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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Q&A
'최근 중국의 '장성' 길이 확정 관련 진실은?
  • 김정열 | 역사연구실 연구위원

Question

최근 중국 국가문물국은 중국 '장성'의 길이가 2만㎞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언론계와 학계가 강하게 반발하여 이목이 집중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장성론의 내용은 무엇이며, 거기에 숨겨진 뜻은 무엇인가?

Answer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광밍르바오(光明日報)」에 의하면, 2012년 6월 5일자 중국 국가문물국 부국장인 퉁밍캉(童明康) 부국장이 베이징(北京) 인근에 위치한 만리장성 유적, 쥐용관(居庸關)에서 거행된 2012년 제7회 중국문화유산일 기념행사에서 중국 '역대장성'의 총 길이가 2만 1,196.18km라고 발표하였다.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역대 장성 및 장성 관련 유적은 동쪽으로는 헤이룽장성(黑龍江省)부터 서쪽으로는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까지 분포되어 있으며, 장성 유적은 성벽, 참호, 부속건물, 관보(關堡) 및 관련시설 등을 포함하여 모두 4만 3,721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의 발표는 2006년 10월 1일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명의로 발표된 「장성보호조례」에 의거하여 진행한 장성보호공정(長城保護工程)의 사업에서 나온 결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장성보호공정이란 최근 중국 각지에서 전개되는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심각하게 파괴되는 장성 유적을 보호하고, 그에 대한 이용을 규범화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지금 남아 있는 장성자원(資源)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판정을 시도한 것이다. 이 사업에는 국가문물국과 국가측량국이 투입되었으며, 2007년 명(明)장성 조사에 착수한 이래, 금년 5월 국가문물국에 의해 장성 유적이 확정되기까지 약 5년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중국 국가문물국에 의해 발표된 이번 장성자원 조사 결과에 대한 논란은, 그 조사 결과가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장성에 대한 인식과 크게 다르기 때문에 발생했다. 유네스코 홈페이지는 중국의 장성에 대해 허베이성(河北省)의 산하이관(山海關)에서 간쑤성(甘肅省)의 자위관(嘉峪關)에 이르는 대체로 길이 6,000㎞의 군사적 구조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6,000㎞는 중국의 계산법으로 약 1만 리(里)를 다소 상회하기 때문에 세간(世間)에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중국 국가문물국의 발표는 이 장성의 길이를 약 4만 리까지 늘린 것이어서 기존의 상식과 크게 다르다.

그래서 중국 국가문물국은 이번에 조사된 장성에 '만리장성'이라는 이름 대신 '역대(歷代)장성'이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였다. 그런데 이 '역대장성'에는 한족(漢族) 이외에 전근대 동북아시아에서 활약한 모든 민족들이 세운 성(城)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장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증폭되었다. 우리의 입장을 예로 들면, 오랜 시간에 걸쳐 만주 일대를 지배한 고구려, 발해의 여러 성곽까지 새롭게 정의된 '역대장성'에 포함됨으로써, 우리 조상이 남겨놓은 유적이 중국의 유적으로 둔갑해 버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고구려가 쌓은 지린성(吉林省) 소재 라오벤강(老邊崗) 흙(土) 장성과 발해가 건조한 헤이룽장성 소재 무단장(牡丹江) 변장(邊牆) 등이 '역대장성'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한족과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이다. 이 가운데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한족이다. 그러나 다른 55개의 소수민족도 그 규모와는 무관하게 전략적 요충이며 자원의 보고인 지역을 폭넓게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소수민족의 분리적 경향을 차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통일다민족국가론'이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창출하였다. 이 이론은 현 중국 내의 모든 민족이 '중화민족'의 구성부분이며, 이 '중화민족'은 최근에 들어 비로소 형성된 정치적인 무엇이 아니라, 아득히 먼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엄연한 실체라고 주장한다.

국가문물국의 이번 발표는 통일다민족국가론을 이론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작업은 장성을 북방민족을 방어하기 위해 한족이 세운 특정한 방어시설에 한정하지 않고, 현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 지역에서 다양한 역사적 배경 하에 수축된 성곽까지 '하나'로 대상화함으로써 장성에 통일적인 성격을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역대장성'이란 이름을 붙이는 방법으로 중국인의 상징이자 자랑거리인 '만리장성'의 이미지를 덧씌워, 이제는 '만리장성' 대신 '역대장성'을 소수민족을 포함한 '중화민족'의 상징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물론 '역대장성'이 펼쳐진 광활한 지역이 원래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는 점을 확인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중국 국가문물국이 발표한 역대장성보호공정의 결과는 문화유산 보호라는 명분과 함께 다양한 정치적 부수 효과를 노린 복합적인 성격의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