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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근대 한일 지리교과서에 동해 해역의 명칭은 어떻게 표기되어 있나?
  • 심정보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Question

근대 한일 지리교과서에 동해 해역의 명칭은 어떻게 표기되어 있나?

Answer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지역 인식에 있어서 지명은 필수불가결한 소재이다. 지명은 발생의 기원에 따라 토착지명과 외래지명으로 나눈다. 동해가 토착지명이라면, 일본해는 서양인이 최초로 호칭한 외래지명이다. 근대 한국과 일본에서는 서구의 영향으로 각종 지리서와 지도에 일본해 지명이 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동해 지명이 2000년 전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리교과서는 당대의 지리적인식을 가장 충실히 반영한 것이므로, 근대 한일 지리교과서를 통해 동해 해역의 명칭표기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일본에서는 1868년 메이지 유신 이래, 초중등학교 지리교과서와 지도가 다수 제작되었다. 1869년 하시즈메 간이치의 『개지신편(開知新編)』 에는 일본해를 표기하지 않고, 당시 일본 주민들이 호칭했던 토착지명 북해를 사용했다. 동년 간행된 후쿠자와 유키치의 『세계국진(世界國盡)』 에는 일본해가 표기되어 있다. 이는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된 역사서와 지리서를 모아 충실히 번역했기 때문이다.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계몽 사상가들은 서구의 제도와 서적을 도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일본해 지명을 충실히 번역하여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 결과 일본의 지리교과서에서 일본해 지명이 점차 보급되었지만, 여전히 동해 해역의 바다 명칭을 표기하지 않거나 북해로 기술하는 경향이 19세기 말까지 지속되었다. 일본에서 일본해 지명이 정착하게 된 것은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가 결정적 계기였다. 일본은 이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일본의 영해라는 의미에서 일본해를 공식 지명으로 채용했던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래 1910년 한일병합까지 국정 및 검정의 초중등학교 지리교과서(부도 포함)가 30여종 발간되었다. 여기에는 동해 해역의 명칭이 동해, 창해, 벽해, 대해, 조선해, 대한해, 일본해, 그리고 이들 지명의 병기 등 다양하게 표기되어 있다. 1889년 한국에서 발간된 최초의 지리교과서는 미국인 선교사로 육영공원의 교사였던 헐벗이 저술한 『사민필지』 인데, 여기에는 동해 해역의 명칭이 일본해(일본하슈)로 표기되어 있다. 이는 미국의 원본 지리교과서에 표기된 일본해 지명을 그대로 번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895년 학부(學{部)에서는 최초로 『조선지지』 와 『만국지지』 를 편찬하였는데, 여기에는 모두 본문에서 일본해를 공식 지명으로 표기했다. 당시 학부대신(學部大臣)이었던 이완용은 편집국장 다카미에게 교과서 제작을 의뢰했고, 그는 일본해가 표기된 일본의 지리교과서를 충실히 번역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 근대 지리교육의 여명기에 동해 해역의 지명으로 일본해를 표기한 것은 서구와 일본의 영향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 시기의 지리교과서에 동해 지명도 다수 사용되었고, 또한 일본해에 대한 자주적 대안으로 '대한해' 와 '조선해' 라는 지명도 표기하였다. 결국 한국 근대의 지리교과서에는 동해 해역의 명칭이 다양하게 혼용되었지만, 1910년 한일병합에 의해 식민지 조선에서는 일본해가 공식 지명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