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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반출 문화재를 생각한다
  • 연민수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문화재는 한 민족의 혼이 담긴 역사의 증언자다. 증언자의 기억이 생생하게 보존되기 위해서는 체험했던 터전에 본래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문화재의 훼손과 유실은 역사의 현장감을 파괴하고 민족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흩뜨려 놓는다. 역사에서 문화재 훼손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통째로 밖으로 반출하거나 손발이 잘려나간 문화재도 수없이 많다. 대다수는 불과 1세기 전 제국주의시대의 산물이다. 이제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 불행했던 과거사를 치유하고 인류문화의 복원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2010년은 한국이 일본에 강점당한 경술국치부터 100년이 지난 해이다. 식민통치의 불법성과 가혹한 수탈을 비판하면서, 과거사를 반성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여러 곳에서 열렸고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반환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0월말 도쿄에서 열린 한일역사가회의는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유독 외침이 많았던 고난의 역사는 우리 문화재의 유실로 이어졌다. 멀리는 왜구의 침탈과 임진왜란, 근대의 신미·병인양요, 일제강점기 그리고 한국 전쟁기에 수많은 문화재가 파괴, 유실, 반출됐다. 특히 민족수난기에 강탈, 도굴, 밀매로 불법 반출된 유물이 해당국가의 문화재로 등록, 전시되고 있는 현실은 암울했던 역사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2009년 12월말 현재 18개국 347개 박물관과 도서관에 10만 7천8백57점의 반출된 문화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에서 일본 6만 1천4백9점을 비롯하여 미국 2만 7천7백26점, 영국 3천6백28점을 비롯하여, 독일 러시아 프랑스 순이었다. 이 나라들은 대부분이 제국주의 시대 열강들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또 대학, 연구소, 신사, 사찰, 개인소장 등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것들을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일본 대장성 관리국이 1950년 발행한 '일본인의 해외활동에 관한 역사적 조사'라는 보고서에는 조선을 병탄할 때 조선총독부가 대한제국정부, 궁내부, 한국통감으로부터 약 11만권에 이르는 도서를 인계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듯이 방대한 양의 문화재가 반출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재는 역사의 증언자

2005년 반환된 북관대첩비

정부와 민간단체는 일본으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해방 직후 진단학회를 중심으로 일본의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에 소장된 한국문화재 반환을 연합국군최고사령관총사령부(GHQ)에 요청한 적도 있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교섭 때 맺은 문화재 협정에서는 반출문화재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논란 끝에 반출이 불법임을 보여주는 '반환'이나 적법했다는 의미의 '증여'가 아닌 '인도'라는 용어로 합의하여 이듬해 5월 총 1천3백26점의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도 했다.

최근 일본의 칸 나오토 수상은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 1천2백5권을 인도한다"고 하는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하였고,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도 합의하였다. 2006년에는 일제시기 도쿄대로 반출되었던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의 잔본을 되찾았고, 2005년에는 임진왜란의 전승비인 북관대첩비도 반환받아 북한의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세워졌다. 그리고 일제시대 기업가 오쿠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가 반출한 고려 초기에 세워진 이천 향교방 5층 석탑(도쿄 오쿠라호텔 소재)도 환수위원회가 조직되어 반환을 추진 중이다. 다만 반환을 계기로 한 역사적 치유라는 진정성,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체 정치적 협상으로 타결을 보았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있다.

인류 공동유산이라는 가치

얼마 전 파리 한 대학 총장이 언론 기고문에 "(조선왕실)의궤를 돌려주면 프랑스가 또 다른 법률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면서 "의궤는 세계에서 유일한 문서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한다. 프랑스의 '식민주의'를 보여주는 행위를 감추려고 상대를 국수주의로 몰아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하였다.

반환을 추진하고 있는
이천 향교방 오층석탑

문화재 반환은 '고도의 불법성'이 있거나 해당국의 정신문화가 깃든 '문화 정체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어두운 수장고에 방치되어 사료로서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문화재를 창출한 원 소유국에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엄격한 법실증주의 잣대로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행위는 온당하지 않다. 2004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21차 총회의 'ICOM 박물관윤리규정'에서도 "박물관은 문화재를 그 원산국 또는 그 국민에 반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한다. 이는 과학과 전문성 또는 인도주의 원칙과 해당 지역 국가의 법률, 국제법에 따라 정부나 정치차원의 행동보다 우선하며, 공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한편 문화재 반환요구에 앞서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현황 파악과 보존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반출 경위가 불법인지 어떤지에 대해 냉정하게 역사와 국제법을 근거로 한 판단이 필요하다. 기초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족 감정이 앞서 성급히 반환만을 요구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현재 확인된 대부분의 반출 문화재는 박물관, 도서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은 유물의 최종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이며 본래 소유자와의 사이에서 다양한 공동 작업을 하는 장"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지적은 중요하다. 박물관은 유물의 저장고나 표상이 아니라 상호교류와 계발로 과거문화를 창조해서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구현하는 곳이다. 해외 문화재 반환도 원산지로 귀환시키는 노력 뿐 아니라 자료의 조사와 발굴, 공동연구로 한국문화를 세계에 소개하고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가치를 발할 수 있을 때 더욱 유효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