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지난 2011년 11월 29일,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이하 KORDI) 동해분원에서 제3회 재단-KORDI 공동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우선 이번 학술회의는 인문사회분야 기관인 재단이 자연과학분야 기관과 공동개최하는 유일한 학술회의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학제 간 연구성과 교류를 위해 기획되었지만 동해·독도라는 공통 분모가 있기에 더욱 뜻 깊은 자리였다. 더구나 올해로 3년째인 만큼 어느 정도 성과도 기대되는 자리였다. 재단 이훈 독도연구소장은 축사에서 오늘 다루는 주제들이 독도, 이어도 등 동북아 해양영토에 대한 인식문제와 관련해 현재 논의되는 것들이어서 그 시의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논평했고 장동희 국제표기명칭대사는 "동북아해양영토 인식의 문제로서 독도와 동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최근 동북아 지역에서 해양영토를 둘러싼 갈등 원인이 국제해양법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파하였다.
동북아 해양영토의 인식문제
제1부는 대마도, 독도, 이어도 문제에 관한 역사, 국제정치, 국제법 분야를 다루었다. 1부 대주제 제목은 "동북아 해양영토의 인식문제"였다. 첫 번째 발표자인 재단 초빙학자 케네스 로빈슨 교수는 "조선 전기의 쓰시마 인식"이라는 제목으로 조선 전기에는 대마도에 대해 영유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이나 소극적으로 관할권 행사로 점차 일본만의 영토로 이전되어 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경대 대마도연구센터장인 이근우 교수는 신숙주의 《해동제국기》의 대마도 관련 기술을 인용해, 오히려 대마도를 일본영토로 인식하며 대마도의 82개 포구를 상세하게 묘사한 지도를 소개하였다. 또한 조선정부 대마도 관련 구체적인 정보 파악 노력이 부재했던 반면, 일본은 17세기 이후 조선 지도와는 다른 형상, 즉 구체적이고 정확한 형태로 대마도를 묘사하고 있음을 볼 때, 조선은 대마도에 대해 조선 영토로서의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번째로 재단 조윤수 연구위원은 "해방 후 일본의 독도 정책-한·일회담 시기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한·일회담 시기의 독도 문제에 대한 분석 의의는 '독도 문제의 해결'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이를 위한 장기적 프로그램 필요성 강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영남대 이용호 교수는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관련 일본의 전략적 측면을 파악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였다. 특히 제3자의 시각으로 볼 때 우리가 유리한 논거를 갖고서도 ICJ에 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논리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제주대 김부찬 교수가 "동북아해양분쟁과 이어도 문제"를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즉 동북아시아의 해양분쟁은 유엔 해양법협약의 발효로 기인된 측면이 있으며 특히, 해양자원 및 해양관할권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양상을 노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해 및 독도의 해양과학조사
제2부는 특별강연 세션으로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의 최근동향"이라는 주제로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 위원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인 박용안 교수가 발표하였다. 일본이 2008년 11월 12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한 문서(submission) 중 오키노도리시마 문제가 뜨거운 감자라는 것이다. 일본은 1987년 2개의 산호초 덩어리(석회질암석)인 오키노도리시마를 250만 달러의 비용으로 콘크리트 보강 공사한 바, 현재 이를 기점으로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과 대륙붕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의 오키노도리시마 기점 대륙붕한계연장에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은 외교통상부 방경원 서기관과 필자가 맡았다. 궁극적으로 오키노도리시마 관련 사안은 유엔 해양법협약 제121조 제3항의 문제 즉 섬과 암석 구별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이러한 구별의 실익(實益)은 대륙붕과 같은 해양영토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법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접점이 바로 '대륙붕' 문제이고 이번 학술회의가 학제적으로 기획되었어야 하는 시의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제3부는 "동해 및 독도의 해양과학조사"라는 대주제 하에 한국해양연구원 (KORDI)의 강정훈 박사가 첫 발표를 맡았다. 주제는 "독도 해양과학조사 개관"으로 독도 및 주변 해역의 생태계 및 해양수산자원에 관한 지식정보의 원활한 생산·보급 등을 위해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및 운영(제8조) 사업을 하고 있는데, 특히 "Dokdo effect"라는 용어를 제창하며 관련 현상의 실체 확인 및 영향 범위 규명 연구를 통해 해저 파도, 파고로 인해 독도 인근 해양이 부유화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를 계속 확인하고 홍보하는 것은 우리 독도주권 수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 다음 발표는 KORDI의 김현욱 박사가 "독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운영"이라는 주제로 독도관련 지리정보시스템 (GIS) DB 구축, 독도 Web GIS 연구정보시스템 구축, 독도 종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사업 등을 소개했다. 이 연구의 목적은 독도 해양자료 확보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체계적인 독도 정보의 관리 및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에 있다. 마지막으로 실전전략연구소 (ASRI)의 윤한술 소장이 "독도연구성과의 가치평가"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윤한술 소장은 KORDI의 '독도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기본계획'의 제1단계 사업(2006.8~2011.2)의 성과를 평가정리하고 향후 사업운영의 개선점을 제안했다. 이 발표를 통해 재단 독도연구소도 내년이면 5년째이니만큼 한번쯤 돌아볼 시점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멀지만 독도와는 가장 가까운 땅이 경상북도 죽변이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이라 될 수 있는 한 학술회의를 통해 이곳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 대구, 부산 모두 버스로 네다섯 시간이 걸리는 오지인 탓에 외부 참석자들의 접근성이 제한된 점은 아쉬웠다. 이런 이유로 내년 학술회의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잠정합의하였다. 좀 더 많은 청중 참여로 보다 성공적인 학술회의가 개최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