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은 1910년 이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고지도를 수록한 『국토의 표상』을 발간하였다. 이 책은 국내외에 소장된 고지도 가운데 국토와 영토의 연구 자료이면서 한국 지도학 발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고지도를 중점적으로 수록하였다. 연구 및 편찬은 한국고지도연구학회와 부산대학교 한국지리연구소에 의뢰하여 이루어졌으며, 편찬 책임은 김기혁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가 맡았다.
총 면수 51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먼저, 이 고지도집은 타블로이드 변형판 A3 사이즈, 총 면수는 51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전반부 386페이지 까지는 도판을 실었다. 내용은 제1부 <국토·변경·세계>, 제2부 <지도의 발달과 영토>로 구성하였고, 각 주제에 맞게 지도를 배치하였다. 지역 선정은 한양, 주요 도시 및 연안 지역, 관방(關防)시설, 동해·독도, 백두산 일대 및 북한 지역을 포함함으로써 가능한 다양한 곳의 지도를 수록하였다. 한편 후반부는 해설로서 제1부 <국토·변경·세계>, 제2부 <지도의 발달과 영토>에 대한 논고, 그리고 각 도판에 대한 해제로 구성되어 있다.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0년 이후 한국 고지도 연구 결과 집대성과 연구 역량 집결
제1부의 <국토·변경·세계>는 대동여지도, 지역과 지도, 영토와 관방, 천하와 세계 등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 고지도 발달의 정점에 위치한 지도로서 상징성을, 지역과 지도에서는 도성과 도회, 지방과 군현, 해안과 도서 관련 지도를, 영토와 관방에서는 관방, 성곽과 관문, 해방 관련 지도를, 그리고 천하와 세계에서는 천하·동아시아, 세계, 천문 관련 지도를 다루었다.
제2부의 <지도의 발달과 영토>는 강역의 형상, 좌표 위의 국토, 국토의 완성, 지도와 사회 등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강역의 형상에서는 조선전도, 도별도를, 좌표 위의 국토에서는 동국지도, 군현지도를, 국토의 완성에서는 대축척 조선전도, 독도·동해 지도, 그리고 지도와 사회에서는 19세기 지리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쇄본을 통한 다양한 형태의 지도 보급을 다루었다.
금번 재단에서 발간한 『국토의 표상』은 기존의 고지도집과 뚜렷한 차별성이 보인다. 1990년 이후 한국 고지도 연구 결과의 집대성과 역량이 집결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국토와 영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독도(우산도)가 고지도에 표현되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독도영유권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리고 역시 한국사 전문가로 근대사료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아가고 있는 홍정원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근대 문헌에 보이는 독도(우산도, 석도) 관련 연구」를, 지리학 전문가이자 서울대 규장각 재직 시절부터 조선시대 고지도 및 독도 관련 고지도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아온 이기봉 국립중앙박물관 고서전문원은 「순한국말 지명과 한자 표기의 관계를 통해 본 석도·독도 고찰」을 집필해 눈길을 끈다.
한편 일본사 및 한국사를 연구하고 다수의 한일 고문서 번역집, 논문 번역집 등을 발간한 바 있는 필자는 「일본의 '섬의 명칭 혼란에 대한 연구'와 Liancourt Rocks」를 주제로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교류와 평화를 지향하는 메시지 포함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교류와 평화를 지향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반도 지도가 국가 내부의 모습이라면, 한반도가 포함된 주변 세계를 그린 지도는 주변국가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러한 지도를 제작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주변국과의 교류를 말해준다. 주변 세계의 지리 정보는 직간접적으로 교류를 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국의 지도나 지리서가 국내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사회문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교류의 결과로서 이들이 어떻게 외부문화를 수용하였는지, 그리고 어떻게 외부를 인식하고 이해해 나갔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고지도의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동북아의 교류와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척이나 크다.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갈등은 상호존중과 이해하는 태도를 통해 풀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