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시대 북미, 유럽과 함께 주요 지역으로 대두된 동북아의 여러 역사현안과 갈등은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되곤 한다. 2011년 10월에 출간된 《유럽의 독도 인식》은 유럽 주요 언론이 최근 15년 동안 독도 문제에 대해 얼마나, 어떻게 그리고, 어떤 입장에서 보도해 왔는지를 연구 분석한 결과물이다.
언론 보도를 기초로 본 유럽의 독도 인식
역사적으로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한국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일본은 오래 전부터 무리한 영유권 주장을 해 왔는데,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 왔다. 하지만 1996년 일본이 독도를 배타적 경제수역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한 이후 적극적으로 일본에 대응하며 영토주권 수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유럽의 주요 언론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독도에 대한 많은 보도들을 해왔다. 따라서 공동 저자들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유럽의 전통적 강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언론의 독도 관련 보도를 기초로 유럽의 독도 인식 수준을 고찰하였다. 특히 유럽 언론이 독도 문제를 일본 주장처럼 '영토 분쟁'이라는 당대 외교 현안으로 파악하는지 아니면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문제와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되는 역사 문제로 파악하는지, 한국과 일본 중 어느 주장이 더 정당하다고 여기는지 등을 분석하였다.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의 독도 인식이라는 4개 장에서 먼저 정량(定量)적 분석을 위해 해당 국가 언론의 독도 보도 빈도, 기사 분량, 보도 시점과 배경, 기사 작성자나 정보 출처, 독도와 동해 표기법 등 언론 보도의 프레임을 살펴보았다. 이어 정성(定性)적 분석으로 기사 내용의 주요 담론을 분석하여 독도 문제의 근원이나 본질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독도 문제로 야기되는 한·일 긴장감 촉발의 일차적 요인을 무엇으로 파악하는지 등을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유럽 언론의 독도 보도 내용을 통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였고, 장별로 10여 개 안팎의 독도 기사 원문과 한국어 번역문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증대시키고자 하였다.
국제무대에서 강한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프랑스 경우 최근 15년 동안 일간지 5종과 주간지 3종에서 총 24건의 독도 보도가 있었다. 이들 보도에서 중심적이고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담론은 독도 문제를 일본의 역사왜곡과 연결시켜 비판하는 것으로 주로 진보적 언론에서 나타난다. 2006년 프랑스 TV에서 독도를 포함해, 야스쿠니 신사, 교과서 왜곡 등 일본 우경화를 비판하는 다큐가 방송된 직후 일본 정부가 방송 취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발해 대외관계사 연구의 중요성
영국은 포클랜드(Falkland)섬에 대한 갈등으로 1982년에 아르헨티나와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기에 독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15년 동안 일간지 7종에서 총 54건의 독도 보도를 하였다. 영국 신문은 독도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소유권 주장 근거를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했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양국 간 갈등과 긴장 촉발 요인이 일본이라고 지적하며, 한·일 독도 갈등의 중요한 요인을 식민지배의 역사로 거슬러가는 민족감정으로 본다.
현재에도 과거사에서 연유하여 주변국과 불화의 불씨를 지니고 있는 독일 일간지와 주간지는 15년 간 총 99건의 독도 보도를 했다. 독일 언론은 1990년대 중반에는 단편적 성격의 사건 보도를 하다가 점차 상황에 대한 분석, 역사적 연원에 대한 설명, 그리고 해석과 판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독일 언론은 식민 지배와 과거사 극복의 틀 속에서 독도 문제를 설명하는 것과 북한 문제를 함께 취급하는 보도가 많다.
독도에 대한 한·일 갈등 배경 중에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의 독도 편입이 놓여 있고, 러시아와 일본의 쟁점인 쿠릴 열도 문제가 독도 문제와 유사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유럽 국가들 가운데 독도 보도를 가장 많이 하였다. 15년간 독도 보도 수는 총 104건인데 2000년대 중반까지는 보도가 별로 없다가 이후 크게 증가하였다. 러시아 언론은 독도 문제를 한·일관계의 갈등을 상징하는 중심 고리이자 동북아 불안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 대한 남북한 공동의 문제로, 더 나아가 러시아, 중국, 북한, 한국이 공동으로 일본과 대립하는 동북아의 다양한 역사 현안 중 하나로 파악하고 있다.
역사교육에 폭넓은 시각과 전망 제공
전체적으로 유럽 언론은 독도 표기에 있어서 '독도'와 '다케시마'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독도'와 '다케시마'를 병기하더라도 1990년대에는 '다케시마'를 먼저 쓰다가, 2000년대 들어와서는 '독도'를 우선적으로 표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독도 위치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과거 '일본해'라는 명칭만을 사용하다가 최근 들어 '동해'와 '일본해'를 공동 표기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 언론의 독도 보도는 한·일 긴장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보도 내용으로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과거 군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대한 올바른 청산을 하지 않고 오히려 미화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적 인식이 가장 많았고, 경제 및 동북아 지역안보 문제와 연결하는 인식이 두 번째였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모두 과거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비판적이다. 따라서 독도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으로 해석되는 기사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인식이 국제적으로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독도 문제가 일본 제국주의 식민 지배에 대한 무반성에서 비롯된 것임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독도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동북아, 더 나아가 지구촌의 평화공존과 공동체적 발전에 여전히 장애가 되는 과거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 지배의 부정적 유산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와 연결된다. 《유럽의 독도 인식》이 국제무대에서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확산시키는 홍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그리고 인류사의 보편적 발전방향에 역행했던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적 역사교육에 폭넓게 활용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