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과 13일 양일간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는 "동아시아의 전쟁 기억, 트라우마를 넘어서: 전쟁의 동아시아적 연쇄와 연대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재단과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재단은 지난 5개년에 걸쳐 "동북아시아에서 해양평화벨트를 구축하자"는 취지하에 '동북아에서의 전쟁과 교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공동의 역사인식을 구축하기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이해를 도모함은 물론 미래의 평화공동체에 대한 구축방안을 모색해 왔다.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이해 도모와 미래의 평화공동체 구축방안 모색
재단은 2008년 '한중일의 전쟁유적을 평화의 초석으로'라는 주제로 부산에서 첫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이래, 2009년 '동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전쟁기억'을 주제로 일본 가고시마에서, 2010년 '근현대 전쟁의 기억과 동북아 미래의 평화'라는 주제로 중국 북경에서, 2011년 '해전과 동아세계'라는 주제로 대만 타이베이에서, 매년 국제학술회의를성공적으로 개최해 왔다.
올해는 '동북아해양평화벨트' 구축을 위한 5년차 회의로서, "동아시아의 전쟁 기억, 트라우마를 넘어서: 전쟁의 동아시아적 연쇄와 연대의 가능성"을 주제로 동아시아 각국에 각인되었던 서로 다른 전쟁 상처를 재확인하는 작업을 넘어서, 비참한 전쟁의 과정을 통해 대두하였던 소통과 연대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러한 취지에서 근대전환기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간 치열한 격전지였던 인천에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함으로써 과거의 전쟁기억들에 대한 치유와 극복방안을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상생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이틀에 걸쳐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지난 5년간의 '동북아해양평화벨트' 구축사업을 총정리한다는 취지도 담고 있었던 만큼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대만 등 총4개국에서 온 관련 연구자 11명의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의 기획의도는 근세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세계가 경험했던 전쟁에 관한 상이한 기억들을 재구성하여 평화와 상생으로 나아가는 가능성을 도출해내고자 하는 것이었다.
12일(목) 진행된 제1부에서는 김시덕 고려대 HK연구교수의 '임진왜란과 근세 일본의 기억', 우경섭 인하대 HK교수의 '재조번방(再造藩邦)에서 비례부동(非禮不動)으로: 명나라에 대한 기억의 흐름'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근세의 전쟁과 관련하여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 대한 동아시아 3국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흐름을 검토하였다.
제2부에서는 이영호 인하대 교수의 '서양함대의 강화도 점령과 기억의 정치', 필자의 '운요호사건을 서막으로 한 일제 강점의 기억', 최덕규 재단 연구위원의 '러일전쟁과 한국 주둔 외국군대에 대한 기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근대 전환기 동아시아에서의 격전지이자, 일제의 조선침략이 시작된 인천에서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이루어졌다.
13일(금) 있었던 제3부에서는 쉬용 북경대 교수의 '노구교사변에 대한 연구와 기억', 리청지 대만 성공대 교수의 '대만의 전쟁과 식민지 기억', 진정원 대만중앙연구원 연구원의 '식민지 여성의 제국 경험과 기억'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중일전쟁의 발단과 대만에서의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의내용을 소개하였다.
제4부에서는 배영미 일본 리츠메이칸대 전임연구원의 '일제말기 조선인 가미카제 특공대원에 대한 기억', 도미야마 이치로 일본 도지샤대 교수의 '동아시아의 냉전과 기억이라는 물음', 박태균 서울대 부교수의 '베트남 전쟁과 동아시아 정치지형의 변화' 등의 주제발표를 통해 전쟁의 기억이 관련국과 개인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동북아해양평화벨트구축 5개년 사업' 대단원의 막 내려
재단은 이번 인천에서의 국제학술회의를 끝으로 지난 5년 동안 수행했던 '동북아해양평화벨트' 구축이라는 중장기사업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재단은 그 동안 동아시아에서의 전쟁과 그 기억, 트라우마의 극복이라는 주제하에, 동아시아 각국의 상호이해를 도모함은 물론 동아시아평화공동체의 구축을 향한 기초 작업을 묵묵히 수행함으로써, 동아시아 각국 역사인식의 공유를 통한 상호신뢰와 교류증진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제학술회의에서도 제기된 바와 같이 21세기의 동아시아 각국이 상호 이해와 교류·협력을 통해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에 남아 있는 전쟁의 기억과 상흔에서 기인하는 역사 갈등이 동아시아의 진정한 평화와 공생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국제학술회의에 참가한 동아시아 각국의 학자들은 그러한 역사 갈등을 극복하고 역사화해를 이룩할 수 있는데 더욱 진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함께하게 되었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역사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중장기 계획 구상
재단은 지난 5년간의 '동북아해양평화벨트' 구축사업을 통해 축적한 동아시아 각국 역사인식의 공유와 신뢰회복의 토대 위에서,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역사인프라의 구축'이라는 새로운 중장기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준비중에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에 남아 있는 전쟁의 기억과 상흔에서 기인하는 역사 갈등을 넘어, 21세기 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 이해와 교류·협력을 통한 진정한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자 가교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동아시아의 전쟁 기억, 트라우마를 넘어서: 전쟁의 동아시아적 연쇄와 연대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2년 '동북아해양평화벨트' 구축 국제학술회의는 동아시아 각국의 학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지난 5년간 함께 논의해 온 동아시아의 전쟁과 트라우마의 극복방안을 공유하고 결산하는 귀중한 자리였다. 향후 재단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의 역사화해와 평화를 위한 역사인프라 구축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통해 동아시아의 협력과 교류가 더욱 발전적으로 증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