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도협약' 체결 100년이 되는 해였던 지난 2009년, 한국 사회는 이른바 '간도(間島)문제'로 뜨거웠다. 협약 체결 후 100년이 지나면 영유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풍설이 널리 유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유권 주장에는 시효가 없다는 것이 국제법 학계에서 밝혀지면서 간도(현재 중국의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이 땅을 우리의 '간도'가 아니라 중국의 연변이나 '엔지'(延吉)로 더 많이 알고 있다. 우리의 간도가 잊혀지고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의 산물, '간도협약'
중국은 19세기말부터 간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였으며, 한국도 이에 강력히 맞서 영토권을 주장하며, 간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1909년 9월, 일본은 중국으로부터 남만주철도 부설권과 푸순(撫順) 탄광 채굴권을 얻는 대가로 간도를 중국에게 양도하는 소위 '간도협약'을 체결하였다. 이것은 간도에 대한 권리를 일본과 중국에 의해 상실하게 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사건 중의 하나이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었던 제국주의 시대에는 이권의 획득과 상실이 반드시 당사국 간에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당사자가 배제된 '간도협약'은 대표적인 제국주의시대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제국주의 시대에 불법적으로 침탈되었던 권리가 대체적으로 원상회복되었으나 간도는 원상회복이 되지 않았고, 여전히 '간도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와 민간에서는 간도를 '간도협약'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간도협약 무효론'이 줄곧 제기되었다. 2004년, 민간에서는 '간도되찾기 운동본부'가 설립되었으며, 이 단체는 9월 4일을 '간도의 날'로 선포했다. 같은 해 '간도협약' 무효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 주장에는 다음 세 가지의 당위론적 배경이 있다. 첫째, '간도협약'은 한국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제3자인 일본과 중국에 의해서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며, 둘째, 간도는 한반도의 연장지로서 조선인에 의해 개척·개발되었고 현재도 다수의 조선인(연변 조선족으로 불림)이 거주하고 있으며, 셋째, 만주를 비롯한 간도는 고조선 이래 우리 역사가 전개된 무대였다는 점 등이다. 즉, 간도는 역사·지리·민족적 측면에서 중국보다는 한국 쪽에 연고성이 더 강한 지역이다. 그리고 1712년 한·중 간 국경비로 세워진 백두산정계비(定界碑)의 '동위토문(東爲土門)'이라는 기록은 간도를 명백히 한국 땅으로 인식케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간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를 배경으로 '간도'라는 명칭 자체를 부정할 뿐 아니라 영유권 분쟁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한국에 의해서 간도문제가 제기될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한·중 간 '동북공정'의 논란이 한창이던 2004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8월 17일자)은 "중국이 고구려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과거 고구려 영토였던 중국의 동북지방(간도-필자)에 거주하는 200만 명에 가까운 조선족 때문이다. 남북한이 통일될 경우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분리를 시도하면서, 과거 고구려 영토를 한국의 일부로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이른바 동북공정은 한국의 간도 영유권 주장을 봉쇄하기 위한 예방적 조처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간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준비없이 성급하게 "간도는 한국 땅"이라 외쳐 남북한의 통일에 대해 중국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게 된다면 간도 영유권 확보는커녕 통일문제도 어렵게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외교적으로 간도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도 여기에 있다.
간도에 대한 현실적 접근과 연구
우리는 간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국의 간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그 땅에 사는 연변 조선족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영토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활공간을 확대한다는 의미로 다가설 필요가 있다.
연변 조선족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간도는 한국 땅"이라는 한국의 주장에 대항하여 중국이 자치주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간도에서는 민족단위로서의 조선족의 존립이 어려워진다. 한국어 및 한국 문화도 사라질 것이며 그것은 간도와 한국의 연고성을 멀어지게 해 결과적으로 한국 영유권 주장의 현실적 근거를 약화시킬 것이다.
간도문제 해결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조선족의 삶을 존중하는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들을 지지하는 강력한 모국이 있다는 것을 알도록 해서, 그들이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간도 조선인의 정체성 및 지향성 등에 대한 기초조사와 같은 현실적 접근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간도문제에 대한 논의는 '간도협약 무효론'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 지향적인 것이었다. 또 땅의 소유를 중심으로 한 제로 섬(Zero-Sum)적인 관점만 부각되었다. 그러나 간도문제의 본질은 사람의 문제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미래지향적으로 논의의 지평을 넓히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간도에 대한 역사적 상상력과 현실적 제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한국, 중국, 조선족이 공존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간도는 우리에게 잊혀져야 할 땅이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땅이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간도는 더욱 중국화되어 버릴 것이다. 덧붙여 간도는 일제강점기 한국독립운동의 최대의 진원지로서 독립국가 한국을 있게 해준 땅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더욱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