 당하기까지의 경위와 식민지 지배 사실들에 대해서 별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같은 세대 학생들은 학교 수업을 통해 상세하게 배웠을 일본에 의한 한국병합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에 대해 우리는 학교에서도 별로 자세히 배우지 못했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역사에 대한 인식에 있어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일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리들은'한일 양국의 역사교육 비교'라는 주제로 양국의 역사교육 사례에 대해 발표하였는데, 우리가 배우는 교과서에서 식민지화 과정이나 한국병합, '위안부'와 같은 내용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일본의 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한국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배울 필요가 있다는 학생들이 70%이상이었다는 사실도 발표했다.

한국인이 역사문제에 감정적일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

이 과정에서 한·중·일이 공동으로 만든《미래를 여는 역사》라는 교재가 일부 학교에서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위안부나 한국침략 사실등 일본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이 실려 있어 우리들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될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사실 나는 지난 7월 교토의 리츠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에서 한국의 청소년들과의 토론회에 참가하기를 기대하면서도 막상 토론회가 다가오자 불안했다. 왜냐하면 한국의 청소년들이 역사문제,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역사문제에 민감하고, 이야기를 할 때 감정적으로 변한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우리들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청소년평화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청소년평화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는 한일청소년들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는 한일청소년들

하지만, 토론회에 참여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러한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각자 자신들이 준비해 온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주제를 놓고 토론을 진행하는 동안 한국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침착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일본 측 의견을 확실하게 수용한 다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참가한 청소년들도 자신의 의견을 매우 적극적으로 발표했는데, 이러한 한국청소년들의 태도가 매우 존경할만한 부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처음 불안했던 마음과는 달리 8월에 있을 한국 방문과 교토에서 만난 청소년들을 만날 커다란 기대감이 생기게 되었다.

마침내 8월, 우리는 이러한 기대감으로 한국에서 개최될 두 번째 토론회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먼저 우리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 들러 우리가 지난 7월 일본에서 발표로만 들었던 내용을 눈으로 직접 보면서'사실'로서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었다. 일본에서 온 우리들은 식민지 시기 일본이 한국인에게 저지른 일들을 보고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설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들의 이러한 경험이 교토에서 개최한 토론회 보다 8월의 한국 토론회에서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또한 한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그리고 일본에서 경험한 일본의 문화에 대해 물어보면서 서로에 대해 더욱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음식을 나누고, 말을 섞으며 공유했던 설렘의 기억

일본과 한국을 오가면서 가진 두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서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역사인식과 책임, 사죄에 관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 젊은 세대가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면서 이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 역시 공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우리들은 이런 생각을 토론회로만 그치지 않고, '한국과 일본의 평화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한·일 청소년 공동선언'이라는 형식으로 정리하여 발표했다. 이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인식의 차이를 느꼈지만, 우리들의 노력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차이를 좁혀가면서 결실을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 한·일 관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이번에 우리가 개최한 토론회와 같은 기회를 더 많이 자주 갖고, 확대하는 것이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함께 일본말로 때로는 한국말로, 영어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던 기억, 일본의 음식을, 한국의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느꼈던 설렘, 민족과 나라를 뛰어넘어 같은 세대로서 서로에게 가졌던 동질감은 아주 오랫동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러한 귀중한 만남과 토론회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한국의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