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국 중앙방송 CCTV에서는 중국의 WTO 가입 10주년 기념식을 보여 주었습니다. 무역량이 점차 증가하고 관세가 15%대에서 9%대로 인하되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무역마찰에 대해서 좀 더 연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들은 계속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에 온지 4개월이 되었습니다. 이곳에 살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변화'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물질적인 생활이 그렇습니다.
저는 연변대학에 1년 동안 방문연구원으로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연길은, 한국인에게도 매우 익숙한 곳입니다. 연길시 인구는 약 65만 명 정도인데 한·중수교 이후 조선족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 많이 나가게 되면서 조선족 비율은 많이 감소하고 노령화되는 반면, 한족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비성향이 매우 강한 도시여서 체감물가는 장춘이나 길림시에 비해서 높습니다. 연변대학교는 지난 2009년에 개교 60주년을 기념한 바 있습니다. 이 대학의 간략한 역사를 읽어 보면 조선족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개인의 영달을 포기하고 많은 분들이 눈물나는 노력을 하였음을 볼 수 있습니다. '문화혁명'때는 민족문제로 비판을 받아 억울한 희생을 당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중국에 와서 그동안 3차례 학술회의에 참석했습니다. 10월, 장춘에서 개최되었던 12차 중국 한국학 학술회대회를 참관하였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고대사 분야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고구려사를 연구하는 젊은 한족학자를 만났는데 한국말을 썩 잘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중국학자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학자가 점차 많아진다면 서로의 학문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11월에 북경대학에서 개최되었던 동아시아관련 학술회의도 5년차에 접어들면서 발표내용이 한결 깊어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년 만나는 학자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반가워하는 모습에서 재단 지원 학술회의의 성과가 조금씩 보이는 듯했습니다. 12월에는 연변대학에서 열린 세미나 형태의 학술회의를 참관하였습니다. 동북아 문제를 논하는 학술회의였는데, 다양한 주제를 동북아 시각에서 인식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동북아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 고찰
넉 달 동안 연길에서 지내다보니 한반도 문제 등은 이곳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 조선족 학자들은 역사학분야든 정치학분야든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관점과 자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동북아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점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방의 겨울은 몹시 춥습니다. 한국보다 건조해서 바람만 불지 않으면 견딜만 합니다. 그렇지만 바람은 매일 붑니다. 칼바람이 옷을 파고 들 때는 살을 에이는 듯합니다. 지금보다 훨씬 추웠고 입을 것도 형편없었을 1920, 30년대의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합니다. 추위 속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갔을까요.
2012년은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과 중국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의사소통 구조도 많이 다릅니다. 교류는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합니다. 20년 동안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좀 더 깊은 신뢰를 구축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