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8일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국제법연구센터(CIL)에서는 "아시아의 협력증진과 갈등해소를 위한 국제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2년 DILA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DILA(The Foundation for the Development of International Law in Asia)란 아시아 지역 국제법 학자들의 학문적 교류를 비롯하여 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법 적용과 해석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시아 지역의 협력을 증진하고 국제법을 통한 갈등 해소의 장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서, 이번 국제학술회의 주제 또한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
이번 DILA 국제학술회의는 동북아역사재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싱가포르 국립대 국제법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주관한 회의로서,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싱가포르, 인도, 방글라데시, 태국,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총 8개국에서 온 30여 명의 저명한 학자 및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아시아지역에서의 갈등해소와 협력증진을 위한 국제법적 접근 방안 논의
국제학술회의의 프로그램을 보면, 동북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등 총 3개의 지역별 세션으로 구성하여 각 지역의 국제법적 현안문제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제4세션 종합토론에서는 아시아지역에서의 갈등해소와 협력증진을 위한 다양한 국제법적 접근 방안이 개진되고 논의되었다.
"아시아의 협력증진과 갈등해소를 위한 국제법의 역할"이라는 대주제 하에 발표된 총 9편의 논문들은, 21세기 현재적 시점에서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당면하고 있는 국제법적 현안과제가 무엇인가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어 일별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1세션은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법적 현안문제로, "중국 어선의 불법어로 활동에 대한 법적 평가"(이석우 인하대 교수), "남북한간 갈등해결과 국제법의 역할"(이희언 한동대 교수), "일본의 동아시아 전후배상에 대한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필자), "UN 대륙붕한계위원회(CLCS) 업무의 법적 효과는 실질적인가 아니면 암시적인가?"(Bing Bing JIA, 칭화대학교 교수) 등이 발표되었다.
제2세션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법적 현안문제로, "정치적 도구로서의 국제법: 인도네시아 사례를 중심으로"(Hikmahanto JUWANA, 인도네시아대학교 교수), "태국의 테러리즘 방지를 위한 법적 조치"(Kitti JAYANGAKULA, 태국 동아시아대학교 교수), "대내외적 갈등의 해결: 인도네시아 Ache와 남중국해 분쟁의 비교"(Hasjim DJALAL, 인도네시아 전 대사) 등이 제시되었다.
제3세션은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국제법적 현안문제로, "국제인권법의 국내적 적용 - 방글라데시 사법부의 실행과 경향"(Sumaiya KHAIR, 다카대학교 교수), "전후 스리랑카 개혁과 조화"(Mario GOMEZ, 스리랑카사법위원회 박사) 등이 발표되었다.
대일강화조약 발효 60주년을 맞아 전후처리 관련 연구성과 발표
재단은 본 대회 세션 중 동북아 역사 전문연구기관으로서 제1세션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소속된 국제법적 현안문제와 관련하여, '일본의 동아시아 전후배상에 대한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대일강화조약 발효 60주년에 즈음한 전후처리와 관련한 연구성과를 발표하였다.
특히, 필자는 발효 60주년을 맞는 1951년 대일강화조약은 전후배상을 위한 조약의 본래 목적이 냉전체제구축을 위한 조약으로 변질됨으로써 부분적으로 동아시아 피해국들의 경제성장을 촉진한 측면이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냉전질서 하에서 일본의 상품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었음을 피력하였다. 또한 개인에 대한 배상문제가 제외되었을 뿐 아니라, 「식민지」 피해국인 한국을 전후배상 조약의 당사국에서조차 배제하는 등의 문제점을 남겼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UN 차원에서의 2006년 ILC 외교보호초안, 2010년 한일지식인의 "한일병합조약 원천무효 공동성명", 201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국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등 동아시아평화공동체 구축의 토대로서 역사적 정의의 구현을 위한 국제법적 기여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필자의 발표에 대하여 아시아의 각 지역에서 온 국제법 학자들은 깊은 관심을 표명하였다. 아울러 기존의 구미지역 국제법 학계에 대한 학술교류와 더불어 아시아 지역 중심의 국제법 논의의 장인 DILA에 대한 동북아 역사 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재단이 참여하는 구체화된 지향점의 제시와 이를 통한 재단의 주요 관심주제에 대한 입장 개진 및 참여국들의 이해와 지지 확보, 나아가 정책적 반영의 과정이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DILA회의의 기획 단계부터 재단의 참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협력증진과 갈등해소를 위한 국제법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2년 DILA 국제학술회의는 아시아 각국의 국제법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제법적 주요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공유하는 귀중한 자리였다. 향후 역사현안 관련 국제법 분야에 대한 재단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아시아지역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발전적으로 증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